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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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직장인 A씨는 온라인으로 차량 견적을 내고 구매를 하려다 포기했다. 반드시 판매 대리점을 방문해야 했기 때문이다. A씨는 “어차피 대리점을 가야 한다니 시간만 낭비한 셈”이라며 “차를 사는 게 여전히 먼 과거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좀처럼 판매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노동조합과 판매대리점 반발에 발 묶여 소비자를 기다리는 데 그치고 있다. 홈쇼핑 진출 등에 적극 나서는 수입차 브랜드와 대조되는 모습이다. 국산차 판매가 줄고 있는 가운데 ‘주도권까지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자동차 등 모든 국산차를 사는 소비자들은 판매 대리점을 거쳐야 한다. 온라인에서 차량 견적을 받거나 구매 계약을 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복잡한 유통 과정을 없애고, 할인 경쟁을 벌이는 다른 산업보다 크게 뒤져 있다는 평가다.

이러한 이유는 판매 대리점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차량을 파는 방법이 많이질수록 영업사원은 실적에 타격을 입게 된다. 이들이 ‘생존권 위협’을 주장하는 이유다. 대리점 관계자는 “당장 월급이 줄어 생활에 지장을 받게 될 문제”라며 “판매권을 어느 정도 보장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완성차 업체들은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고 있다. 직접 판매와 경로가 늘수록 수수료는 덜 나가고 과잉 생산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협력관계인 대리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일부는 개인사업자인 대리점주에 영업망을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온라인 차량 판매를 예전부터 도입하기로 했었다”며 “그러나 판매 대리점의 ‘절대 불가’ 뜻에 부닥쳐 백지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견적 서비스 정도만 제공하고 있다”면서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수입차 브랜드는 소셜커머스, 홈쇼핑 등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재규어코리아는 오는 9일 CJ오쇼핑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페이스’를 팔 예정이다. 구매 신청을 남기면 인근 딜러점을 배정해 주는 구조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도 온라인으로만 주문을 받고 있다. 소형차 브랜드 미니(MINI)는 전자상거래 기능을 접목한 사이트 ‘도미니크’를 운영 중이다. 이곳에서 내놓은 한정판 모델은 일주일 만에 ‘완판(완전 판매)’ 됐다.

해외의 경우 판매 경로가 더욱 활발하게 늘어나고 있다. 현대차는 영국 시장에서 판매 전문 사이트인 ‘클릭 투 바이’를 운영 중이다. 차종과 옵션(선택 사양)을 고르고 결제까지 한 번에 할 수 있다. 클릭 투 바이는 서비스를 시작한 첫 달 방문자 수 9만2000여 명을 기록하는 등 큰 관심을 받았다.

인도에선 온라인 플랫폼 하이바이를 통해 현대차 소형차 i20 300대가 14일 간 모두 팔렸다. 이 밖에 싱가포르에서 ‘클릭 앤 드라이브’ 등으로 직접 판매 비율을 높여나가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산차 판매 전략이 4~5년가량 뒤처져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소비자가 판매 대리점을 찾는 건 시대에 뒤떨어지는 사례”라며 “내수 시장의 판매 구조가 상당히 경직돼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시간이 갈수록 접근성을 높이는 필요성이 커질 것”이라며 “노조 반대 등에 부딪힌 국산차는 발목이 잡혔다”고 덧붙였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내수 시장에서 수입차 판매량은 24만255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21만2660대)보다 13.0% 늘었다. 이와 달리 같은 기간 국산차 판매는 141만2912대로 1.0% 줄었다.
현대자동차의 영국 시장 판매 전문 사이트인 ‘클릭 투 바이’ / 사진=현대차 유튜브 갈무리
현대자동차의 영국 시장 판매 전문 사이트인 ‘클릭 투 바이’ / 사진=현대차 유튜브 갈무리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