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로 가는 '승진열차'…평균 54세, 이공계 출신, 유학파 탑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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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 대기업 CEO 프로필이 바뀐다
삼성·SK·LG, 승진자 스펙 조사
요직 거친 내부 인재 발탁보다, 글로벌 기업 출신 '승승장구'
유학파 M&A전문가 중용 잇따라…10명 중 7명, 석·박사 '필수 스펙'
CEO 후보군 연령대 '4말5초'
기술 강조하는 삼성, 이공계 81%
젊어진 SK, 'SKY 출신' 비율↑…LG, 석·박사학위 소지자 많아
삼성·SK·LG, 승진자 스펙 조사
요직 거친 내부 인재 발탁보다, 글로벌 기업 출신 '승승장구'
유학파 M&A전문가 중용 잇따라…10명 중 7명, 석·박사 '필수 스펙'
CEO 후보군 연령대 '4말5초'
기술 강조하는 삼성, 이공계 81%
젊어진 SK, 'SKY 출신' 비율↑…LG, 석·박사학위 소지자 많아
조병학 삼성전자 부사장은 만 51세(1967년생)로 올해 삼성전자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임원 중 가장 나이가 어리다. 미국 서부 명문인 UCLA에서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UC버클리에서 석·박사학위를 딴 ‘공대 유학파’ 출신이다. 2012년 2월 삼성전자 임원(상무)으로 영입된 뒤 입사 7년 만에 ‘부사장’ 타이틀을 달았다. 국내에서 학부를 졸업했다면 한두 차례 특별승진을 하더라도 상무나 전무 정도에 그쳤을 나이(86학번)다.
10명 중 4명 해외 유학파 출신
국내 간판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출세 코스가 달라지고 있다. 과거엔 핵심 부서 요직을 차근차근 밟아온 임원들이 CEO로 대거 승진했다. 최근 들어선 글로벌 대기업에서 근무했거나 해외에서 석·박사를 딴 임원들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세대교체 흐름도 뚜렷하다. 잠재적인 ‘CEO 후보군’이라 할 수 있는 부사장급 승진자는 연령대가 ‘4말5초’(40대 후반~50대 초반)까지 내려왔다. 대기업별로 선호하는 CEO 후보군이 바뀐 것도 과거와 확연히 달라진 흐름이다.
10일 한국경제신문이 올해 정기 임원인사를 한 삼성, SK, LG그룹 계열사 부사장급 이상 승진자 52명(CEO는 제외)을 전수조사한 결과 석·박사학위 소지자가 35명으로 전체의 67.3%를 차지했다. 부사장 이상 승진 임원 10명 중 7명이 석·박사학위를 땄다는 의미다. 대학 (또는 대학원) 졸업장을 해외에서 받은 임원도 21명(40.3%)에 달했다.
52명 승진 임원의 평균 연령은 54세로 집계됐다. 48~52세 승진자 수도 10명(19.2%)이었다. 일반적인 기업에선 임원 중 가장 낮은 직위인 상무로 승진하는 나이다. 유영상 SK텔레콤 부사장(48)과 이병래 SK(주) 부사장(49) 등 40대 부사장도 2명이나 나왔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소위 ‘SKY’ 학부를 졸업한 승진 임원은 21명(42.9%)이었다. 문재인 정부 1기 내각의 장관급 관료(총 18명) 중 SKY 비중(10명·55.6%)보다 낮은 수준이다. 여성은 윤심 삼성SDS 부사장 한 명에 그쳤다.
M&A 전문가 중용
재계에서는 “세계 무대에서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이 가열되면서 해외에서 유학하거나 해외 기업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임직원이 중용된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조병학 부사장은 실리콘밸리의 반도체 설계 전문회사인 마블테크놀로지에서 통신칩을 연구하다가 삼성전자로 영입된 뒤 초고속 승진 열차에 올라탔다. 이번 인사로 향후 5세대(5G) 이동통신의 반도체 사업을 책임질 CEO 후보군에 올랐다. 올해 LG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최연소 사장으로 영입된 홍범식 (주)LG 사장은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베인&컴퍼니 한국 대표 출신이다. 그룹 미래 전략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 위해 외부에서 전격 영입됐다. LG그룹 부사장 승진자 중 최연소인 박형세 LG전자 부사장도 대학 졸업장과 석사학위를 각각 미국 미시간주립대와 인디애나대에서 땄다.
