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회계사들의 절반 이상이 성수기 때 12시간 이상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청년공인회계사회와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회계사들의 노동 환경 실태조사 결과, 회계사들의 52.7%가 성수기 때 12시간 이상 근무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회계사들의 성수기는 기업의 감사보고서(1~3월)와 반기 검토 보고서(7~8월) 업무가 몰리는 시기다. 이번 설문조사는 회계사 600명이 참여, 지난달 19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됐다.

12시간 이상 근무한다고 답한 이들 중 15시간 이상 일하는 회계사들도 31.8%에 달했다. 1년 중 5개월이나 과잉 근무를 이어가는 셈이다.

특히, 빅4(삼일·삼정·안진·한영)회계법인에서 근무하는 회계사들의 노동 강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빅4 회계법인 회계사들이 업무 성수기 때 15시간 이상 일한다고 답한 비율은 32%였다.

전체 회계사별로는 3~5년차의 업무가 과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니어 직급이 업무 성수기 때 하루 15시간 일하는 비율은 39.4%에 달했다. 입사 1~2년차인 주니어 중 34.2%도 15시간 이상 근무한다고 답했다.

이에 업무 성수기 때 한 주 평균 법정 노동 한도 시간인 주 64시간을 초과하는 회계사들은 81.9%나 됐다. 80시간을 초과해 노동하는 회계사들의 비중은 55.7%로 나타났다.

높은 노동강도로 업무가 만족스럽지 않다고 밝힌 회계사들도 10명 중 8명에 달했다. 회계사 중 83.3%는 현재 근무시간이 가정생활이나 사회생활을 영위하기에 적당하지 않다고 답했다.

사무금융 노조 관계자는 "대형 회계법인에 다니는 직급이 낮은 회계사일수록 1년에 5개월은 법정 근로시간을 넘기며 일하고 있는 것"이라며 "탄력적 근로기간제가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늘어나도 회계법인은 근로기준법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고 밝혔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