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출석 당시 "진실 밝혀지길 바랄뿐"…불기소로 혐의 벗어
일각선 "불기소 처분이 '혜경궁 김씨' 아니라는 뜻은 아냐"
김혜경씨 '혜경궁 김씨' 늪에서 극적 탈출
이른바 '혜경궁 김씨'의 늪에 빠졌던 김혜경 씨가 기소의 '문턱'에서 극적으로 탈출하게 됐다.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이 아니라, 아예 재판에 넘겨지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김씨는 법적인 측면에서는 혐의를 사실상 완전히 벗게 됐다.

하지만 일각에선 불기소 처분은 형사처벌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일 뿐, "김씨는 '혜경궁 김씨'가 아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순 없다는 의견도 있어 '심정적 의혹'은 앙금처럼 남을 전망이다.

올해 4월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고발로 촉발된 '혜경궁 김씨' 트위터 사건은 네티즌 수사대의 의혹 제기로 처음부터 모든 화살이 김씨로 향했다.

수사를 맡은 경찰이 미국 트위터 사에 로그 기록을 요청했다가 거부당하면서 이미 '스모킹 건'은 확보할 수 없게 됐다.

열악한 상황에서 전방위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김씨와 '혜경궁 김씨'를 동일인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증거를 찾아내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다.

결정적 증거로 제시된 것은 '혜경궁 김씨' 트위터와 김씨 카카오스토리, 이재명 경기지사 트위터에 비슷한 시간대 같은 사진이 게시된 여러 건의 사례와 김씨의 휴대전화 교체 시점, '혜경궁 김씨' 트위터에 등록된 g메일 계정 아이디와 같은 포털 다음 아이디 탈퇴 직전의 마지막 접속지가 김씨의 성남 자택이라는 점 등이었다.
김혜경씨 '혜경궁 김씨' 늪에서 극적 탈출
김씨가 기존에 사용하던 휴대전화 단말기를 수사기관에 제출하지 않은 점도 의심을 사기 충분했다.

여러 정황이 김씨와 '혜경궁 김씨'는 동일인이라는 데 모였다.

이로 인해 검찰 기소도 정해진 수순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검찰이 '증거 부족', '공소유지 불가' 판단을 내리고 불기소 처분하면서 김씨는 일단 8개월간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던 '혜경궁 김씨' 의혹에서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나승철 변호사는 불기소 처분 결과에 대해 "사필귀정 아니겠냐. 딱히 할 말이 없다"고 짧게 소감을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했다고 해서 "김씨는 '혜경궁 김씨'가 아니다"는 의미로 볼 순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법적으로 무죄(not guilty)가 항상 잘못이 없다(innocent)는 뜻은 아니다'는 통설이 있다.

의심은 가지만, 죄를 물을 수 있을 정도의 증거가 없어 처벌하지 못할 때 쓰는 말이다.

검찰의 불기소 판단은 다분히 현행 형사소송법의 테두리에서 공소유지 가능성을 중심으로 이뤄진 것일 뿐 김씨가 의심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졌다고 보긴 어렵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한 수사기관 관계자는 "검찰 판단은 김씨를 '혜경궁 김씨'라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뜻이지 김씨는 '혜경궁 김씨'가 아니라고 못 박은 것은 아니다"며 "불기소 처분을 무결하다(innocent)는 것과 동일시 하기엔 근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애초 이번 사건이 형사적인 측면 보단 이 지사측의 도덕성과 직결된 정치적인 사안이다 보니, 불기소 처분에도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의견도 있다.

수원지검 관계자는 "김씨를 '혜경궁 김씨'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은 반대로 김씨는 '혜경궁 김씨'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김혜경씨 '혜경궁 김씨' 늪에서 극적 탈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