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모노드라마 내공…"이번엔 극한 母性 연기 도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두 번째 1인극 '맛있는 만두 만드는 법'의 김성녀
우란문화재단서 14~23일 공연
자식 잃은 엄마의 내면을 깊고 넓게 그려내고 싶어
평생 무대 오르며 기량 연마
변신 잘하는 배우로 남고파
우란문화재단서 14~23일 공연
자식 잃은 엄마의 내면을 깊고 넓게 그려내고 싶어
평생 무대 오르며 기량 연마
변신 잘하는 배우로 남고파
다섯 살 꼬마부터 갈래머리를 한 소녀, 소녀의 아버지와 어머니, 할머니, 행인, 건달까지 32명에 달한다. 한 명의 배우가 한 작품에서 연기한 캐릭터 수다. ‘모노드라마의 대가’이자 ‘천의 얼굴’이란 별명을 가진 연극배우 김성녀(68) 얘기다. 그는 반정부 인사로 몰려 벽 속에 숨어 있던 아버지, 이 아버지가 요정이라 믿었던 아이를 그린 연극 ‘벽 속의 요정’이란 공연을 해왔다. 40여 년에 달하는 한국 근현대사를 혼자서 짊어지고 2005년 초연 이후 13년간 이어오고 있다.
“자가발전하는 모노드라마 매력적”
김성녀가 두 번째 모노드라마 ‘맛있는 만두 만드는 법’에 도전한다. 이 작품에선 자식을 잃은 엄마 영순의 내면을 90분 동안 파고든다. 정의신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공연은 오는 14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성수동 우란문화재단 우란2경 무대에서 열린다.
김성녀는 우란문화재단에서 기자와 만나 “그동안 인생의 32조각을 연기했다면 이젠 하나의 큰 캐릭터를 깊고 넓게 그려내는 모노드라마에 도전하게 됐다”며 “‘인생의 거울’이라고 하는 연극이 여전히 어렵지만 끊임없이 나 자신을 토닥이며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순은 자식을 사고로 잃고 재개발 때문에 집을 떠나게 된다. 이사 하루 전날 그는 자식이 좋아하던 만두를 빚는다. 공연장에서 만두를 직접 만들어 먹는 연기까지 한다. 또 9곡을 라이브로 노래하며 삶의 무게를 담담하면서도 쓸쓸하게 그려낸다. 다섯 살 때부터 무대에 올랐던 오랜 연륜의 김성녀에게조차 이 작품은 ‘형벌’처럼 느껴질 정도로 많은 고민을 안겨줬다고 한다.
“아픔의 농도를 어디까지 표현해야 할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큰 아픔을 당한 사람은 말을 툭툭 내던져도 그 안에서 고통이 느껴지잖아요. 무대도 숨소리까지 다 들릴 정도로 객석과 가까워서 오디션을 보는 기분으로 준비하고 있어요.”
연극 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모노드라마에 계속 도전하는 이유는 뭘까. “누군가의 도움 없이 자가발전을 해야 하니 많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인생을 켜켜이 쌓아 올린 것을 표현해 내며 에너지를 100%, 200% 발산할 수 있어요.”
정 연출과의 호흡은 연기 인생에 전환점이 되고 있다. “정 연출은 컵을 든다고 하면 컵을 드는 각도, 자세까지 꼼꼼하게 다 체크해요. 일본 만화에 나올 법한 느낌을 요청할 때도 있죠. 생소하지만 저의 새로운 모습을 끄집어내는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국립창극단 7년 이끌며 ‘전승’ 매진
그는 연기를 하는 동시에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으로 7년째 활동하고 있다.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전통을 시대의 흐름에 맞게 현대화해서 이어나가는 게 전승인데 이 작업을 치열하게 해왔어요. 처음엔 창극에 피아노 반주를 넣은 시도 등을 본 일부 관객이 ‘창극을 훼손하는 것 아니냐’며 항의하기도 했죠. 하지만 이젠 매진 행렬을 벌이며 많은 분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예술감독 활동이 마무리되면 그는 연기에 더 집중할 생각이다. 지금처럼 ‘변신’을 거듭하며 다양한 모습을 선보이는 게 목표다. “‘천의 얼굴’이란 수식어처럼 변신을 잘하는 게 제가 배우로서 가진 생명력인 것 같아요. 매번 쉽지 않지만 지금도 늘 긴장하고 목이 다 쉬도록 연습하고 있습니다.”
