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일자리 예산·남북협력기금 비공개 사업 '삭감' vs '원안사수'
靑 특활비 손보기·공무원 증원은 찬반 갈려
4조원 세수부족 '국채발행 규모' 기싸움

470조5천억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가 '9부 능선'을 넘어섰지만, 막판 쟁점을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야 간사들이 끝내 합의를 하지 못해 원내대표 협상 테이블에 올라간 쟁점 현안은 ▲ 일자리 예산 ▲ 남북협력기금 ▲ 정부 특수활동비 ▲ 공무원 증원 ▲ 4조원 세수변동 대책 등 크게 5가지다.
9부능선 넘었다지만…'5대 쟁점' 여야 버티기로 예산심사 교착
먼저 역대 최대 규모인 23조5천억원이 편성된 일자리 예산의 경우, 2조8천억원 규모의 일자리 안정자금과 4천122억원이 편성된 취업성공패키지 지원 사업, 4천411억원으로 짜인 청년내일채움공제 사업 등 예산 규모가 큰 세 가지 사업이 최대 쟁점이다.

일자리 예산은 당초 한국당이 '정부의 단기 일자리 양산을 막겠다'며 8조원가량의 대폭 삭감을 예고하면서 극심한 진통이 예상됐던 부분이다.

그중 일자리 안정자금을 놓고 한국당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한 부작용을 혈세로 메우려 한다'며 1조원 이상의 삭감을 요구하고 있으나, 민주당은 '영세업체 근로자들에게 주로 혜택이 돌아가는 예산'이라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특히 야당은 일자리 안정자금이 근로장려세제(EITC)와 연계된 만큼 1조원 정도의 삭감을 요구하고 있다.

또, 저소득층, 취업 취약계층, 미취업 청장년층 등을 대상으로 한 취업상담·직업훈련·취업알선 등 3단계 취업서비스를 지원하는 내용의 취업성공패키지 지원 사업은 야당이 '단기·나쁜 일자리'의 대표 사례로 규정하고 절반을 깎자고 요구 중이나, 민주당은 취업난에 내몰린 청년 일자리 예산이라며 정부안 유지를 주장한다.

중소·중견기업에 신규 취업하는 청년들의 자산형성을 지원하는 것 등이 뼈대인 청년내일채움공제 사업을 두고서도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단기 알바 일자리'의 대표 사례라며 최소한 전년 대비 증액분은 삭감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바른미래당 예결위 간사인 이혜훈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야당이 신규 사업이나 증액된 부분에서 예산을 깎고, 기초연금과 구직급여 관련 법이 내년에나 통과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관련 예산을 줄이자는 합리적 요구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예결위 간사인 장제원 의원도 통화에서 "일자리 예산을 무조건 다 삭감하자는 게 아니라 내년에 과도하게 책정된 사업들에 대해 '올해 수준으로 동결하자'는 것으로, 문재인정부에 '속도 조절'을 주문한 것"이라고 밝혔다.
9부능선 넘었다지만…'5대 쟁점' 여야 버티기로 예산심사 교착
1조977억원 규모의 남북협력기금도 첨예하게 부딪치는 쟁점이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남북 경제협력 관련 예산 중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사업은 '깜깜이 예산'인 만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즉 비공개 사업에 책정된 예산의 삭감을 주장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야당은 통일부가 남북협력기금 지출로 약 3천억원을 할당한 경협기반(무상) 사업, 약 1천200억원을 배정한 경협기반(융자) 사업, 약 4천500억원을 투입하는 민생협력 지원사업의 삭감을 요구 중이다.

남북 당국 간 합의 또는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남북 교류협력기반 조성사업에 드는 경비를 북한에 무상 지원하고, 철도·도로 연결 등의 경비를 북한에 유상 지원하는 경협기반 사업, 남북 농축산·산림·환경 협력과 비료 지원 등을 위한 민생협력 지원 사업은 남북관계 진전 속도를 감안할 때 '시기상조'라는 게 야당의 주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의 후속 조치를 이행해야 하며 남북관계가 급진전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삭감 불가'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9부능선 넘었다지만…'5대 쟁점' 여야 버티기로 예산심사 교착
야당이 '현미경 심사'를 예고했던 정부 특수활동비는 대부분 예산조정 소(小)소위 논의를 거쳐서 여야가 합의했으나, 대통령비서실, 경호처, 국무조정실, 관세청 등 4곳의 조정이 남아있다.

여야 대립이 첨예한 대상은 특활비 예산 규모가 큰 대통령비서실과 경호처다.

특히 대통령 국정운영 보좌 명목으로 96억5천만원이 책정된 대통령비서실 특활비에 대해 야당은 '집행 내역이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으므로 절반가량을 감액하고 업무추진비를 증액하자'고 한다.

국무조정실과 관세청 특활비는 한국당 입장이 강경해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간사인 조정식 의원은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한국당은 총리실과 관세청 특활비 삭감을 주장하는데, 관세청 특활비는 이미 정부안에서 전년 대비 20% 삭감했고, 총리실은 정부안과 상임위에서 17.4% 삭감돼 추가 삭감이 어렵다"고 말했다.

공무원 증원 예산은 공무원 증원 자체에 대한 여야 찬반이 워낙 뚜렷하다.

문재인정부는 5년간 자연증가분을 포함해 공공부문 일자리 17만4천명을 추가 채용하겠다고 밝히고 내년 중앙·지방직 공무원 3만명을 증원하기 위한 예산 4천억원을 배정했다.

이에 대해 야당은 정부가 일자리 부족 문제를 손쉽게 해결하려고 세금을 들여 공무원을 뽑는다고 비판하지만, 여당은 소방·경찰·복지 등 꼭 필요한 분야의 공무원 증원이라는 입장이다.
9부능선 넘었다지만…'5대 쟁점' 여야 버티기로 예산심사 교착
내년도 예산안의 4조원 세수 변동에 대한 정부 대책은 예산소위 파행을 불러오는 등 여야가 벌써 여러 차례 충돌한 지점이다.

정부가 추후 제시할 국채 발행 규모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지방재정분 증가와 유류세 인하 등으로 4조원의 세수 결손이 발생한 것을 정부가 나랏빚을 늘리는 국채 발행으로 해결해서는 안 되고 세입, 세출 조정안을 내야 한다고 요구한다.

반면 민주당은 쟁점 예산이 타결돼 예산안의 전체 증감액이 나오면 그것을 토대로 세입 또는 세출 조정방안, 국채 발행 확대 방안 등으로 세수 변동분에 대응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야당 예결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야당도 국채 발행을 전혀 안 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정부가 4조원 가운데 2조∼3조원을 국채 발행으로 메워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국채 발행을 한다면, 조기 상환 계획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