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즈보' 한번에 하루매출 500억…왕훙에 쩔쩔매는 한국 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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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兆 왕훙경제 (2)

韓유통업계, 큰 손 '왕훙' 모시기 잰걸음
11월12일 새벽 2시. 대륙의 인기 왕훙(網紅·중국의 SNS 인플루언서) 웨이야(32)가 거칠고 쉰 목소리로 시청자들에게 보낼 경품 추첨 방송을 끝냈다. 이날 즈보(直播·라이브 방송)는 중국 최대 쇼핑축제 광군제를 맞이해 장장 13시간 동안 진행됐다. 웨이야의 방송을 지켜본 시청자는 230만명에 달했고, 단 한 번 방송으로 올린 매출액은 무려 3억위안(약 500억원)을 넘어섰다.
6일 중국 유통업계에 따르면 중국 인플루언서 왕훙의 파급력이 해마다 커지고 있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늘어나면서 왕훙들이 대량의 팔로워를 통해 많게는 수백억원대 수익을 내고 있다.
일부 왕훙의 경우 국민 배우 수입을 훨쩍 넘어서기도 한다. 1000만명에 가까운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장다이롄의 경우 의류 쇼핑몰 등을 통해 지난해 3억위안(약 500억원)을 벌어 톱스타 판빙빙의 수입을 제쳤다. 모델 출신으로 뛰어난 몸매와 외모를 자랑하는 장다이롄은 올해 광군제 행사에서도 30분 만에 1억위안(약 162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이 외에도 일정 규모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왕훙들이 많다. 지난 3월 중국 최대 쇼핑몰 타오바오에서 발표한 타오브스 순위에 따르면 웨이야는 233만 팔로워를 통해 연수익 3000만위안(약 49억원)을 거둬들여 1위를 차지했다. 뒤이어 Heika-Z가 2000만위안(약 32억원), Austin이 1500만위안(약 24억원)으로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이들의 팔로워 수는 101만, 52만명에 달한다. 4~10위를 기록한 왕훙들의 평균 수익도 914만위안(약 15억원)에 이른다. 이 순위는 타오바오 플랫폼 내 160만 명에 달하는 콘텐츠 제작자의 데이터를 산출해 순위를 매긴 것이다. 이들 가운데 연수익 100만위안(약 1억6000만원) 이상인 이들만 100명 이상이다.
◆ 큰 손 '왕훙' 모시는 국내 유통업계
그 결과 지난해 국내면세점 매출은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 보복에도 불구하고 면세점 매출이 사상 최대인 14조원을 돌파했다. 왕훙 등으로 인해 K-뷰티 상품 수요가 꾸준했기 때문이다. 따이공들은 면세점에서 이들이 원하는 화장품들은 대거 사들였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가시화된 지난해에는 왕훙 마케팅이 주춤했었지만 최근에는 사드 갈등이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곳곳에서 다시 왕훙 마케팅에 공을 들이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
면세업계 외에도 국내 화장품과 패션 브랜드 역시 왕훙 마케팅에 힘쓰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 7월 70여명의 왕훙과 함께 발효 화장품 브랜드 ‘숨’의 프로모션 행사를 진행했으며, 아모레퍼시픽도 중국 모바일 메신저 위챗에서 올 3월 샴푸 브랜드 '려'에 대한 단발성 행사를 개최했다.
최근 중국인 고객들로 인해 제 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스포츠 캐주얼 브랜드 MLB도 올해 가을·겨울(F/W) 화보에서 한국 인플루언서와 중국 왕훙을 모델로 서울의 명소를 배경으로 한 촬영을 진행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뷰티·패션의 경우 왕훙이 직접 시연이 가능해 효과적"이라며 "왕훙의 팔로워를 통해 단기간에 브랜드를 알릴 수 있고, 중국 시장 진출 가능성을 판단하는 테스트 베드(Test-Bed)로도 활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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