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공기 맞추려 강행군속 안전사고도 잦아…건설노동자 노동권 보호

그동안 구체적인 근거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설정돼 온 건설공사 기간의 산정 기준이 마련돼 건설현장 근로자의 노동권이 한층 보호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6일 공공공사 현장에서 적용되는 국토부 훈령인 '공공 건설 공사의 공사기간 산정기준' 제정안을 마련해 전날 입법예고하면서 건설업계 관계자들을 상대로 공청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발주처가 공사 입찰을 하면서 공사기간을 제시할 때 구체적인 기준이 없었다.

주로 건설업계 경험에 의해 공사기간이 설정됐고 일부 공사는 발주처의 필요에 의해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짧은 공기(工期)가 정해지기도 했다.

갑을관계로 점철된 건설현장의 생리 때문에 건설사들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일단 공사를 따내고는 공기를 맞추려고 강행군을 벌이다 현장에서 안전사고를 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우선 공공공사 현장에서라도 공기를 설정하는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공기 산정 공식은 준비기간+비작업일수+작업일수+정리기간으로 정해졌다.

준비기간은 착공 초기 하도급업체의 선정, 인허가, 도면 검토, 측량, 현장사무소 등의 설치, 건설자재 조달 등 본공사 착수 준비에 필요한 기간이다.

공동주택 공사는 30일, 도로개량 공사는 40일, 공동구 공사는 80일 등 공사 종류별로 준비기간의 예시도 제시됐다.

비작업일수는 공사진행이 불가능한 날짜로, 법정 공휴일과 기후여건으로 인한 비작업일수의 합계에서 중복일수를 제외해 산정한다.

기후여건으로 인한 비작업일수를 산정할 때에는 최근 10년간의 기상 정보를 참고하는데, 기상조건에는 강우와 적설, 바람, 혹서기, 동절기, 미세먼지, 파고 등이 포함된다.
"공사장도 주 40시간 근무 지킨다" 공사기간 산정 기준 마련
작업일수는 시공에 필요한 총 일수로, 공종별로 표준작업량을 활용해 산정한다.

공종별 표준작업량은 표준품셈 등에 기재돼 있는 1일 시공량을 활용하거나 발주청에서 보유하고 있는 과거의 경험치를 활용해 산정한다.

작업일수와 비작업일수를 정할 때는 주 40시간 근무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

건설공사장에서도 근로자에게 휴일에는 쉬게 하면서 근로시간 단축 등 변화한 노동환경을 반영해 충분한 휴식을 보장한다는 취지다.

정리기간은 준공검사 준비, 준공검사 후 보완 및 청소 등 현장 정리에 소요되는 기간으로, 보통 한달가량 부여된다.

발주처는 설계자에게 이와 같은 기준으로 공기를 산정하게 해야 하고 '국가를 당사자로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등에 규정된 대형공사나 특정공사에 대해서는 건설기술진흥법에 규정된 기술자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적정성을 검토받아야 한다.

이와 함께 발주청은 자연재해나 설계변경 등으로 인해 공사기간을 연장할 경우 시공사로부터 수정 공정표를 제출받아 계약기간의 연장을 검토해야 한다.

이 기준은 내년 3월부터 시행된다.

국토부는 이 훈령을 1∼2년 시범적으로 운영하고서 건설산업진흥법 등의 개정을 통해 법제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강희업 국토부 기술안전정책관은 "그동안 건설현장에서 공기를 정할 때 발주처 편한 대로 1년이든 2년이든 임의로 정해놓고 건설사들이 무조건 따르게 하는 식으로 운영됐지만 앞으론 주 40시간 근무체제를 기준으로 적정한 수준에서 공기를 정하게 함으로써 노동권을 보호하고 안전사고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