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업 직원들은 금속노조 유성기업 지회가 망신주기식 시위(왼쪽), 협박 문자(가운데), 점심식사 방해(오른쪽) 등의 방법으로 직원들을 괴롭혀왔다고 했다. /유성기업 제공
유성기업 직원들은 금속노조 유성기업 지회가 망신주기식 시위(왼쪽), 협박 문자(가운데), 점심식사 방해(오른쪽) 등의 방법으로 직원들을 괴롭혀왔다고 했다. /유성기업 제공
2014년 7월 충남 아산 유성기업 사무실에서 ‘스티커 투표’가 벌어졌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금속노동조합 유성기업지회는 “가장 문제 있는 관리자를 뽑자”는 게시물을 붙인 뒤 노조원들에게 관리자 6명 이름 옆에 스티커를 붙이게 했다. 노조원들은 같은해 8월 스티커 투표 순위를 공개한 뒤 “투표 결과에 따라 악덕 관리자들의 악행을 피켓시위와 선전물을 통해 낱낱이 밝히겠다”며 이들의 집 앞으로 몰려가 시위를 했다.

집까지 쫓아가 망신주기 시위

최근 회사 임원을 집단 폭행한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가 사내에서 폭행뿐 아니라 망신주기, 욕설 협박 등을 하며 직원들을 위협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유성기업 직원들은 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노무담당 관리자뿐 아니라 금속노조를 탈퇴하거나 동조하지 않은 직원들까지 타깃이 돼 괴롭힘을 당했다”고 말했다. 한 유성기업 부장급 직원은 “금속노조에 합류하지 않으면 ‘이렇게 된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았다”며 “쉽게 말하면 ‘왕따’를 시켰다”고 토로했다.

대표적인 수법이 망신주기식 시위였다. 금속노조 조합원들은 생산관리자인 강모씨 집 앞에서 “좋은 아빠, 착한 남편, 성실한 직장인으로 알고 계셨습니까? 회사의 꼭두각시, 무능력한 소속장”이라는 내용으로 피켓시위를 벌였다.

2014년에는 당시 유성기업 노무담당 임원이 사는 아파트 단지에서도 “이곳 L아파트에는 유성기업 노조 파괴 주범 정모씨가 살고 있습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했다. 회사 부사장을 겨냥해서는 자택뿐 아니라 다니는 교회 앞에도 피켓을 들고 찾아갔다.

수십 명이 관리자 둘러싸고 욕설

근무시간에 노조활동을 벌이다 적발되자 관리자를 에워싸고 욕설·협박한 사례도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녹취파일에는 2013년 9월 관리직원이 노조원들에게 둘러싸여 집단 위협을 당하는 상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녹취록에서 한 노조원은 “내가 금속노조 임원인데 이게 나한테 뭐라 그랬어? 니가 뭔데 나한테 해라 마라야 ×××아”라며 “야! 에워싸!”라고 다른 노조원들에게 지시했다. 관리자가 “왜 욕을 하냐”고 하자 “이거 ××××가 죽을라고 씨”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지금 가둬놓고 뭐하냐”는 관리자의 말에 노조원들은 “니가 뭔데 날 관리하냐. 앞으로 조용히 살아라” “너는 숨 쉬는 자체가 업무방해다”라고 대꾸했다.

직원들은 금속노조가 파업에 동조하지 않은 직원들에게는 ‘배신자’라고 낙인 찍었다고 주장했다. 유성기업 아산 사무실에서 일하는 모 과장은 “아침 출근길에 노조원들이 회사 정문 앞에 서서 출근하는 사람들을 향해 욕을 했다”며 “점심시간에는 식사를 방해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썼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조합원들은 점심시간에 구내식당에 들어와 고의로 음식을 잔뜩 받아간 뒤 먹지 않고 잔반통에 버려 다른 직원들이 배식받지 못하도록 방해하는가 하면, 자갈과 모래가 담긴 페트병을 들고와 식당 테이블에 내려치며 소음을 냈다.

“우리 복귀할 때 보이기만 해라. 죽는다” “다음은 당신들 차례다” 등 협박 문자를 받은 직원들도 있다. 괴롭힘을 견디지 못한 일부 직원은 회사를 그만뒀다. 한 노무담당 직원은 식사 도중 자신의 식판에 금속노조 조합원이 잔반을 부어버리는 등 괴롭히자 2016년 회사를 그만뒀다. 2014년 노조가 벌인 스티커 투표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장모 팀장도 2015년 퇴사했다. 2014년에는 유성기업 생산2팀 팀장도 사직서를 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