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 개편' 동상이몽에 출구 못찾는 단식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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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책임지고 합의할테니 단식 풀어라" vs 손학규 "합의안 가져오면 풀겠다"
'선거제 토론장' 된 농성장
이해찬 대표 "왜 단식까지 하느냐"…손학규 대표 "YS·DJ는 왜 단식 했겠나"
"국민이 의석수 증가 반대" 발언에, "그런 소리는 하지도 말라" 신경전
"개헌보다 어려운 선거제 개편"
연동형 비례제, 의석 50석 늘려야
"반대여론 설득…누가 총대 메겠나"
'선거제 토론장' 된 농성장
이해찬 대표 "왜 단식까지 하느냐"…손학규 대표 "YS·DJ는 왜 단식 했겠나"
"국민이 의석수 증가 반대" 발언에, "그런 소리는 하지도 말라" 신경전
"개헌보다 어려운 선거제 개편"
연동형 비례제, 의석 50석 늘려야
"반대여론 설득…누가 총대 메겠나"
“단식 푸세요. 책임지고 합의한다니까요.”(이해찬 대표)
“단식 끝까지 갑니다. 합의문 가져올 때까지 못 풉니다.”(손학규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5일째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국회 본관 중앙홀(로텐더홀)이 선거구제 개편 토론장이 되고 있다. 손·이 대표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지난 7일 예산안 처리에 전격 합의한 직후부터 연동형 비례대표 선거구제 도입을 요구하며 국회 본회의장 입구에서 단식농성 중이다.
지난 5월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 등 의원들의 단식농성이 정치권에선 드문 일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사뭇 다른 광경이 연출되고 있다. 올해 71세(1947년생)인 손 대표의 건강을 우려해 단식 중단을 당부하는 민주당, 한국당 지도부와 의원들의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건강을 우려하는 대화가 오간 뒤 주제는 자연스레 선거구제 개편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각 당의 첨예한 이해관계 때문에 대화는 매번 제자리를 맴도는 모습이다.
10일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직후 손 대표를 방문한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단식을 풀면 내가 책임지고 협상하겠다”고 설득에 나섰으나 손 대표는 “합의문을 가져와야 한다”며 완강히 버텼다. “왜 단식까지 하느냐”고 안타까워하자 손 대표는 “왜? 김영삼은, 김대중은 왜 단식했는데…”라고 응수했다. 그러면서 “나는 건강하다. 건강하니까 오래 끌다가 죽을 때 되면 합의하라”고 받아쳤다.
선거구제 개편으로 주제가 옮겨가자 양당의 견해차는 분명해졌다. 이 대표는 “정치개혁특위에 입법권까지 줘가면서 합의안을 만들자고 했으면 거기서 안 만들고, 민주당은 그에 맞춰 선거법을 개정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설득에 나섰지만 손 대표는 요지부동이었다.
대화를 지켜보던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이 “의석수를 늘리는 데 반대하는 국민이 있어서 안 풀린다”고 하자 손 대표는 “의석수 얘기는 하지도 말라”고 제지했다. 설 최고위원은 “그럼 어떡하라고요?”라며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이정미 대표는 민주당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임시국회를 소집해 문을 걸어 잠근 채 회의를 해서라도 합의안을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민주당 의원들이 한국당을 설득하고 야 3당을 설득해 결과물을 가져오는 것을 기다리겠다”며 단식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날 손 대표를 찾은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도 “정개특위를 다시 활발하게 가동하겠다”며 단신 중단을 요청했지만 손 대표는 “그런 얘기 말고 민주당하고 바른미래당 3당 회동에서 연동형 비례대표 합의를 해서 오라”고 촉구했다. 전날 농성장을 찾았던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나이가 있어 주변에서 다들 손 대표의 건강을 많이 걱정하고 있다”며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민주당과 한국당 지도부가 출구 전략을 고심하고 있지만 해법 마련이 여의치 않다. 손·이 대표가 주장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의석수를 지금보다 50~60석 늘려야 한다. 국민의 반대 여론을 설득하는 소위 ‘총대’를 누가 메고, 과연 호응해줄지가 관건이다. 또 다른 방법은 현재 300석에서 253석인 지역구 국회의원을 200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를 100석으로 늘리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지역구 의원 53명을 줄이는 것은 헌법을 고치는 개헌보다 어렵다는 게 정설이다. 정치권 한 인사는 “소수 야당의 생존이 달려 있는 사안이라지만 이런 사정은 놔둔 채 이유 불문하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합의안을 만들어 오라고 요구하고 있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단식 끝까지 갑니다. 합의문 가져올 때까지 못 풉니다.”(손학규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5일째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국회 본관 중앙홀(로텐더홀)이 선거구제 개편 토론장이 되고 있다. 손·이 대표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지난 7일 예산안 처리에 전격 합의한 직후부터 연동형 비례대표 선거구제 도입을 요구하며 국회 본회의장 입구에서 단식농성 중이다.