‘이공계 출신 유학파’가 차세대 CEO군에 대거 들어온 것도 과거와 다른 흐름이다. 국내 이공계 학과 졸업 후 미국, 유럽 등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은 승진 임원이 12명(23.0%)에 달했다. 인수합병(M&A) 전문가도 중용되고 있다. 해외 기업을 상대로 한 M&A나 전략적 제휴 및 지분 투자가 중요한 성장 전략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에서 M&A 등 전략 업무를 담당하는 김홍경, 이승욱 전무가 이번 인사에서 나란히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 전무는 삼성전자 부사장 승진자 중 최연소다. 삼성, SK, LG그룹을 통틀어 최연소 부사장급 승진자인 유영상 부사장도 M&A가 주 전공이다. SK그룹이 SK하이닉스, ADT캡스 경영권을 인수하고, 도시바메모리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할 때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삼성은 ‘이공계’ SK는 ‘SKY’
그룹별로 서로 다른 특징도 있었다. 애플, 인텔 등 세계 최고의 ‘테크’ 기업들과 경쟁하는 삼성그룹 계열사에선 이공계 출신이 중용됐다. 학력을 공개한 전체 승진자 16명 중 13명(81.3%)이 이공계 출신으로 집계됐다. SK(20.0%), LG(50.0%)보다 높았다. SKY 출신 승진 임원 비율은 31.3%(5명)로 3개 그룹 중 가장 낮았다. 반면 SK그룹에선 SKY 출신 승진 임원 비율이 70.0%로 다른 그룹보다 높았다. 부사장급 이상 승진 임원 평균 연령은 53.2세로 삼성(54세)과 LG(55세)보다 조금 빨랐다. LG그룹은 석·박사 출신 승진 임원이 75.0%로 삼성(59.1%)과 SK(70.0%)보다 많았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지난해 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차세대 CEO 후보를 대거 발탁한 이후 다른 대기업들도 삼성을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재연/좌동욱/박상익 기자 leftking@hankyung.com
국내 간판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출세 코스가 달라지고 있다. 과거엔 핵심 부서 요직을 차근차근 밟아온 임원들이 CEO로 대거 승진했다. 최근 들어선 글로벌 대기업에서 근무했거나 해외에서 석·박사를 딴 임원들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세대교체 흐름도 뚜렷하다. 잠재적인 ‘CEO 후보군’이라 할 수 있는 부사장급 승진자는 연령대가 ‘4말5초’(40대 후반~50대 초반)까지 내려왔다. 대기업별로 선호하는 CEO 후보군이 바뀐 것도 과거와 확연히 달라진 흐름이다.
10일 한국경제신문이 올해 정기 임원인사를 한 삼성, SK, LG그룹 계열사 부사장급 이상 승진자 52명(CEO는 제외)을 전수조사한 결과 석·박사학위 소지자가 35명으로 전체의 67.3%를 차지했다. 부사장 이상 승진 임원 10명 중 7명이 석·박사학위를 땄다는 의미다. 대학 (또는 대학원) 졸업장을 해외에서 받은 임원도 21명(40.3%)에 달했다.
52명 승진 임원의 평균 연령은 54세로 집계됐다. 48~52세 승진자 수도 10명(19.2%)이었다. 일반적인 기업에선 임원 중 가장 낮은 직위인 상무로 승진하는 나이다. 유영상 SK텔레콤 부사장(48)과 이병래 SK(주) 부사장(49) 등 40대 부사장도 2명이나 나왔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소위 ‘SKY’ 학부를 졸업한 승진 임원은 21명(42.9%)이었다. 문재인 정부 1기 내각의 장관급 관료(총 18명) 중 SKY 비중(10명·55.6%)보다 낮은 수준이다. 여성은 윤심 삼성SDS 부사장 한 명에 그쳤다.
M&A 전문가 중용
재계에서는 “세계 무대에서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이 가열되면서 해외에서 유학하거나 해외 기업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임직원이 중용된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조병학 부사장은 실리콘밸리의 반도체 설계 전문회사인 마블테크놀로지에서 통신칩을 연구하다가 삼성전자로 영입된 뒤 초고속 승진 열차에 올라탔다. 이번 인사로 향후 5세대(5G) 이동통신의 반도체 사업을 책임질 CEO 후보군에 올랐다. 올해 LG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최연소 사장으로 영입된 홍범식 (주)LG 사장은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베인&컴퍼니 한국 대표 출신이다. 그룹 미래 전략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 위해 외부에서 전격 영입됐다. LG그룹 부사장 승진자 중 최연소인 박형세 LG전자 부사장도 대학 졸업장과 석사학위를 각각 미국 미시간주립대와 인디애나대에서 땄다.
‘이공계 출신 유학파’가 차세대 CEO군에 대거 들어온 것도 과거와 다른 흐름이다. 국내 이공계 학과 졸업 후 미국, 유럽 등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은 승진 임원이 12명(23.0%)에 달했다. 인수합병(M&A) 전문가도 중용되고 있다. 해외 기업을 상대로 한 M&A나 전략적 제휴 및 지분 투자가 중요한 성장 전략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에서 M&A 등 전략 업무를 담당하는 김홍경, 이승욱 전무가 이번 인사에서 나란히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 전무는 삼성전자 부사장 승진자 중 최연소다. 삼성, SK, LG그룹을 통틀어 최연소 부사장급 승진자인 유영상 부사장도 M&A가 주 전공이다. SK그룹이 SK하이닉스, ADT캡스 경영권을 인수하고, 도시바메모리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할 때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삼성은 ‘이공계’ SK는 ‘SKY’
그룹별로 서로 다른 특징도 있었다. 애플, 인텔 등 세계 최고의 ‘테크’ 기업들과 경쟁하는 삼성그룹 계열사에선 이공계 출신이 중용됐다. 학력을 공개한 전체 승진자 16명 중 13명(81.3%)이 이공계 출신으로 집계됐다. SK(20.0%), LG(50.0%)보다 높았다. SKY 출신 승진 임원 비율은 31.3%(5명)로 3개 그룹 중 가장 낮았다. 반면 SK그룹에선 SKY 출신 승진 임원 비율이 70.0%로 다른 그룹보다 높았다. 부사장급 이상 승진 임원 평균 연령은 53.2세로 삼성(54세)과 LG(55세)보다 조금 빨랐다. LG그룹은 석·박사 출신 승진 임원이 75.0%로 삼성(59.1%)과 SK(70.0%)보다 많았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지난해 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차세대 CEO 후보를 대거 발탁한 이후 다른 대기업들도 삼성을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재연/좌동욱/박상익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