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관한 한·미 정상의 합의가 나온 지 사흘이 넘도록 북측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 공을 넘겨받은 김정은의 결단이 늦어지면서 ‘9·19 평양선언’에서 공언한 연내 답방이 실현될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5일 김정은의 연내 서울 답방 가능성에 대해 “남북한 두 정상 간 의지가 확고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천 차관은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상임대표의장 김홍걸) 주최로 열린 통일공감포럼에서 “물리적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안 되는 건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이 방문하는 상황이라 여러 결단과 결정이 필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북한 관련 소식통 사이에선 남북이 김정은 답방 시 동선과 경호 문제를 오래전부터 준비해 왔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소식통은 “김정은이 가장 관심을 보이는 건 교통과 건설 인프라”라며 “KTX 시승과 초고층 빌딩인 잠실 롯데월드타워, 서울의 상징인 남산타워 야경 관람 등 우리 발전상을 짧은 시간에 보여줄 수 있는 코스가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국가정보원은 “(김정은 답방 시기는) 정해진 게 없다”고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밝혔다. 정보위원장인 이학재 바른미래당 의원에 따르면 서훈 국정원장 등은 “김 위원장의 답방이 북·미 대화와 연동돼 있어 (북·미 대화의) 진행 상황과 함께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은 지난 3일 미·북 간 판문점 접촉에서 앤드루 김 미국 중앙정보국(CIA) 코리아센터장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부위원장)이 만났는지 여부와 관련해 “만나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처음부터 만날 계획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정원은 “김영철 부장의 파트너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라고 했다고 이 의원은 전했다.

북한의 침묵이 길어지면서 연내 답방 가능성이 희박해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국정원은 국회 답변에서 ‘18~20일 답방설’과 관련해 “12월17일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일이라(18~20일 답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는 이날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 주최로 열린 ‘2018년 대한민국 안보의 빛과 그림자’ 토론회에 참석해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이뤄지려면 비핵화와 연결하지 말고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학습시키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