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자율주행차 상용화 시대가 열렸지만, 국내 현실은 답답하다. 구글 모기업 알파벳의 자율주행차 부문인 웨이모는 그제 세계 처음으로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시작했다. 자율차 시장 경쟁에서 또 한 번 치고 나간 것이다. 10년 넘게 투자한 구글이 결실을 맺은 데는 상용서비스를 과감하게 허가한 미국 정부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도 나온다.

우리나라 사정은 정반대다. 각종 규제에 막혀 자율차 상용서비스는커녕 시범서비스도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도로교통법, 자동차관리법 등에 규정된 온갖 규제로 자율차 연구개발을 위한 주행도 제대로 할 수 없다. 오죽했으면 세계적 자율차 권위자인 서승우 서울대 교수팀이 한국을 떠나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했겠는가.

자율차 시장은 2025년 420억달러(약 47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2035년에는 자동차 4대 중 1대가 자율차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올 정도로 대표적인 ‘미래 먹거리’로 꼽힌다. 주요 국가들이 자율차가 ‘게임 체인저(game changer·판도를 바꿔 놓을 만한 제품)’가 될 것이라며 선점 경쟁을 벌이는데, 한국 정부는 어디에 눈을 두고 있는 건지 답답하다.

자율주행차 규제뿐만 아니다. 공유경제와 의료, 유통, 금융 분야 등에 쳐진 겹겹 규제로 기업들이 질식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SK가 공유차 사업을 위해 동남아로 나가고, 네이버는 일본에 핀테크 거점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 헬스케어업계도 국내 시장이 좁은 데다 원격의료 금지, 빅데이터 규제 등이 겹쳐 ‘한국 탈출’ 바람이 불고 있다. 신성장 산업 앞길을 가로막는 낡은 규제를 과감하게 혁파하지 않는 한 ‘혁신성장’은 공염불일 뿐이다. 관련 분야 공무원과 국회의원들이 단체로 미국 출장을 가서 자율주행 택시를 타보고,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똑바로 보고 올 것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