공론조사 결과 존중하겠다던 원희룡 왜 입장 바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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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미칠 모든 부작용 최소화한 결정…정치적 책임 지겠다"
공론조사위원회의 녹지국제병원 불허권고를 수용하겠다고 했던 원희룡 제주지사가 입장을 바꿔 영리병원을 허가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녹지국제병원 숙의형 공론화조사위는 지난 10월 4일 6개월간 공청회와 설문조사 등 공론화 절차를 거친 끝에 '개설을 허가하면 안 된다'고 대답한 비율이 58.9%로 반대 의견이 허가 의견보다 20% 포인트 높게 나타나 개설 불허를 원 지사에게 권고했다.
원 지사는 공론조사위의 발표 이후 나흘 뒤 주간정책 조정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녹지국제병원 공론조사는 이해관계자와 관점이 상충하는 사안에 대해 최종 결정하기 전에 이뤄진 숙의형 민주주의로 제주도민의 민주주의 역량을 진전시키는 의미를 갖고 있다"며 "공론조사 위원회의 불허권고를 최대한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지어 지난달 열린 제주도의회 정례회에서도 시정연설을 통해 "녹지국제병원 불허 권고를 겸허히 수용하되, 지역주민과 이해관계자·도의회 그리고 정부와 합리적 해결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원 지사는 돌연 입장을 바꿔 영리병원 개설을 허가했다.
원 지사가 입장을 바꾼 것은 불허할 경우 제주에 미칠 대내외적인 파장을 우려했던 때문으로 보인다.
우선 1천억원 내외로 예상되는 손해배상 책임과 지역주민의 반발이다.
녹지국제병원을 설립한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는 공론조사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이미 대형 법무법인을 통해 소송을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JDC·제주도의 적극적인 투자 권유와 보건복지부의 승인을 받는 등 법적 절차에 따라 병원을 완공하고 의사와 간호사 등 134명을 채용한 상황에서 개원 불허를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한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는 게 중론이다.
더구나 병원이 들어와 동네가 발전한다는 말에 조상 대대로 내려온 땅을 헐값에 넘긴 주민들은 "그 사이 땅값이 천정부지로 뛰었다"면서 "토지반환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두 번째로는 행정의 신뢰성과 신인도 추락으로 인한 대외 이미지 실추다.
제주의 경우 외국인 투자실적이 다른 시·도와 비교해 사실상 정체 수준이다.
공사 중단된 예래휴양형주거단지사업을 비롯해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 신화련 금수산장 관광단지 조성사업 등 외국인 투자사업이 시민사회단체의 반발 등으로 공사 도중 또는 인허가 과정에서 줄줄이 애를 먹고 있기 때문에 제주도가 국내외 투자자들의 투자기피처가 됐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녹지국제병원의 개원 불허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뒷짐만 지고 있는 정부에 대한 아쉬움도 엿보인다.
도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녹지국제병원 처리 방향을 놓고 정부 측과 논의했지만 책임 있는 어떠한 답변도 받지 못했다고 항변하고 있다.
도는 지난해 9월 4일 '외국의료기관(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 신청 관련 협조 요청'이라는 공문을 보건복지부에 발송했다.
공문에는 2015년 12월 18일 '외국의료기관의 사업계획서'를 승인한 정부와 제주도가 공동 책임으로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 신청에 대응하자는 요청이 담겼다. 그러나 복지부는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권자는 제주특별자치도지사이므로 제주특별자치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심의 결과에 따라 허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어 '정부는 의료 공공성을 훼손하는 의료 영리화 정책을 추진하지 않을 것을 밝힌 바 있음을 알려드립니다'라고 덧붙였다.
원 지사는 9월 열린 제주도의회 정례회에서도 "새 정부 출범 이후 비공식적으로 다각도의 루트를 통해 타진도 했고 제안이 오갔지만, 결론은 없었다"며 "쉽게 말해 누구도 선뜻 책임을 지려 하지 않고, 제3의 대안을 내려고도 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렇다고 해도 공론조사 결과로 나타난 '도민의 뜻'을 거스른 원 지사 역시 거센 비난을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그는 6·13 지방선거를 두달 여 앞둔 지난 3월 8일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를 도민 공론형성 후 최종적으로 결정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영리병원을 둘러싼 논란이 선거 쟁점화하자 결정을 최대한 늦추는 모양새였다.
원 지사가 공론화조사위의 불허 권고를 외면하고 영리병원 허가를 내줌에 따라 3억4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시행한 공론조사는 '선거용'이었다는 비난에 휩싸일 전망이다.
