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쯤이면 기업의 부서별로 사업계획이 수립됐을 것이다. 회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본부급 사업계획이 확정되려면 전사 발표를 한다. 이 자리에서 최고경영자(CEO) 재가를 얻어야 내년도 사업계획이 확정된다. 하지만 각 부서 발표안대로 통과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표적인 이유는 최종 사업계획 승인자와 사업계획을 제출한 현업 부서의 목표에 대한 불일치다. 기업은 지속적인 성장을 전제로 한다. 사업계획의 목표는 이를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 CEO는 최대한 성장할 수 있는 사업목표를 기대한다. CEO는 전년 대비 얼마나 성장하겠다는 선형적인 목표보다는 회사의 도약적 성장을 위한 비약적 목표를 요구한다. 반면 현업부서에선 사업을 수행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아 매우 현실적인 사업 목표를 제시한다.

전략의 실행을 위해선 무엇보다 이에 대한 구성원의 합의와 공감대가 중요하다. 목표 설정도 마찬가지다. 목표가 단순한 숫자의 나열 또는 슬로건 정도에 머무르면 구성원의 실행력을 이끌어낼 수 없다. 사업계획의 목표는 해당 조직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어떤 모습을 이루고자 하는 것인지를 보여준다. 어떤 열정과 고민이 담겨 있는지도 보여주는 가장 핵심적인 구심점이다. 그래서 피자 한 판 나눠 먹듯 단순 할당식이 돼서도 안 되고, 그저 윗사람 비위에 맞춘 의미 없는 제시가 돼서는 더욱 곤란하다.

매년 벌어지는 갈등을 최소화하고 합의와 공감대를 만들어 내려면 매년 사업계획 수립 때 당해 연도 목표에만 집중하는 시각에서 탈피해야 한다. 매년 사업계획은 장기적으로는 그 기업 비전에 한 걸음씩 다가가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이 목표를 수립하는 과정은 전사가 추구하는 비전을 측정 가능한 구체적인 지표로 환산하는 작업이다. 매년 사업계획 목표는 비전의 달성 과정에서 이뤄야 할 결과를 그 시기에 맞게 구체화한다. 비전이 수립되고 이의 달성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전략 및 재무 목표가 설정되면, 매년 사업계획 목표는 이의 이행 여부를 판단하는 마일스톤에 해당한다.

물론 비전 달성은 단기간에 되지 않는다. 단기간에 가능한 것이라면 비전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기업 수명이 15년 정도밖에 안 되는 오늘날 마냥 길게만 가져갈 수도 없다. 길게 보더라도 10년 정도가 합리적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야 구성원들에게도 비전이 막연한 구호가 아니라 열망을 불러일으키는 가시적 목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요즘과 같은 기하급수적 변화의 시대에 10년을 내다보는 장기적 목표를 갖는다는 것이 납득되지 않을 수 있다. 오늘날 전략 트렌드는 ‘덩치 큰 기업이 작은 기업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빠른 기업이 느린 기업을 이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목표보다는 그때그때 상황 변화에 신속히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기적 목표를 취할 것인가, 상황에 따라 능동적으로 대처할 것인가는 사업 특성과 환경 특성에 따라 경영자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이슈다. 매년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대한 합의와 공감대를 용이하게 하려면 비전과의 연계성을 따져봐야 한다. 경영환경 변화도 반영해야 한다. 이때 고려할 수 있는 것이 단계별 ‘투비(To-be) 모델’ 접근 방식이다.

합의와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사업계획 목표 설정의 기술
회사가 비전을 지향하되 3년 단위 정도로 한 단계씩 높은 수준의 회사를 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달성해 나가는 과정을 지속 반복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비전에 이르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비전 목표와 이와 연계된 당해 연도 목표를 만들 수 있다.

충분히 논의해서 합의하고, 전사 목표와 연계해 각 부서 목표를 잡는다면, 매년 사업계획 수립에서 벌어지는 적정한 수준의 목표에 대한 논란은 크게 줄어든다.

강성호 <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