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안전자산’ 투자자가 승리한 해였다. 주요 투자 자산 가운데 채권이 가장 높은 수익률을 냈고, 주식시장에서도 선진국이 신흥국보다 비교적 선방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안전자산 수익률이 위험자산을 앞설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에다 미·중 무역분쟁 여파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브라질·미국 펀드 선방

채권이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가운데 주식시장 투자자들은 손해를 면치 못했다. 10일 한국거래소와 코스콤에 따르면 코스피지수가 15.88% 떨어진 것을 비롯해 코스닥지수(-14.16%), 중국 상하이종합지수(-21.20%), 일본 닛케이225지수(-4.77%) 등이 모두 하락했다.

특히 미국과의 무역분쟁 영향을 직접 받은 중국 증시 하락폭이 컸다. 빈센트 찬 크레디트스위스 중국·홍콩 리서치헤드는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되면서 중국 증시가 다시 상승장에 돌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 정부의 디레버리징(부채 감축) 정책, 그림자금융 단속 등으로 경기 활력이 둔화됐다”고 분석했다.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펀드들도 실망스러운 수익률을 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7일까지 중국 펀드는 원금 대비 19.62% 떨어졌다. 해외 펀드 중 가장 나쁜 성적이다. 인도 펀드(-13.72%), 일본 펀드(-9.50%) 등도 손해를 봤다. 반면 브라질 시장에 투자하는 펀드는 4.66%의 수익을 냈다. 해외 펀드 중 1위다. 정치적 불안정성이 해소되며 반등했기 때문이다. 미국 펀드(1.63%), 러시아 펀드(1.03%) 등은 가까스로 수익을 냈다.

미국 달러화에 투자한 ‘환테크족’은 올해 2.37%의 수익을 봤다. 지난해 말 1091원90전이었던 원·달러 환율이 지난 7일 1117원80전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10% 가까운 손해를 본 것과 비교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달러’와 ‘채권’에 주목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내년 재테크 키워드로 달러와 채권을 제시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지만 채권 금리는 하락(채권 가격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서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금리 인상이 상반기까지 이어지고, 그때마다 시장의 불확실성은 커질 것”이라며 “당분간 안전자산 선호로 채권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식보다는 채권, 한국 채권보다는 미국 채권에 투자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달러 직접 투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과 미국 기준금리가 역전되면서 미국 국채 수익률이 한국을 넘어섰다”며 “회사채는 미국 회사채뿐 아니라 같은 한국 기업이라도 달러 표시 채권이 원화 채권보다 1~2%포인트 높은 경우도 많아 달러로 직접 투자하는 것이 수익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기아차의 달러 표시 채권 수익률(2026년 만기)은 4.40%로, 원화 채권 2.25%를 웃돈다.

내년에도 주식시장에선 수익을 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오 센터장은 “미국 증시를 끝으로 지난 10여 년간 이어진 글로벌 상승장이 마무리됐다”며 “내년엔 지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그간 주목받지 못한 소외주가 번갈아 오르는 전형적인 약세장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가는 당분간 하향 안정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해도 미국의 셰일가스 공급이 늘고, 글로벌 경기 둔화 때문에 원유 수요가 줄어 가격이 오르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