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모자를 쓴 인형들이 미소를 짓고 있다. 어깨에는 멋진 숄까지 걸친 이 앙증맞은 인형들은 스위스 베른에서 지난주 열린 양파 축제 치벨레메리트에 등장한 양파인형들이다. 해마다 11월 마지막주가 되면, 베른은 ‘양파 천국’으로 변한다.

전국의 양파농들은 갖가지 장식을 한 양파를 장터에 내놓고 판매하며 피자, 빵, 소시지, 쿠키 등 양파로 만든 온갖 음식 냄새가 거리를 가득 채운다. 600년이 넘은 이 전통축제는 그 기원이 의미 있다. 15세기 초 베른에 큰 화재가 발생하자 프라이부르크 주민들이 달려와 복구를 도왔고, 베른 주민들은 그 보답으로 프라이부르크 농민들이 베른에서 양파를 팔 수 있게 한 것이 치벨레메리트로 발전했다.

양파라는 평범한 농작물에 사람들의 마음과 정성이 더해져,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축제가 될 수 있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