그의 꿈도 마지막 순간까지 배우로 남는 일이다. “죽기 전날까지 무대에 오르고 싶어요. 그 순간이 올 때까지 몸도 마음도 잘 갈고닦아 배우로서 소명을 다하고 떠나고 싶습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자가발전하는 모노드라마 매력적”
김성녀가 두 번째 모노드라마 ‘맛있는 만두 만드는 법’에 도전한다. 이 작품에선 자식을 잃은 엄마 영순의 내면을 90분 동안 파고든다. 정의신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공연은 오는 14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성수동 우란문화재단 우란2경 무대에서 열린다.
김성녀는 우란문화재단에서 기자와 만나 “그동안 인생의 32조각을 연기했다면 이젠 하나의 큰 캐릭터를 깊고 넓게 그려내는 모노드라마에 도전하게 됐다”며 “‘인생의 거울’이라고 하는 연극이 여전히 어렵지만 끊임없이 나 자신을 토닥이며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순은 자식을 사고로 잃고 재개발 때문에 집을 떠나게 된다. 이사 하루 전날 그는 자식이 좋아하던 만두를 빚는다. 공연장에서 만두를 직접 만들어 먹는 연기까지 한다. 또 9곡을 라이브로 노래하며 삶의 무게를 담담하면서도 쓸쓸하게 그려낸다. 다섯 살 때부터 무대에 올랐던 오랜 연륜의 김성녀에게조차 이 작품은 ‘형벌’처럼 느껴질 정도로 많은 고민을 안겨줬다고 한다.
“아픔의 농도를 어디까지 표현해야 할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큰 아픔을 당한 사람은 말을 툭툭 내던져도 그 안에서 고통이 느껴지잖아요. 무대도 숨소리까지 다 들릴 정도로 객석과 가까워서 오디션을 보는 기분으로 준비하고 있어요.”
연극 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모노드라마에 계속 도전하는 이유는 뭘까. “누군가의 도움 없이 자가발전을 해야 하니 많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인생을 켜켜이 쌓아 올린 것을 표현해 내며 에너지를 100%, 200% 발산할 수 있어요.”
정 연출과의 호흡은 연기 인생에 전환점이 되고 있다. “정 연출은 컵을 든다고 하면 컵을 드는 각도, 자세까지 꼼꼼하게 다 체크해요. 일본 만화에 나올 법한 느낌을 요청할 때도 있죠. 생소하지만 저의 새로운 모습을 끄집어내는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국립창극단 7년 이끌며 ‘전승’ 매진
그는 연기를 하는 동시에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으로 7년째 활동하고 있다.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전통을 시대의 흐름에 맞게 현대화해서 이어나가는 게 전승인데 이 작업을 치열하게 해왔어요. 처음엔 창극에 피아노 반주를 넣은 시도 등을 본 일부 관객이 ‘창극을 훼손하는 것 아니냐’며 항의하기도 했죠. 하지만 이젠 매진 행렬을 벌이며 많은 분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예술감독 활동이 마무리되면 그는 연기에 더 집중할 생각이다. 지금처럼 ‘변신’을 거듭하며 다양한 모습을 선보이는 게 목표다. “‘천의 얼굴’이란 수식어처럼 변신을 잘하는 게 제가 배우로서 가진 생명력인 것 같아요. 매번 쉽지 않지만 지금도 늘 긴장하고 목이 다 쉬도록 연습하고 있습니다.”
그의 꿈도 마지막 순간까지 배우로 남는 일이다. “죽기 전날까지 무대에 오르고 싶어요. 그 순간이 올 때까지 몸도 마음도 잘 갈고닦아 배우로서 소명을 다하고 떠나고 싶습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