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운데)와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오른쪽)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함께 6일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합의 결과를 발표한 뒤 손을 잡고 있다. /연합뉴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운데)와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오른쪽)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함께 6일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합의 결과를 발표한 뒤 손을 잡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6일 전격 합의하면서 470조5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은 정기국회 마감을 불과 하루이틀 앞두고 극적으로 처리될 전망이다.

7일 본회의가 열리면 예산안은 8일 새벽에나 처리될 전망이다. 이는 2014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가장 늦은 ‘지각 처리’에 해당한다. 양당의 전격 합의에 선거구제 개편과 예산안의 연계 처리를 주장해온 바른미래당 등 야3당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당분간 정가에 냉기류가 예상된다.

최종 예산 470조원 정부안과 변동 없어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총 9개 항의 ‘예산안 처리 합의문’을 발표했다. 쟁점이 됐던 유류세 인하 등으로 인해 생긴 세수 결손 4조원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 국채발행, 일자리 확충·남북경협기금 예산의 삭감 규모가 정해지면서 팽팽했던 양측 입장이 가까스로 접점을 찾았다.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부터 여러 차례 회동했으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예산안 연계를 주장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의 주장에 막혀 논의가 진척되지 못했다. 이후 민주당과 한국당은 바른미래당을 제외한 별도 회동을 하고 전격 합의했다. 예산안을 볼모로 선거구제 개편을 요구하는 바른미래당에 더 이상 끌려다닐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 129석, 한국당 112석을 합하면 전체 의석의 80%(재적의원 299명 기준)에 달한다.

양당은 유류세 인하 등으로 생긴 내년도 세입 결손분 4조원은 1조8000억원 규모의 적자국채 발행으로 메우기로 했다. 예산 삭감액 5조2000억원과 3조1000억원의 증액분 차이 수준에서 국채 규모를 조정해 전체 예산 규모는 정부안(470조5000억원)에서 달라지지 않는다는 게 양당의 설명이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증액 과정에서 저출산 대책과 사회간접자본(SOC) 등 경제활성화 예산을 적극 반영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4조원 세수결손 대책으로 정부 측이 검토한 ‘국채발행’에 대해서는 “정부가 재발방지를 약속한 만큼 조기 상환을 조건으로 최소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회 관계자는 “국채 발행 계획을 강하게 반대해 왔던 한국당이 정부 사업의 감액을 관철하는 대가로 ‘일보 후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의원총회를 거쳐 합의안을 공식 추인했다. 홍 원내대표는 “(야당의 삭감 요구에 맞서) 정부·여당의 안을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 예산”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남북경협 부문에선 정부가 2019년에 대비할 수 있는 수준의 예산을 지켜냈다”고 했다.

여야는 ‘광주형 일자리’로 알려진 사회통합형 일자리 관련 예산 220억원을 ‘광주’라는 표현을 뺀 채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형 일자리사업이 노사 이견으로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전국단위 공모제 전환’ 여지를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광주에 기대를 걸고 설득해보겠지만 다른 대안을 분명하게 찾아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도 양 원내대표 간 대략적인 합의를 본 것으로 전해져 7일 본회의 통과 가능성이 점쳐진다. 유치원 회계는 학부모가 유치원에 납부하는 ‘일반회계’와 국고보조인 ‘지원금’을 하나의 회계시스템으로 관리하되,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명시하지 않는 선에서 접점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존재감 잃은 ‘제3당’

정부 예산안의 국회 처리를 위해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예산안과 함께 처리해야 한다고 요구했던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은 예산협의 과정에서 배제되자 충격에 빠졌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양당은 예산안을 처리하겠다는 결의를 취소해달라”며 국회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민생 법안 처리를 위해 어렵사리 합의했던 여·야·정 상설협의체 참석에도 부정적 의사를 밝혔다.

김관영 원내대표 등은 양당이 ‘예산안 국회 처리 합의’를 전격 발표하자 기자회견을 열고 강력 비판했다. 그는 “예산안과 선거제도 동시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했는데 한국당이 도농복합선거구의 개편을 검토하자는 문구를 합의문에 넣자고 주장하고, 민주당도 정치개혁특위 초안을 도저히 받을 수 없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는 “양당의 ‘배신의 정치’에 대해 응분의 대응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예산 증액심사를 코앞에 두고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바른미래당의 중점 예산이 반영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예결위 간사인 이혜훈 의원은 “양당 합의문에 명문화됐고, 우리 당 중점 정책 중 하나이기도 한 ‘난임치료 확대’ 예산의 경우 3000억원 증액을 요구했지만 정부 반영분이 한참 못 미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좀 더 강하게 증액을 주장해야 하지만 우리 당이 국회 일정 참여 중단을 선언해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종필/김소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