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숲에 담긴 사연들, 그곳엔 사람과 역사가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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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과 상상력
강판권 지음 / 문학동네 / 272쪽│1만6500원
강판권 지음 / 문학동네 / 272쪽│1만6500원
![[책마을] 숲에 담긴 사연들, 그곳엔 사람과 역사가 있더라](https://img.hankyung.com/photo/201812/AA.18423069.1.jpg)
생명의 공간인 숲은 인간에 의해 고통받아 왔다. 인간은 숲을 파괴하고 나무를 이용하면서 문명을 발달시켰다. 최근 치유의 공간으로 재조명되고 있지만 여전히 인간은 나무를 낮은 존재로 인식하고 함부로 다룬다. 생명의 공간으로서 숲의 가치에 대한 이해가 아쉽다. ‘나무 인문학자’인 강판권 계명대 사학과 교수는 《숲과 상상력》에서 전국 유명 숲을 소개하며 인간과 나무의 상생을 이야기한다. 6년에 걸쳐 찾아간 숲속 곳곳에는 인간이 나무와 함께한 사연이 담겨 있다.
이 책은 ‘사찰과 숲’ ‘역사의 숲’ ‘사람과 숲’ 3부로 구성돼 있다. ‘사찰과 숲’에서는 마음을 중시하는 불교와 관련된 숲이 소개된다. 저자는 강원 평창 월정사의 전나무숲에서 겨울에도 푸르름을 잃지 않고 곧게 뻗은 전나무를 보며 인간이 평생 어떤 자세로 살아가야 할지를 생각한다. 충북 보은 법주사의 오리숲은 계곡과 어우러져 물속에 비친 나무와 자신을 바라보게 한다. 경남 합천 해인사 소나무숲, 전남 장성 백양사 비자나무숲 등 사찰을 둘러싼 숲은 사람들에게 마음을 정화하는 장소를 제공하고 문화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해왔다.
‘역사의 숲’에서는 역사의 현장으로 남은 숲이 펼쳐진다. 경남 함양 상림은 신라시대 최치원이 조성한 최초의 인공 숲으로 홍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만들어졌다. 1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원형에 가깝게 보존되고 있는 점이 놀랍다. 강원 횡성 청태산 잣나무숲은 이성계가 휴식하면서 횡성 수령에게 점심 대접을 받은 곳이다. 아름다운 산세에 반하고 큰 바위에 놀라 청태산이란 휘호를 써서 횡성 수령에게 하사했다. 제주 절물자연휴양림은 많은 제주도민이 희생된 ‘제주 4·3 사건’의 상흔을 품고 있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