그는 5일 영리병원 허용 발표를 하면서 "'허가냐 불허냐'라는 양쪽 선택만을 행정기관에 물을 때 '불 속으로 뛰어들거냐 물속으로 뛰어들거냐'라는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도지사는) 제주도에 미칠 모든 영향을 감안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현실성있고 책임감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
모든 부분에 대한 비난 달게 받겠고, 정치적 책임도 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공론조사위원회의 녹지국제병원 불허권고를 수용하겠다고 했던 원희룡 제주지사가 입장을 바꿔 영리병원을 허가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녹지국제병원 숙의형 공론화조사위는 지난 10월 4일 6개월간 공청회와 설문조사 등 공론화 절차를 거친 끝에 '개설을 허가하면 안 된다'고 대답한 비율이 58.9%로 반대 의견이 허가 의견보다 20% 포인트 높게 나타나 개설 불허를 원 지사에게 권고했다.
원 지사는 공론조사위의 발표 이후 나흘 뒤 주간정책 조정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녹지국제병원 공론조사는 이해관계자와 관점이 상충하는 사안에 대해 최종 결정하기 전에 이뤄진 숙의형 민주주의로 제주도민의 민주주의 역량을 진전시키는 의미를 갖고 있다"며 "공론조사 위원회의 불허권고를 최대한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지어 지난달 열린 제주도의회 정례회에서도 시정연설을 통해 "녹지국제병원 불허 권고를 겸허히 수용하되, 지역주민과 이해관계자·도의회 그리고 정부와 합리적 해결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원 지사는 돌연 입장을 바꿔 영리병원 개설을 허가했다.
원 지사가 입장을 바꾼 것은 불허할 경우 제주에 미칠 대내외적인 파장을 우려했던 때문으로 보인다.
우선 1천억원 내외로 예상되는 손해배상 책임과 지역주민의 반발이다.
녹지국제병원을 설립한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는 공론조사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이미 대형 법무법인을 통해 소송을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JDC·제주도의 적극적인 투자 권유와 보건복지부의 승인을 받는 등 법적 절차에 따라 병원을 완공하고 의사와 간호사 등 134명을 채용한 상황에서 개원 불허를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한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는 게 중론이다.
더구나 병원이 들어와 동네가 발전한다는 말에 조상 대대로 내려온 땅을 헐값에 넘긴 주민들은 "그 사이 땅값이 천정부지로 뛰었다"면서 "토지반환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두 번째로는 행정의 신뢰성과 신인도 추락으로 인한 대외 이미지 실추다.
제주의 경우 외국인 투자실적이 다른 시·도와 비교해 사실상 정체 수준이다.
공사 중단된 예래휴양형주거단지사업을 비롯해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 신화련 금수산장 관광단지 조성사업 등 외국인 투자사업이 시민사회단체의 반발 등으로 공사 도중 또는 인허가 과정에서 줄줄이 애를 먹고 있기 때문에 제주도가 국내외 투자자들의 투자기피처가 됐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녹지국제병원의 개원 불허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뒷짐만 지고 있는 정부에 대한 아쉬움도 엿보인다.
도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녹지국제병원 처리 방향을 놓고 정부 측과 논의했지만 책임 있는 어떠한 답변도 받지 못했다고 항변하고 있다.
도는 지난해 9월 4일 '외국의료기관(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 신청 관련 협조 요청'이라는 공문을 보건복지부에 발송했다.
공문에는 2015년 12월 18일 '외국의료기관의 사업계획서'를 승인한 정부와 제주도가 공동 책임으로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 신청에 대응하자는 요청이 담겼다. 그러나 복지부는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권자는 제주특별자치도지사이므로 제주특별자치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심의 결과에 따라 허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어 '정부는 의료 공공성을 훼손하는 의료 영리화 정책을 추진하지 않을 것을 밝힌 바 있음을 알려드립니다'라고 덧붙였다.
원 지사는 9월 열린 제주도의회 정례회에서도 "새 정부 출범 이후 비공식적으로 다각도의 루트를 통해 타진도 했고 제안이 오갔지만, 결론은 없었다"며 "쉽게 말해 누구도 선뜻 책임을 지려 하지 않고, 제3의 대안을 내려고도 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렇다고 해도 공론조사 결과로 나타난 '도민의 뜻'을 거스른 원 지사 역시 거센 비난을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그는 6·13 지방선거를 두달 여 앞둔 지난 3월 8일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를 도민 공론형성 후 최종적으로 결정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영리병원을 둘러싼 논란이 선거 쟁점화하자 결정을 최대한 늦추는 모양새였다.
원 지사가 공론화조사위의 불허 권고를 외면하고 영리병원 허가를 내줌에 따라 3억4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시행한 공론조사는 '선거용'이었다는 비난에 휩싸일 전망이다.
그는 5일 영리병원 허용 발표를 하면서 "'허가냐 불허냐'라는 양쪽 선택만을 행정기관에 물을 때 '불 속으로 뛰어들거냐 물속으로 뛰어들거냐'라는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도지사는) 제주도에 미칠 모든 영향을 감안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현실성있고 책임감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
모든 부분에 대한 비난 달게 받겠고, 정치적 책임도 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