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투자개방형 병원인 녹지국제병원과 제주도 간 갈등이 커지는 양상이다. 녹지국제병원이 외국인만 진료할 수 있도록 한 조건부 허가 조항이 타당한지 법률 검토에 들어간 데 이어 제주도가 이를 고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법적 공방을 예고했다.

제주도는 “녹지국제병원 측이 외국인 의료 관광객만 진료를 허용하는 조건부 개설 허가에 대해 ‘극도의 유감을 표명합니다’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고 7일 밝혔다. 지난 5일 원희룡 제주지사가 녹지국제병원을 허가하면서 내국인은 치료받을 수 없는 외국인 전용 병원으로 조건을 둔 것에 반발한 것이다. 제주도에 따르면 녹지국제병원 측은 공문을 통해 “사업자 입장을 묵살하고 지금 와서 외국인 전용으로 개원 허가를 받는 것은 근본적으로 상상할 수 없다”며 “(조건부 허가에 대해) 법률 절차에 따른 대응 가능성을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녹지국제병원 측 주장에 대해 제주도는 “녹지국제병원을 통해 내국인이 진료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확인했다. 도가 녹지국제병원 허가권은 물론 취소권도 갖고 있기 때문에 녹지국제병원 측에서 조건부 개설허가 취지나 목적을 위반하면 허가 취소까지 하겠다는 것이다.

제주도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내국인 진료 금지 조항 등을 신설하는 법 개정도 추진할 계획이다.

제주도는 녹지국제병원이 사업계획서를 통해 외국인 전용 병원이라는 것을 인정했기 때문에 이번 결정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녹지국제병원이 2015년 보건복지부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서 “녹지국제병원은 제주도를 방문하는 외국인 의료 관광객을 대상으로 성형·미용·건강검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국 의료기관”이라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외국인 전용 조건부 허가에도 문제가 없다고 제주도 측은 설명했다.

녹지국제병원과 제주도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양측의 법적 공방 가능성이 커졌다. 본지는 녹지국제병원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해줄 말이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