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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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식거래가 재개되면서 제약·바이오주가 흥행 불씨를 다시 지피나 했지만 셀트리온헬스케어가 금융감독원의 회계감리를 받는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상승 동력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11일 오전 11시10분 현재 코스피시장에서 의약품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36.08포인트(2.97%) 오른 1만1790.73을 기록했다. 코스닥시장의 제약업종지수는 26.18포인트(-0.30%) 빠진 8766.91를 기록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의 제약·바이오 업종지수가 엇갈린 행보를 보이는 이유는 두 시장의 양강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이날 각각 호재와 악재를 동시에 내놨기 때문이다.

고의 분식 회계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 유지 결정을 받았다. 전날 한국거래소는 기업심사위원회를 열어 삼성바이오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유지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는 지난달 14일 주식 거래 매매가 정지된 지 19거래일 만인 이날 오전 9시부터 거래가 재개됐다.

거래소 측은 "경영 투명성과 관련해 일부 미흡한 점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제출한 개선 계획 등을 고려해 상장 유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는 전날 기업심사위에 참석해 감사 기능과 내부 회계 관리 제도를 강화한다는 내용의 개선 계획을 제출했다. 거래소는 앞으로 3년간 삼성바이오가 개선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결정으로 시가총액 22조원의 제약·바이오주의 대표 기업이 상장폐지될지도 모른다는 시장 불확실성이 걷히게 됐다. 이 회사 주식을 가진 소액 주주 8만명의 광범위한 피해 우려도 사라지게 됐다.

증권업계에서는 "예상됐던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우조선해양, 한국항공우주 등 분식 회계가 드러난 뒤에도 상장폐지되지 않은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거래 재개 시기 면에서는 "예상보다 빨랐다"는 의견이다.

홍가혜 대신증권 연구원은 "앞서 최근 금융당국의 연구개발비 회계 처리 가이드라인 및 보완책 제시와 더불어 금일 삼성바이오로직스 거래 재개로 회계 관련 디스카운트 요인이 차례로 해소되면서 제약·바이오 섹터의 반등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6만4000원(19.13%) 오른 39만8500원에 거래 중이다. 장 초반 20% 넘는 급등세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회계감리 소식이 들려오면서 일부 제약·바이오 업종의 투자심리는 얼어붙었다. 같은 시간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전날보다 4500원(5.53%) 내린 7만6900원을 기록 중이다. 셀트리온(-5.41%), 셀트리온제약(-3.49%)도 하락세다.

이날 한 언론은 금감원이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 감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올 2분기 영업손실을 숨기기 위해 국내 판매권을 셀트리온에 되판 금액 218억원을 매출로 처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분식회계 여부에 따라 향후 제약·바이오 업종의 주가가 출렁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재익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업종의 주가추이를 보면 개별 종목별 독립된 움직임보다는 업종의 투자심리(방향성)에 따라 함께 움직인다"고 분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도 향후 업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법정 공방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 14일 증권선물위원회가 고의 분식회계 결정을 내리고 검찰 고발과 함께 과징금 80억원, 재무제표 수정, 대표이사 해임 권고를 하자 행정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을 서울행정법원에 냈다. 서울행정법원은 오는 19일 삼성바이오의 집행정지 신청과 관련한 심문기일을 연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식거래 재개는 재산권 보호 문제 등 주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결론이지, 분식회계를 하지 않았다는 판단을 다룬 것은 아니다"라고 짚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