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일본 등 5세대(5G) 이동통신을 주도하는 국가들이 연이어 화웨이 보이콧 선언을 했다. 글로벌 통신장비시장 점유율 1위 화웨이의 타격이 예상돼 5G 시장 판도가 바뀔지 주목된다.

11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은 정부 부처와 자위대 등이 사용하는 정보통신기기에서 중국 화웨이·ZTE 제품을 배제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가 배제하는 업체는 이들 두 곳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정부 차원에서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한 것은 중국과 관세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이 동맹국에 화웨이 사용 금지를 요청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정보제공업체 IHS마킷 기준으로 화웨이는 현재 글로벌 통신장비시장 점유율 22%로 1위다. 노키아 13%, 에릭슨 11%, ZTE 10% 순으로 뒤를 잇고 있다.

화웨이는 5G 기술력에서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5G 네트워크의 핵심인 매시브 마이모 기술(massive MIMO: 기지국 송·수신 용량을 대폭 향상하는 다중 안테나 기술)에서 북미나 유럽의 경쟁사보다 앞서나간다는 평가다.

그러나 미국·호주·뉴질랜드·일본이 연달아 화웨이 5G 장비를 쓰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에 빨간불이 켜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캐나다 당국에 체포된 것도 악재다. 멍 CFO는 이란에 대한 미국의 거래 제재를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국가가 화웨이를 쓰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안보' 때문이다.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는 2012년 10월 '중국 통신사 화웨이와 ZTE가 제기하는 미국 국가안보 문제에 대한 조사 보고서'를 내고 화웨이의 국가안보 위협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 2016년 미국에서 판매된 화웨이 스마트폰에서 백도어(인증되지 않은 사용자가 무단으로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가상통로)가 발견돼 안보 위협 문제가 재차 불거졌다.

특히 미국과 일본은 5G 선두 국가여서 화웨이의 주요 선진국 시장 진입이 차질을 빚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 10월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과 AT&T는 제한적 범위의 고정형 5G 서비스를 이미 상용화했다고 발표했다.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5G 상용화를 선언할 계획. 평창동계올림픽의 5G 시범서비스 이후 올림픽을 통해 5G 상용화를 알리는 것은 일본이 처음이다.

화웨이 보이콧 여파로 삼성전자의 글로벌 통신장비 점유율이 높아질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삼성전자는 버라이즌과 협력해 내년 상반기 5G 지원 스마트폰 상용화를 선언할 예정이다. 북미 시장에서 스마트폰으로 첫 5G 상용화를 선언하는 만큼 삼성전자에게는 의미 있는 행보다.

현재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에서 미미한 점유율(지난해 기준 3%)을 기록 중인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점유율을 20%로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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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화웨이는 백도어 등 보안 이슈가 계속 부각돼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에 있는 국가들에게 제재를 당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