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조합장 뒤에서 '王조합장' 노릇…협력업체 계약 불법 알선 등
재건축조합 현직 임원에 대해서도 수사 확대
강남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서 수억원대 뒷돈 챙겨…브로커 구속
서울 강남구 내 최대 재건축 단지인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 사업에 관여하면서 수억원대 뒷돈을 챙긴 브로커가 경찰에 구속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뇌물수수 등 혐의로 재건축 사업 브로커 A씨를 7일 구속했다고 10일 밝혔다.

A씨는 2013년부터 최근까지 수년간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에 관여하면서 협력업체 계약을 불법 알선하고 수억원대 뒷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철거업체 등 재건축 관련 협력업체들에 공사 계약을 따내도록 해주겠다면서 실제 계약을 알선하고는 계약금의 약 10%를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전임 조합장 김 모(53.구속) 씨와 가깝게 지내면서 재건축 관련 용역을 수주하고 싶은 협력업체들이 김씨에게 뒷돈을 건네도록 하고, 이 과정에서 자신도 뒷돈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김씨는 2011∼2012년 조합 대의원이던 시절에 1억원이 넘는 뒷돈을 받은 혐의가 밝혀져 올해 7월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된 상태다.

조합 안팎 관계자들은 "A씨는 조합의 공식 임원이 아니라 브로커였지만, 당시 조합에서 사실상 실권을 쥐고 있었기 때문에 '왕(王) 조합장'이라고 불렸다"고 전했다.

경찰은 "A씨를 불구속 수사하다가 증거 인멸 정황이 있어 구속했다"면서 "구속된 후에는 경찰 조사에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A씨가 챙긴 뒷돈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면서, 전임 조합장 김씨의 조합장 시절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또 경찰은 김씨와 A씨의 범행 당시부터 재건축 조합 의사 결정에 참여해왔던 현직 임원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은 기존 지상 5층짜리 124개 동 5천40가구를 헐고 최고 35층 아파트 144개 동·6천642가구를 짓는 강남 최대 규모 재건축 사업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