지난 5월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 등 의원들의 단식농성이 정치권에선 드문 일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사뭇 다른 광경이 연출되고 있다. 올해 71세(1947년생)인 손 대표의 건강을 우려해 단식 중단을 당부하는 민주당, 한국당 지도부와 의원들의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건강을 우려하는 대화가 오간 뒤 주제는 자연스레 선거구제 개편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각 당의 첨예한 이해관계 때문에 대화는 매번 제자리를 맴도는 모습이다.
10일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직후 손 대표를 방문한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단식을 풀면 내가 책임지고 협상하겠다”고 설득에 나섰으나 손 대표는 “합의문을 가져와야 한다”며 완강히 버텼다. “왜 단식까지 하느냐”고 안타까워하자 손 대표는 “왜? 김영삼은, 김대중은 왜 단식했는데…”라고 응수했다. 그러면서 “나는 건강하다. 건강하니까 오래 끌다가 죽을 때 되면 합의하라”고 받아쳤다.
선거구제 개편으로 주제가 옮겨가자 양당의 견해차는 분명해졌다. 이 대표는 “정치개혁특위에 입법권까지 줘가면서 합의안을 만들자고 했으면 거기서 안 만들고, 민주당은 그에 맞춰 선거법을 개정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설득에 나섰지만 손 대표는 요지부동이었다.
대화를 지켜보던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이 “의석수를 늘리는 데 반대하는 국민이 있어서 안 풀린다”고 하자 손 대표는 “의석수 얘기는 하지도 말라”고 제지했다. 설 최고위원은 “그럼 어떡하라고요?”라며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이정미 대표는 민주당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임시국회를 소집해 문을 걸어 잠근 채 회의를 해서라도 합의안을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민주당 의원들이 한국당을 설득하고 야 3당을 설득해 결과물을 가져오는 것을 기다리겠다”며 단식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날 손 대표를 찾은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도 “정개특위를 다시 활발하게 가동하겠다”며 단신 중단을 요청했지만 손 대표는 “그런 얘기 말고 민주당하고 바른미래당 3당 회동에서 연동형 비례대표 합의를 해서 오라”고 촉구했다. 전날 농성장을 찾았던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나이가 있어 주변에서 다들 손 대표의 건강을 많이 걱정하고 있다”며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민주당과 한국당 지도부가 출구 전략을 고심하고 있지만 해법 마련이 여의치 않다. 손·이 대표가 주장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의석수를 지금보다 50~60석 늘려야 한다. 국민의 반대 여론을 설득하는 소위 ‘총대’를 누가 메고, 과연 호응해줄지가 관건이다. 또 다른 방법은 현재 300석에서 253석인 지역구 국회의원을 200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를 100석으로 늘리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지역구 의원 53명을 줄이는 것은 헌법을 고치는 개헌보다 어렵다는 게 정설이다. 정치권 한 인사는 “소수 야당의 생존이 달려 있는 사안이라지만 이런 사정은 놔둔 채 이유 불문하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합의안을 만들어 오라고 요구하고 있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