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닥터' 미국 수출의 주역…"연속극 장점 알린 게 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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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流의 숨은 주역들
(3) 유건식 KBS 방송硏 연구원
ABC 전체 드라마 시청률 2위
한국 드라마 최초 시즌2 제작…中·터키에서도 현지화 작업
국내 최초 '비즈니스 매니저'
드라마·예능 제작할 때 수익 낼 수 있을지 먼저 고민
(3) 유건식 KBS 방송硏 연구원
ABC 전체 드라마 시청률 2위
한국 드라마 최초 시즌2 제작…中·터키에서도 현지화 작업
국내 최초 '비즈니스 매니저'
드라마·예능 제작할 때 수익 낼 수 있을지 먼저 고민
지난 9월부터 미국 ABC방송에서 나가고 있는 ‘더 굿 닥터 시즌 2’는 KBS 드라마 ‘굿 닥터’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한국 드라마 역사상 미국에서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작년 9월 방영된 시즌 1은 최근 3년간 소개된 ABC 전체 드라마 가운데 시청률 2위를 차지했다. 이에 힘입어 한국 드라마 최초로 미국에서 시즌 2까지 제작됐다.
이 작품은 그러나 미국에서 방영되지 못할 뻔했다. 처음엔 미국 CBS가 관심을 보였고 대본 작업까지 했다. 하지만 파일럿 제작 단계에서 갑작스럽게 중단돼 미국 진출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2013년 작품을 피칭(작품의 주요 내용과 콘셉트를 소개)했던 유건식 당시 KBS아메리카 사장(현 KBS 방송문화연구소 연구원·사진)의 능력이 발휘된 건 이때였다.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KBS별관에서 기자와 만난 유 전 사장은 당시 현지 관계자들에게 줄곧 ‘섬싱 뉴(something new·새로운 그 무엇)’를 강조했다고 소개했다. 2013년 방영되고 배우 주원, 문채원이 주연을 맡은 ‘굿닥터’의 장르는 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의학 드라마에 속한다. 유 전 사장은 소재에서 새로움을 찾았다. 서번트 증후군(사회성이 떨어지고 뇌기능 장애가 있지만 특정 부문에서 우수한 능력을 가진 증상)을 앓고 있는 한 청년이 의사로 성장해 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의학 드라마는 성인만 주로 보는데 이 작품은 아이들도 많이 봤죠. 이런 구체적인 데이터를 보여주며 시청자층을 넓히는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설득했습니다. 또 미국 의학 드라마는 에피소드별로 연속성이 부족한데, 이 작품은 연속성이 뛰어나다는 점을 강조했더니 호기심을 보이더라고요.”
그는 “‘미국 진출’이란 의미있는 일을 포기하기 싫었다”며 “덕분에 오늘의 미국판 ‘굿닥터’가 나올 수 있게 됐다”고 뿌듯해했다.
‘굿닥터’가 미국에서 인기를 얻자 다른 나라에서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일본에서도 포맷을 사들여 지난 7~9월 후지TV에서 방영했다. 중국, 터키에서도 현지화 작업을 하고 있다. “방송 한류를 확산시키려면 ‘콘텐츠의 메카’인 미국 시장에 반드시 진출해야 하는 것 같아요. 전 세계 관계자들이 미국 방송을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죠. 앞으로 어떤 전략으로 미국 진출을 해야 할지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연구하겠습니다.”
유 전 사장은 KBS에서 26년째 일하고 있다. 2007년 국내 최초로 ‘비즈니스 매니저’로 활동하기도 했다. 비즈니스 매니저는 드라마, 예능을 만들 때 투자, 판매 등을 통해 어떻게 하면 수익을 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추진한다. 포맷 수출에 눈을 뜨게 된 것도 이때부터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이 작품은 그러나 미국에서 방영되지 못할 뻔했다. 처음엔 미국 CBS가 관심을 보였고 대본 작업까지 했다. 하지만 파일럿 제작 단계에서 갑작스럽게 중단돼 미국 진출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2013년 작품을 피칭(작품의 주요 내용과 콘셉트를 소개)했던 유건식 당시 KBS아메리카 사장(현 KBS 방송문화연구소 연구원·사진)의 능력이 발휘된 건 이때였다.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KBS별관에서 기자와 만난 유 전 사장은 당시 현지 관계자들에게 줄곧 ‘섬싱 뉴(something new·새로운 그 무엇)’를 강조했다고 소개했다. 2013년 방영되고 배우 주원, 문채원이 주연을 맡은 ‘굿닥터’의 장르는 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의학 드라마에 속한다. 유 전 사장은 소재에서 새로움을 찾았다. 서번트 증후군(사회성이 떨어지고 뇌기능 장애가 있지만 특정 부문에서 우수한 능력을 가진 증상)을 앓고 있는 한 청년이 의사로 성장해 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의학 드라마는 성인만 주로 보는데 이 작품은 아이들도 많이 봤죠. 이런 구체적인 데이터를 보여주며 시청자층을 넓히는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설득했습니다. 또 미국 의학 드라마는 에피소드별로 연속성이 부족한데, 이 작품은 연속성이 뛰어나다는 점을 강조했더니 호기심을 보이더라고요.”
그는 “‘미국 진출’이란 의미있는 일을 포기하기 싫었다”며 “덕분에 오늘의 미국판 ‘굿닥터’가 나올 수 있게 됐다”고 뿌듯해했다.
‘굿닥터’가 미국에서 인기를 얻자 다른 나라에서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일본에서도 포맷을 사들여 지난 7~9월 후지TV에서 방영했다. 중국, 터키에서도 현지화 작업을 하고 있다. “방송 한류를 확산시키려면 ‘콘텐츠의 메카’인 미국 시장에 반드시 진출해야 하는 것 같아요. 전 세계 관계자들이 미국 방송을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죠. 앞으로 어떤 전략으로 미국 진출을 해야 할지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연구하겠습니다.”
유 전 사장은 KBS에서 26년째 일하고 있다. 2007년 국내 최초로 ‘비즈니스 매니저’로 활동하기도 했다. 비즈니스 매니저는 드라마, 예능을 만들 때 투자, 판매 등을 통해 어떻게 하면 수익을 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추진한다. 포맷 수출에 눈을 뜨게 된 것도 이때부터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