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단기 금리차·유가하락·지정학적 변수 등은 불안신호 세계경제에 불황이 임박했다는 신호가 있지만 이에 반하는 신호가 훨씬 더 많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9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최근 40년간 40개국에서 발생한 120차례 경기후퇴의 전조를 분석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UBS는 "최근 4개 분기 동안 미국,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일본의 데이터 움직임은 1980년 이후 그 어떤 경기후퇴와도 들어맞지 않았다는 점을 여러 차원에서 알아냈다"고 밝혔다.
비교 대상이 된 지표에는 소비지출, 주택가격, 은행대출, 수입, 생산성, 고용 등이 포함됐다.
미국의 예를 들면 생산성과 소비지출은 하강기 전에 둔화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현재 이들 지표는 치솟았다.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미국의 소비지출은 지난 10월에 전년동기 대비 2.9% 올랐는데, 이는 지난 4년의 평균치인 2.4%보다 높은 수치다.
미국의 올해 2분기, 3분기 노동 생산성 증가율은 이번 경기확장기에서 최고를 기록했다.
일본에서는 고용이, 유로존에서는 투자가 증가했는데 이 또한 과거 경기후퇴기와 다른 점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국지적으로는 경기후퇴의 신호가 포착되기도 했다.
재정지출을 늘리는 예산안을 둘러싼 이탈리아와 유럽연합(EU)의 대치국면으로 이탈리아 국채, 회사채 금리가 상승했다는 점 등은 잠재적 경기후퇴 신호와 일치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탈리아 경제가 2개 분기 연속으로 이번 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리스크가 있다고 진단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가 무역 합의 없이 무질서하게 진행돼 영국이 새 관세 체계에 적응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면 역성장이 빚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탈리아와 영국에 이런 악재가 닥치더라도 세계 다른 지역에 비슷한 타격이 전이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진단됐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도 세계 경제성장에 대해 UBS와 비슷한 결론을 도출했다.
JP모건은 미세 시계열 경제 지표와 금융시장 동향을 포함한 자료로 임박한 경기후퇴를 알리는 경보체계를 구축했다.
경제 지표만으로 예상할 때 미국은 향후 12개월 동안 하강기가 올 확률이 21%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몇달 동안 조금 상승하기는 했으나 2016년보다는 낮은 수위다.
주가 변동이나 미국 장기채 수익률과 같은 금융시장 동향을 따질 때는 그 확률이 36%로 더 높게 나타났다.
JP모건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브루스 캐스먼은 기업이익 변화처럼 하강기를 알려주는 지표들은 작년보다 올해 개선됐다고 지적했다.
캐스먼은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경기확장을 떠받치는 지주에서 뭔가 근본적으로 무너진다는 느낌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3∼4년 뒤에 경기후퇴가 찾아올 리스크가 크지만 앞으로 12개월간은 그런 리스크가 작다고 설명했다.
경기확장은 통화량의 증가로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고 물가가 계속 치솟는 인플레이션이 심각할 경우, 집값 거품이 터지는 경우, 중앙은행이 금리를 너무 높이 끌어올리는 경우 등을 계기로 끝나는 경향이 있다.
현재 세계 경제는 무역전쟁을 넘어 신냉전으로 치달을 수 있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비롯한 악재가 실제로 파괴적 결과를 불러올지 경계하고 있다.
이런 우려와 맞물려 일부 전문가들은 경기후퇴가 임박했을 수 있다는 몇몇 흉조를 지목하고 했다.
그런 조짐으로 ▲주가 하락 ▲미국 국채의 장단기 금리의 비정상적 격차 축소나 일부 역전 ▲수요감소 전망에 따른 국제유가 하락 ▲독일, 이탈리아,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경제활동 둔화 ▲세계의 성장동력인 중국의 경제성장 부진 등이 거론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