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시중은행 전경
4대 시중은행 전경
은행주 주가가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지지부진한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간 최대 실적이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정부의 규제 우려가 가중된 가운데 내년 실적이 정점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 관련주 주가는 올해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주요 금융지주사가 속한 유가증권시장 금융업종지수는 올 들어 지난 5일까지 16.60% 하락해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수익률(-14.84%)을 하회했다. 국내 금융지주사의 경우 은행 부문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이상으로 절대적으로 높다.

리딩뱅크 자리를 놓고 겨룬 KB금융지주(KB국민은행)와 신한지주(신한은행)의 경우 지난달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KB금융지주는 올 들어 24.29% 떨어졌다. 지난달 말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으나 이달 들어 1.69% 반등하는 데 그쳤다.

신한지주 역시 올 들어 14.47% 내렸고, 하나금융지주(KEB하나은행)는 26.80% 급락했다. 호실적과 저평가 매력에도 불구하고 규제 우려와 함께 내년에 자기자본이익률(ROE) 추가 상승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은행주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4대 은행 중에서는 우리은행만 올 들어 0.63% 올라 상승세를 나타냈다. 내년 1월 지주사 체제 전환을 앞두고 관련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이자수익이 확대되며 은행권 실적은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2조4000억원으로 2007년(13조1000억원) 이후 최고치를 거뒀다. 3분기 순이익은 4조1000억원으로 3분기 기준 사상 최대를 경신했다.

한정태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은행권의 3분기 누적 실적은 매우 좋아 작년 연간 수준을 넘어섰다"며 "올해 순이익은 최대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PBR 0.50배 아래로 내려갔는데 이는 내년 상반기가 실적 정점일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1년 만에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지만 은행주 주가는 뚜렷한 반등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은경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마지막 금리 인상이라는 인식이 강해 금리 인상 소식에도 은행주는 하락 기조를 보였다"며 "확산되는 경기 비관론 탓에 금리 인상에 따른 기대감 보다는 우려감이 주가에 더 크게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 순이자마진(NIM), 대출성장, 대손비용(CCR) 등 핵심지표의 뚜렷한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방어적으로 접근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결국 경기 개선을 수반한 금리 인상이 아닌 이상 NIM 상승보다는 경기 방향성이 은행주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