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운전자 이용자 모두 '불안'
카카오 카풀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우선 ‘카풀’ 메뉴가 담긴 카카오 T 앱(응용프로그램)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해야 했다. 시범서비스는 업데이트한 사람들 중 카카오가 무작위로 선정한 신청자에게 제공됐다. 기자는 운이 좋았다. 앱 내에서 카풀 메뉴를 선택해 현재 위치와 도착지를 입력하자 거리와 추천 요금이 표시됐다. ‘12,000원’이라는 요금 내역과 함께 ‘요금은 매칭완료 시 선결제 됩니다’라는 문구가 떴다. 결제는 앱에 등록된 이용자 신용카드로만 가능했다.
카카오 택시와 달리 ‘기사님께 직접 결제’ 메뉴는 없다. 운전자(크루)에게 직접 현금결제를 할 수 없다는 얘기다. 탑승인원은 1~3명 사이에서 선택가능했다. ‘뒷자리 선호’도 선택할 수 있다. 그 다음 ‘카풀 호출하기’를 눌렀더니 ‘카카오 T 카풀 호출 중입니다’라는 화면이 나타났다.
10분이 넘는 대기시간은 불편
1분도 안 돼 차가 호출됐다. 한 번에 잡혀 다행이라고 생각한 것은 잠시, 숭실대입구역 근처에서 출발해 ‘약 16분 후에 도착’이라는 안내문구가 떴다. 이어 ‘카카오톡’으로 카카오페이를 통해 1만2000원이 결제됐다는 메시지가 도착했다.
영하의 추위에 16분은 너무 기다리기 힘든 시간이었다. 택시를 잡으면 취소해야겠다고 생각하고선 다시 택시를 잡으려했다. 그러나 ‘아차차...’ 배차 완료가 되고 3분 이후 취소하면 벌금성 수수료가 3000원 부과된다는 메시지가 띄워져 있었다. 카풀 차량이 도착한 다음 5분 이내로 탑승하지 않아도 3000원을 내야 한다.
다음날인 8일 오전 11시50분께, 이번엔 지하철 이대역에서 신사역으로 경로를 잡고 카카오 카풀 서비스를 호출했다. 바로 호출은 됐지만 광화문에서 출발한 차였기에 10분을 기다려야 했다. 같은 날 저녁 7시20분께 신사역에서 부른 카풀도 대기시간이 11분 소요됐다.
막 서비스가 시작된데다 하루 운행횟수가 두 번으로 제한된 탓에 서울 시내 카풀 운전자가 드물어 대기시간이 길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카카오가 사업 명분으로 내세운 것처럼 택시 공급이 부족한 평일 출·퇴근시간대에 이용자들의 불편을 과연 해소해줄지 두고봐야 할 것 같았다.
저렴한 요금에 외제차 탈 수도
긴 대기시간에 지친 마음을 달래 준 건 기존 택시보다 저렴한 이용요금이었다. 지난 7일 카카오 택시 일반호출 기준으로 예상요금(운행거리 13.36㎞)이 1만6700원이었지만, 카카오 카풀로는 같은 거리 요금이 28% 싼 1만2000원에 그쳤다. 8일에도 기존 택시 예상요금이 각각 1만7800원, 1만3800원이었으나 카풀로는 70% 정도인 1만2500원과 1만500원이었다. 요금 선결제 시스템이다 보니 ‘바가지 요금’은 자동으로 방지됐다. 비교적 싼 요금을 내며 외제차 등 다양한 종류의 차를 탈 수 있는 것도 소소한 장점이다. 7일과 8일 이틀 간 카카오 카풀을 세 번 이용하며 BMW 3시리즈, K5 하이브리드, 벤츠 CLA 클래스를 탈 수 있었다. 외제차가 아니라고 호출 후 3분 뒤 최소하거나 도착 후 5분 이내 탑승하지 않으면 각각 3000원의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운전자가 요금 약 80% 가져가
카카오 카풀 운전자(5만여 명)들은 어떤 목적으로 참여했을까. 7일과 8일 만난 운전자 세 명은 각각 사정이 달랐다.
자영업을 한다는 운전자 한 명은 기자를 이대역까지 태우면서 “홍대에 있는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이라고 했다. 다른 운전자는 “집이 강남쪽인데 심심해서 카풀하러 나왔다”고 밝혔다. 나머지 한 명은 “경복궁 쪽에 살고 있는 직장인”이라며 “담배값 벌이를 하러 나왔다”고 말했다.
운전자가 평일 저녁과 주말에 남는 시간을 이용할 경우 카카오 카풀 서비스는 쏠쏠한 아르바이트가 될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하지만 운전자 세 명 모두 수익 배분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고 했다. 한 운전자는 “일단 포인트로 받고 며칠 후 현금으로 바꿔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결제금액의 20%인 중개수수료와 200원 보험료를 제한 금액을 운전자가 가져간다”며 “1만원 이상 포인트가 적립되면 주 단위로 정산된다”고 밝혔다. 앱 메뉴에 공지된 운영정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안전장치에도 여전히 불안해
카카오 카풀 이용자로서 가장 걱정이 된 것은 ‘안전’이었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신원 확인과 앱의 긴급신고 기능으로 이용자의 안전을 꾀했다고 설명했다. 운전자로 참여하려면 얼굴 사진, 운전면허증, 자동차등록증, 보험증권 등 13종에 이르는 서류심사를 거쳐야 한다.
카카오T 앱의 긴급신고 버튼을 누르자 ‘운전자의 차량으로 납치’ ‘폭행, 위협 등 생명의 위험’ 문구를 선택할 수 있는 창이 떴다. 문자신고 시에는 승객의 현재 위치, 운전자 정보, 차량의 이동정보가 경찰청에 전달된다고 카카오 측은 설명했다. 서비스 이용 후 평가화면에는 ‘이 크루(운전자) 다시 만나지 않기’ 버튼이 나온다. 불쾌한 언동을 보인 운전자를 다시 만나지 않게 하는 조치다. 그러나 안전 문제를 바라보는 운전자들의 시각조차 상반됐다. 7일 이용한 카풀 운전자는 “귀찮을 정도로 많은 서류를 내서 신원이 보장됐다”며 “아무나 고용하는 택시보다는 안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8일 카풀 운전자는 “아무래도 여성 분은 낮에만 타는 게 낫지 않을까”라고 했다. 그는 “나도 심사과정을 거친 운전자이지만 민간 회사가 전과 유무를 확인하지 못하니 못 속일 것도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운수업체만 범죄이력 조회가 가능하고 카카오는 아직 법적으로 할 수가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한 운전자는 “내 자신도 남자이지만 첫 카풀에 누가 탈지 두려웠다”고 했다. 카풀 이용자의 스마트폰 화면에는 운전자의 이름과 얼굴이 뜨지만, 운전자의 스마트폰 화면에는 이용자의 이름과 얼굴이 뜨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운전자는 “강남에서 태운 첫 번째 고객은 이미 상당히 취해 있었다”며 “자꾸 같이 술 마시러 가자고 해 곤란했다”고 털어놓았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