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내다팔면서 6일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가 급락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공포가 커지면서 외국인이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증시에서 발을 빼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정보기술(IT) 기업인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캐나다에서 미국의 요청으로 체포됐다는 소식도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될 것이란 우려를 낳으며 지수급락에 영향을 미쳤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1.55% 하락하며 지난 10월26일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4거래일 만에 2100선을 반납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89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선물(1127억원, KSP200선물 기준)까지 합치면 오늘 하루에만 5000억원어치 넘게 팔아치웠다. 코스닥지수도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855억원, 842억원어치 순매도하며 3.24% 급락했다.

전경대 맥쿼리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 외국인이 신흥국 증시에서 돈을 뺀 것이 한국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며 “장중엔 현·선물을 합쳐 1조원 가까운 외국인 매도 물량이 나왔지만 이를 받아줄 만한 주체가 없어 낙폭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미국채 장·단기 금리차 축소로 미국 증시가 최근 조정을 받은 것도 ‘셀 코리아’에 불을 붙인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위험자산인 주식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분쟁이 재점화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이후 관계 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지만 화웨이 CFO가 체포되는 등 균열이 생기고 있어서다. 미 달러가 강세인 것도 주식시장엔 부담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20원30전으로 4거래일 만에 1120원을 다시 넘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미국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된 상황에 경기낙관론을 주장하던 미국 중앙은행(Fed)도 한발 물러나고 있다”며 “주식 등 위험자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외국인들이 발을 빼면서 외국인 투자 비중이 높은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대부분 하락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선 삼성전자(-2.29%), SK하이닉스(-3.23%) 등 반도체 기업의 주가가 급락한 것을 비롯해 시총 상위 10개 종목 중 7개 종목이 하락했다. 코스닥시장에선 시총 상위 50개 종목 중 2개만 상승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