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정원 프로젝트의 핵심 시설은 지상의 햇빛을 지하로 끌어들여 다양한 식물이 자랄 수 있도록 하는 ‘태양광 채광시스템’이다. 2개 거울을 이용해 태양광을 고밀도로 집광한 후 특수 제작한 렌즈를 통해 전송하는 원격채광 방식이다. 서울시는 총 8개 채광시스템을 통해 햇빛이 지하로 스며들도록 할 계획이다. 종각역 지하광장은 지하공간으로는 드물게 규모가 큰 광장 형태이고 높이도 5m 정도다. 김학진 서울시 안전총괄본부장은 “지상부에 광장이 있어 일조환경이 좋은 점 등을 고려해 ‘자연광을 이용한 지하정원’을 조성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식물을 키우는 정원은 전체 공간의 6분의 1 규모(145㎡)다. 이 지하정원에는 광량이 많아야 재배 가능한 레몬트리, 오렌지나무 등 과실수와 함께 이끼 같은 음지식물도 심을 예정이다. 다양한 식물을 통해 사계절 내내 푸른 ‘도심 속 작은 식물원’으로 조성할 방침이다. 정원 사이에는 식물 체험·교육, 공연, 모임, 직장인 힐링 프로그램(요가, 명상 등) 등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들어선다.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종각역 지하 유휴공간 재생 프로젝트’에 대한 기본·실시 설계를 연말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착공 시점은 내년 2월이다. 시는 지하정원 조성 후 모니터링 등 데이터 축적 과정을 거쳐 ‘자연광에 의한 지하정원’을 국제표준화기구(ISO)에 인정 추진할 계획이다. 또 지하정원 연구개발(R&D) 기술에 대한 국내외 정책 수출 가능성 여부도 검토할 방침이다. 김학진 본부장은 “지하정원은 단순한 경관개선이 아니라 지하 유휴공간의 선도적인 재생모델”이라며 “혁신적인 생태 공간으로 조성해 시민들이 지하에서도 푸른 정원에서 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