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돌봄의 좋은 사례들이 발견되는 것은 2010년부터 사업을 시작한 여성가족부를 비롯해 2012년 서울시, 2016년 제주특별자치도 등이 뒤를 이으면서 이제 조금씩 사업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럼에도 아쉬운 것은 공동체 돌봄의 활동공간이 되어줄 공용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골목이나 나무 밑 정자 등이 놀이터이기도하고 콩나물 다듬고 나물 다듬는 마을주민들 작업장이 되기도 했지만 아파트단지와 같은 집합주택이 주택형태의 70% 이상을 차지하게 되면서 주민 공유공간 기능을 하던 골목공간이 사라졌다. 최근에는 공동주택 내 커뮤니티 공간을 설치하도록 법으로 정해놓고 있다. 주택건설기준등에 관한 규정 55조 2항에 의하면 세대수를 기본으로 주민공동시설을 설치하도록 되어 있으며, 500세대 이상인 경우, 경로당, 어린이놀이터, 어린이집, 주민운동시설, 작은도서관까지 설치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동네 사람들이 만나고 교류하던 과거 골목의 기능을 그대로 해내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여성가족부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공동육아나눔터는 적어도 양육기 부모들과 아이들이 이용하는 공용공간이라는 점에서 주민교류의 장이 될 수 있다. 공동육아나눔터는 일상적 요구로서 돌봄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볼 때, 일반 거주지역의 경우도 그렇겠지만, 공동주택 단지의 경우, 도보접근성이 높은 단지 내에 설치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특히 부동산 가격이 엄청난 서울이나 도심지역의 경우, 공간을 확보하기가 정말 어렵다. 사업수탁기관인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는 새로운 공간을 확보하고자 애를 쓰지만 그런 공간을 찾아내는 것, 또 주민들에게 품앗이육아 사업을 이해시키고 공간사용 동의를 받는 것은 쉽지 않다. 그나마 지자체 담당공무원이 적극 나서 도와주고, 센터장이나 중간관리자가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활용해 지원해주는 경우는 좀 형편이 낫다. 하지만 대부분 지역에서 부모와 아이들이 놀면서 이웃과 교류할 수 있는 공간 확보가 어려워 자택을 돌아가며 돌봄을 하거나 작은도서관 한 구석에서 눈치보며 돌봄활동을 하고 있어, 몇명 부모들끼리만의 소규모 공동체 돌봄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2012년부터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를 설치 운영하기 시작한 서울시는 그동안 여러 유형의 마을공동체 사업 중 하나로 돌봄공동체 육성을 지원하는 사업을 펼쳐왔다. 그동안 우수한 사례도 발굴되고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럼에도 그동안의 사업평가에서 문제가 되었던 것은 돌봄공동체들이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지 못해, 불안정한 상태에서 활동을 하거나 해체되는 경우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서울시는 마을공동체 사업에서 공간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올해부터 열린육아방이라는 돌봄 공용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서울시 경우는 공동체성이라는 소프트웨어가 먼저 구축되고 이를 담을 그릇인 공용공간인 하드웨어가 이후에 제공되는 순서를 밟았다. 최근에는 이와 반대로 하드웨어 중심의 공동체돌봄 사업을 펼치고 있는 지자체들이 나타나고 있다. 돌봄을 위한 공용공간이 품앗이 육아에 기여하고 양육기 부모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것을 현장을 통해 확인한 몇몇 지자체들이 여가부 사업과 별개로 독자적으로 별도 예산을 투입해 공간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경기도의 경기육아나눔터, 세종시, 시흥시, 천안시 등의 사례를 들 수 있다.
문제는 공동체 돌봄의 핵심적 특성은 무시한 채 복지서비스 관점에서 돌봄공간을 설치하려는 경우들이 보여진다는 점이다. 공동체 돌봄에서 함께 모여 활동할 수 있는 공용공간이 중요하지만 누가 주체가 되어, 어떤 운영 방식으로 공간을 활용하느냐가 공동체 돌봄, 나아가 마을 공동체 돌봄의 성격을 규정짓는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말하자면, 부모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주체적, 자발적으로 공간관리에 참여하고 활용하는 주민자치 방식의 운영이 이루어져야 한다. 주민자치 방식을 통해 공동체성이라고 하는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만들어나가고 공간에 담아가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일부 지자체의 경우, 나눔터가 공동체 돌봄을 지향하기 위한 주민자치적 사업이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다보니, 여기에 잔뜩 장난감을 집어넣고, 주민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하고, 돌봄인력을 배치해 일방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한다. 이러한 잘못된 사업방향은 부모들을 수동적 복지서비스 수혜자로 만들며, 복지예산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고, 막 싹트려고 하는 공동체 돌봄이 더 이상 자라지 못하도록 새싹을 자르는 일과 같다. 아이돌보미서비스나 양육수당, 아동수당과 같은 직접서비스 사업과 달리 공동체 돌봄은 구조화된 돌봄서비스 체계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돌봄공백이 부모들 스스로의 돌봄참여를 통해 일상생활에서 기능할 수 있도록 하는 유연한, 돌봄자원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글의 시작에서 공동체 돌봄을 하면서 즐거워하는 부모들 이야기를 했다. 주로 여성들이 참여하는 공동체 돌봄의 특징 중 하나는 그들은 놀 줄 ! 안다는 점이다. 마을에서 자녀돌봄을 하면서 즐겁게 놀고 싶어 한다.
공동체 돌봄을 위한 공용공간인 공동육아나눔터는 그들이 놀 수 있는 터이다. 그것도 정부가 해결하기 어려운 자녀돌봄을 스스로 해결해가면서 말이다. 지자체 그리고 중간지원조직인 건강가정지원센터는 주민자치의 메카니즘이 작동할 수 있도록 뒤에서 도와주기만 하면 된다. 부모들이 마을 공동육아나눔터에서 자녀돌봄을 하며 즐기다보면 돌봄과 관련된 일자리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사회적 선에 보탬이 되는 일자리라는 점에서 유익함이 매우 크다. 돌봄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사회적일자리. 흔히 협동조합의 형태로 나타난다. 말하자면 일타삼피. 돌봄도 해별하고 마을의 놀 공간도 되고 여성인적자원 활용과 경제적 기회도 창출하는 세 가지 열매를 만들 수 있는게 공동육아나눔터이다. 물론 정부가 공동육아나눔터 사업 방향을 어떻게 잘 잡아나가느냐에 크게 좌우되는 문제이긴 하지만 말이다.
글= 차성란 대전대학교 교수
정리= 경규민 한경닷컴 기자 gyu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