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지프 랭글러 운전자를 만나면 꼭 한 번 묻고 싶은 것이 있었다. “구매할 때 가족이 반대하지는 않았습니까?”

박기환 대표는 설득에만 5개월이 걸렸다고 했다. 차를 받는 데는 11개월이 걸렸다. 랭글러가 워낙 비인기 차종이라 한국에 할당되는 물량이 적기 때문이다.

랭글러에 대한 고정관념이 하나 있다. 승차감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것. 하지만 승차감은 예상보다 편안했다. 험지를 들락날락거리도록 만든 차여서 충격흡수장치(서스펜션) 설정이 무척 부드러웠다. 실내 공간도 최근 인기가 있는 평범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심지어 달리는 동안에는 조용하기까지 했다. 휘발유를 사용하는 엔진이기 때문이다. 가격은 4000만원 후반대다. 단점은 보험료다. S사 자동차보험 기준 스포츠카 할증이 붙는다고 한다. BMW 5시리즈를 탈 때는 10년 무사고 기준 연 60만원을 냈는데 랭글러로 바꾼 뒤 110만원을 낸다고 한다.

‘오프로드=랭글러’란 공식이 있을 정도로 랭글러는 오프로드에 특화된 차다. 하지만 꼭 랭글러가 있어야만 오프로드를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산차 무쏘, 코란도도 오프로드를 달릴 수 있다.

차를 샀다고 그냥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프로드를 갈 수 있는 차량이 있다고 해도 국내에서 차를 타고 산으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은 전국에 있는 오토캠핑장이다. 차를 가지고 야영하도록 설계된 곳이기 때문에 자동차 이용에 문제가 없다. 실제로 체험한 칼봉산 오토캠핑장 진입로는 일반 차로 오르기 어려울 만큼 험로였다.

오프로드 취미를 즐기는 선배들이 초심자에게 추천하는 코스는 경기 화성 시화호와 강원 홍천군 소남이섬의 청평호 강가 모래밭 코스다. 두 곳 모두 도심에서 2시간 내외로 갈 수 있어 접근성이 좋다. 오프로드에서만 이용하는 적합한 운전법도 따로 있다. 전문가들은 운전대를 쥘 때 엄지로 감아쥐지 말고 힘을 뺄 것을 조언한다. 굴곡이 있는 지형을 만나면 앞바퀴가 뒤틀리며 운전대가 갑자기 제멋대로 움직일 수 있는데, 이때 엄지에 골절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손을 보호할 수 있도록 장갑을 끼고 운전하는 것도 좋다.

동호회에 가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네이버 카페 오투클럽은 회원이 2만3000명이나 된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