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 '아이적금'은 가입 전쟁도
과도한 카드 실적·장기 가입 등
'바늘구멍' 뚫어야 우대금리 받아
가입자 대부분 4% 안팎 혜택
최고 연 6%지만 가입자 절반은 ‘4% 안팎’
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달 16일 최고 연 6%의 금리를 적용해주는 ‘우리여행적금’을 출시했다. 기본금리 1.8%에다 우대금리로 4.2%포인트를 더 얹어주는 적금이다.
최근 대부분 시중은행이 예·적금 금리를 올렸지만 기본금리가 연 2% 수준임을 감안하면 세 배가량 높은 금리다. 이런 까닭에 출시된 지 3주도 채 안 된 지난 5일까지 3만1413계좌, 1182억원(계약금액)이 팔렸다.
우리은행은 10만 계좌까지만 판매할 계획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식, 펀드 등 투자에서 원금을 까먹은 고객이 많다”며 “우대금리 요건이나 가입금액이 작더라도 원금 보장에다가 4% 이상 금리는 챙길 수 있어 인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부분 가입자들이 4.2%포인트의 우대금리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기는 쉽지 않다. 우리은행 첫거래 고객, 카드 결제와 급여이체를 신청한 경우 0.5%포인트를 받을 수 있고, 우리카드 사용금액이 연간 1000만원을 넘을 경우 2%포인트를, 2000만원이 넘으면 3%포인트를 더 얹어준다. 이 조건대로라면 12개월 동안 가입한도인 월 50만원 이내로 적금하면서 우리카드로 월 평균 167만원(연간 2004만원)을 써야 연 5%대 금리를 적용받는다. 하지만 가입자 절반은 4% 안팎의 금리를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우리은행 관계자는 전했다.
OK저축은행이 내놓은 최고 연 4.9%짜리 ‘OK VIP 정기적금’도 마찬가지다. 방카슈랑스에 가입할 경우에만 최대 2.4%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연 5.5% 아이적금, 하루 10명만”
수협은행 영업점에서는 아침마다 ‘SH쑥쑥크는 아이적금’을 가입하려는 사람들로 ‘가입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영업점마다 해당 적금 가입자들이 몰리자 하루에 10명씩만 선착순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다른 상품과 달리 복잡한 우대요건 없이 만 6세 미만 대상으로 5년간 최고 연 5.5%의 금리를 적용해주지만 점포 문을 열기 전 새벽부터 줄을 서 있다가 10번 이내 대기표를 받는 사람만 가입 가능하다.
직장인 김민수 씨는 “연차를 내고 오전 7시에 줄을 서서 다행히 여덟 번째 대기표를 받았다”며 “월 10만원짜리 적금을 가입하는 데 6시간이나 소요될 줄은 몰랐다”고 토로했다. 수협은행은 아이적금과 함께 부모를 위한 연 4%짜리 적금도 내놓고 동시에 판매 중이다.
이 같은 고금리 적금상품에 가입자가 줄을 잇자 은행들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기본금리보다 두 배가량 더 얹어주는 우대금리는 고스란히 은행들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지만 월납입 한도가 작기 때문에 부담액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게 은행들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 상품개발 담당자는 “가입자 수와 예상손익을 따져본 뒤 상품을 출시한다”며 “납입금액이 월 30만원 이하로 낮으면 급여 및 카드 이체 등을 통한 신규 고객 유치 효과가 더 큰 편”이라고 귀띔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