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오물분쇄기' 온라인서 버젓이 유통·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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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대 설치 음식물 분쇄기
20% 미만 하수구 배출 허용
업체들 불법 개조해 100% 배출
아파트서 잇따라 역류 신고 발생
하수관 막힘 주범으로 떠올라
정부, 단속 손 놓은 채 방관
20% 미만 하수구 배출 허용
업체들 불법 개조해 100% 배출
아파트서 잇따라 역류 신고 발생
하수관 막힘 주범으로 떠올라
정부, 단속 손 놓은 채 방관
“반드시 인증받은 음식물분쇄기(주방용 오물분쇄기)만 사용해주세요.”
10일 경기 광명시의 한 아파트단지 게시판에는 이처럼 오물분쇄기 사용을 자제해달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오물분쇄기에서 잘게 쪼개진 음식물 쓰레기가 각 가정 싱크대 하수구를 타고 내려가면서 찌꺼기가 쌓여 관로가 막히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아파트 1~2층 입주민으로부터 싱크대가 역류한다는 신고가 급증했는데 배수관을 뜯어보면 분쇄되지 않은 음식물 쓰레기로 꽉 차 있는 걸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음식물 쓰레기를 갈아서 하수구로 바로 내려보내면 된다는 식으로 홍보하는 불법 오물분쇄기로 인해 수질오염과 소비자 피해가 늘고 있지만 환경부 등 관련 부처는 사실상 단속에 손을 놓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7월16일부터 31일까지 네이버 G마켓·옥션 11번가 인터파크 쿠팡 등 5대 온라인 유통업체에서 판매 중인 주방용 오물분쇄기 247개를 조사한 결과 환경부 인증이 만료·취소됐거나 아예 인증조차 받지 못한 불법 제품이 62%(154개)에 달했다. 환경부는 2012년 10월부터 음식물 쓰레기의 20% 미만을 하수구로 배출하는 가정용 오물분쇄기에 대해 인증을 거쳐 일반에 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즉 오물분쇄기를 사용하더라도 전체 중량의 80%에 해당하는 고체 쓰레기는 따로 전용 봉투에 담아 배출해야 한다.
문제는 판매업자들이 이를 감추고 “귀찮게 음식물 쓰레기를 밖으로 들고 나갈 필요가 없다”며 각 가정 내 하수구로 100% 내려보내면 된다고 홍보한다는 것이다. 7월부터 오물분쇄기를 사용했다는 문모씨는 “분쇄 이후 80%의 음식물 찌꺼기를 직접 처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4개월간 사용했지만 별다른 문제를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은 5개 유통업체와 협력해 불법 제품 판매와 부당 광고를 차단했다고 밝혔지만 지금도 온라인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포털사이트에서 ‘음식물 분쇄기’를 검색한 결과 리스트 상단에 노출된 한 제품 광고에는 “밖에 나가서 버리실 필요가 없습니다. 즉시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해드립니다”라고 명시돼 있었다.
단속 권한이 있는 환경부는 인력 부족 등을 들어 손을 놓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인터넷에 끊임없이 올라오는 광고를 모두 단속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불법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도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인증제도 소비자의 혼란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불법 오물분쇄기 가운데 KC마크가 붙어 있는 제품이 적지 않다. 해당 제품을 사용해온 정모씨(55)는 “소비자 입장에선 KC인증만 있어도 정상 제품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했다. 환경부 측은 “전기시설의 안전을 검증하는 KC인증과 분쇄기의 성능을 검증하는 한국상하수도협회 인증은 분리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10일 경기 광명시의 한 아파트단지 게시판에는 이처럼 오물분쇄기 사용을 자제해달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오물분쇄기에서 잘게 쪼개진 음식물 쓰레기가 각 가정 싱크대 하수구를 타고 내려가면서 찌꺼기가 쌓여 관로가 막히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아파트 1~2층 입주민으로부터 싱크대가 역류한다는 신고가 급증했는데 배수관을 뜯어보면 분쇄되지 않은 음식물 쓰레기로 꽉 차 있는 걸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음식물 쓰레기를 갈아서 하수구로 바로 내려보내면 된다는 식으로 홍보하는 불법 오물분쇄기로 인해 수질오염과 소비자 피해가 늘고 있지만 환경부 등 관련 부처는 사실상 단속에 손을 놓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7월16일부터 31일까지 네이버 G마켓·옥션 11번가 인터파크 쿠팡 등 5대 온라인 유통업체에서 판매 중인 주방용 오물분쇄기 247개를 조사한 결과 환경부 인증이 만료·취소됐거나 아예 인증조차 받지 못한 불법 제품이 62%(154개)에 달했다. 환경부는 2012년 10월부터 음식물 쓰레기의 20% 미만을 하수구로 배출하는 가정용 오물분쇄기에 대해 인증을 거쳐 일반에 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즉 오물분쇄기를 사용하더라도 전체 중량의 80%에 해당하는 고체 쓰레기는 따로 전용 봉투에 담아 배출해야 한다.
문제는 판매업자들이 이를 감추고 “귀찮게 음식물 쓰레기를 밖으로 들고 나갈 필요가 없다”며 각 가정 내 하수구로 100% 내려보내면 된다고 홍보한다는 것이다. 7월부터 오물분쇄기를 사용했다는 문모씨는 “분쇄 이후 80%의 음식물 찌꺼기를 직접 처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4개월간 사용했지만 별다른 문제를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은 5개 유통업체와 협력해 불법 제품 판매와 부당 광고를 차단했다고 밝혔지만 지금도 온라인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포털사이트에서 ‘음식물 분쇄기’를 검색한 결과 리스트 상단에 노출된 한 제품 광고에는 “밖에 나가서 버리실 필요가 없습니다. 즉시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해드립니다”라고 명시돼 있었다.
단속 권한이 있는 환경부는 인력 부족 등을 들어 손을 놓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인터넷에 끊임없이 올라오는 광고를 모두 단속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불법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도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인증제도 소비자의 혼란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불법 오물분쇄기 가운데 KC마크가 붙어 있는 제품이 적지 않다. 해당 제품을 사용해온 정모씨(55)는 “소비자 입장에선 KC인증만 있어도 정상 제품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했다. 환경부 측은 “전기시설의 안전을 검증하는 KC인증과 분쇄기의 성능을 검증하는 한국상하수도협회 인증은 분리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