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그대로' 선거제도 개혁 높은 벽 실감…전망도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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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예산 연계 안 돼" 고수로 '선거제 개혁=밥그릇 챙기기' 프레임 방치
한국, 지지율 상승 속 '강 건너 불구경'…정개특위 논의동력 약화 분석도
야 3당 "적폐 야합으로 협치 파탄"…'배제와 대결의 정치' 우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6일 선거제 개혁에 대한 언급이 빠진 내년도 예산안 합의문을 발표했다.
이는 그동안 교섭단체 자격으로 예산안 협상에 참여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약속을 요구했던 바른미래당을 배제한 결정으로, 향후 국회의 선거제 개혁 논의가 순탄치 않을 것을 예고하는 신호로 정치권 안팎에서 이해되고 있다.
민주당은 처음부터 예산안과 선거제를 연계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해찬 대표는 지난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 삶과 직결된 예산안을 담보로 룰을 다루는 선거법과 연계하는 것은 전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런 사례를 만드는 것은 국회에 큰 오점을 남기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도 예산안 협상 도중 기자들과 만나 "저는 선거법은 얘기 안 한다.
예산안 합의서든 부속합의서든 선거제 관련 내용을 포함할 일은 없다"고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합의 후 "우리 당 방침이 있어서 제가 할 수 없었다"고 언급, 예산안 협상 테이블에서 선거제를 논의하기에는 애초 운신의 폭이 좁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당은 막판 협상에서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선거제 개혁과 관련,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예산안 합의 사실이 전해지기 직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우리는 예산안과 선거제 연계를 의식하지 않기로 했다"며 "'민주당이 알아서 해라', 그런 정도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때 연동형 비례대표제 수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던 김성태 원내대표도 이날 만큼은 종일 선거제 개혁 합의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일체 함구했다. 반면 예산안 처리와 선거제 개혁의 동시 합의를 요구하며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사흘째 농성을 벌여온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 3당은 거세게 반발했다.
야 3당 원내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예산안 야합은 선거개혁을 명령한 국민 의사를 철저히 거슬러 패권주의 기득권 세력으로서 모습을 보인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촛불혁명으로 태어난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지만, 내부에서는 한국당을 너무 믿은 것이 패착이었다는 자성도 나왔다.
한국당 지지율이 느리게나마 회복되는 국면에서 선거제 개혁에 대한 한국당의 일말의 의지를 예산안 협상의 지렛대로 삼으려고 했던 내심의 전략이 완벽히 실패했다는 뒤늦은 자책이었다.
이번 협상 과정에서 거대 양당의 의중은 비교적 뚜렷하게 드러났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윤호중 사무총장, 김종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는 전날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석패율제 검토를 골자로 하는 정개특위 합의안을 예산안 합의문에 반영하는 방안에 명시적으로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민주당 한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혁명이 일어나기 전에는 선거법을 고치기 어렵다"며 "안 되는 걸 해달라고 하니 시간만 낭비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한국당은 공공연히 도농복합 선거구제를 요구했다.
이는 농어촌 지역에 소선거구제를, 도시 지역에 중선거구제를 각각 적용해 도농 간 인구 격차에 따른 지역 대표성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당별 의견이 엇갈려 지난한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선거제 개혁이 앞으로 정개특위에서 논의하면 될 일이라는 반응이지만, 이번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 오히려 논의의 동력이 다소 약화한 것도 사실이다.
야 3당은 이들 거대 양당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선거제 개혁 논의의 시늉만 하면서 내년 상반기까지 시간을 끌 가능성이 크다고 의심한다.
정의당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민주당이 예산안 처리는 '민생 챙기기', 선거제 개혁은 '국회의원 밥그릇 챙기기'로 프레임을 짜는 데 성공한 것 같다"고 우려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해선 의원정수 확대가 불가피한데, 이를 국회의원 밥그릇 챙기기로 보는 국민의 따가운 시선과 결부시켜 선거제 개혁 자체가 민생을 위한 예산안 처리를 발목잡는 것인양 나쁜 이미지로 각인해 버렸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가동으로 무르익는 듯했던 협치가 다시 배제와 대결의 정치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과 한국당이 예산을 뒷거래해서 통과시킨 것은 적폐연대"라며 "이것은 협치 파탄이자 협치 종식"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나를 바칠 때가 됐다"며 단식을 시작했고, 야 3당 의원들은 이날 밤부터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철야 농성에 돌입했다.
다만 여야가 비례성과 대표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 개혁의 필요성에 원칙적으로 공감한 만큼 정개특위 활동 기한을 내년으로 연장해 선거제 개혁의 불씨를 살려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주당으로선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한 개혁 입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교섭단체인 바른미래당이나 '우군'이었던 평화당과 정의당의 요구를 계속 무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오는 7일 오후 본회의 개의까지 하루가 더 남아있는 만큼 민주당과 한국당이 바른미래당 등을 보듬기 위한 모종의 카드를 물밑에서 제시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연합뉴스
한국, 지지율 상승 속 '강 건너 불구경'…정개특위 논의동력 약화 분석도
야 3당 "적폐 야합으로 협치 파탄"…'배제와 대결의 정치' 우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6일 선거제 개혁에 대한 언급이 빠진 내년도 예산안 합의문을 발표했다.
