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핵심 피고인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첫 재판이 검찰과 변호인 간 팽팽한 기싸움으로 시작됐다.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36부(부장판사 윤종섭) 심리로 열린 임 전 차장의 직권남용 등 혐의에 대한 1차 공판 준비기일에서 검찰과 임 전 차장 측 변호인은 검찰의 사건 기록 공개 여부를 놓고 공방을 이어갔다.

변호인은 “검찰은 증거 기록 범위를 전체의 40% 정도로 제한했는데 7만 쪽에 달하는 기록 중 40%는 의미가 없다”며 “사건 실체 파악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검찰이 기록을 다 공개하지 않아 피의자 방어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검찰은 “수사가 진행 중이고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어 일부 제한했다”며 “법에 따라서 진행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변호인 측은 또 검찰이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반해 공소가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란 검사가 기소할 때 원칙적으로 공소장 하나만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검찰이 제출한 공소장에는 임 전 차장의 일본군위안부, 전교조, 국가정보원 등과 관련한 혐의 내용이 나열돼 있어 원칙에 위배된다는 게 변호인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검사 측은 “이 사건은 수년에 걸쳐 은밀히 이뤄졌고 공소사실을 특정하기 위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준비기일까지) 변호인 측이 공소사실 인정 여부 의견을 진술해달라”며 “변호인이 공소사실에 대한 법률상 의견도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기각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재판을 진행하겠다는 의미다. 임 전 차장의 2차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19일 오후 2시다.

고윤상/이인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