이는 그동안 교섭단체 자격으로 예산안 협상에 참여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약속을 요구했던 바른미래당을 배제한 결정으로, 향후 국회의 선거제 개혁 논의가 순탄치 않을 것을 예고하는 신호로 정치권 안팎에서 이해되고 있다.
민주당은 처음부터 예산안과 선거제를 연계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해찬 대표는 지난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 삶과 직결된 예산안을 담보로 룰을 다루는 선거법과 연계하는 것은 전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런 사례를 만드는 것은 국회에 큰 오점을 남기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도 예산안 협상 도중 기자들과 만나 "저는 선거법은 얘기 안 한다.
예산안 합의서든 부속합의서든 선거제 관련 내용을 포함할 일은 없다"고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합의 후 "우리 당 방침이 있어서 제가 할 수 없었다"고 언급, 예산안 협상 테이블에서 선거제를 논의하기에는 애초 운신의 폭이 좁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당은 막판 협상에서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선거제 개혁과 관련,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예산안 합의 사실이 전해지기 직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우리는 예산안과 선거제 연계를 의식하지 않기로 했다"며 "'민주당이 알아서 해라', 그런 정도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때 연동형 비례대표제 수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던 김성태 원내대표도 이날 만큼은 종일 선거제 개혁 합의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일체 함구했다. 반면 예산안 처리와 선거제 개혁의 동시 합의를 요구하며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사흘째 농성을 벌여온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 3당은 거세게 반발했다.
야 3당 원내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예산안 야합은 선거개혁을 명령한 국민 의사를 철저히 거슬러 패권주의 기득권 세력으로서 모습을 보인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촛불혁명으로 태어난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지만, 내부에서는 한국당을 너무 믿은 것이 패착이었다는 자성도 나왔다.
한국당 지지율이 느리게나마 회복되는 국면에서 선거제 개혁에 대한 한국당의 일말의 의지를 예산안 협상의 지렛대로 삼으려고 했던 내심의 전략이 완벽히 실패했다는 뒤늦은 자책이었다.
이번 협상 과정에서 거대 양당의 의중은 비교적 뚜렷하게 드러났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윤호중 사무총장, 김종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는 전날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석패율제 검토를 골자로 하는 정개특위 합의안을 예산안 합의문에 반영하는 방안에 명시적으로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민주당 한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혁명이 일어나기 전에는 선거법을 고치기 어렵다"며 "안 되는 걸 해달라고 하니 시간만 낭비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한국당은 공공연히 도농복합 선거구제를 요구했다.
이는 농어촌 지역에 소선거구제를, 도시 지역에 중선거구제를 각각 적용해 도농 간 인구 격차에 따른 지역 대표성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당별 의견이 엇갈려 지난한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선거제 개혁이 앞으로 정개특위에서 논의하면 될 일이라는 반응이지만, 이번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 오히려 논의의 동력이 다소 약화한 것도 사실이다.
야 3당은 이들 거대 양당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선거제 개혁 논의의 시늉만 하면서 내년 상반기까지 시간을 끌 가능성이 크다고 의심한다.
정의당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민주당이 예산안 처리는 '민생 챙기기', 선거제 개혁은 '국회의원 밥그릇 챙기기'로 프레임을 짜는 데 성공한 것 같다"고 우려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해선 의원정수 확대가 불가피한데, 이를 국회의원 밥그릇 챙기기로 보는 국민의 따가운 시선과 결부시켜 선거제 개혁 자체가 민생을 위한 예산안 처리를 발목잡는 것인양 나쁜 이미지로 각인해 버렸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가동으로 무르익는 듯했던 협치가 다시 배제와 대결의 정치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과 한국당이 예산을 뒷거래해서 통과시킨 것은 적폐연대"라며 "이것은 협치 파탄이자 협치 종식"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나를 바칠 때가 됐다"며 단식을 시작했고, 야 3당 의원들은 이날 밤부터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철야 농성에 돌입했다.
다만 여야가 비례성과 대표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 개혁의 필요성에 원칙적으로 공감한 만큼 정개특위 활동 기한을 내년으로 연장해 선거제 개혁의 불씨를 살려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주당으로선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한 개혁 입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교섭단체인 바른미래당이나 '우군'이었던 평화당과 정의당의 요구를 계속 무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오는 7일 오후 본회의 개의까지 하루가 더 남아있는 만큼 민주당과 한국당이 바른미래당 등을 보듬기 위한 모종의 카드를 물밑에서 제시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