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여주시에 있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연수원을 리모델링하는 데 정부 예산 12억원이 투입된다. 민간 단체인 한국노총이 소유한 건물을 개·보수하는 데 국민 혈세를 쓰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1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년도 고용노동부 예산에 ‘노동단체 노후시설 개선지원’을 목적으로 12억원이 최종 편성됐다. 고용부 관계자는 “여주에 있는 한국노총 중앙연수원이 낡아 이를 개·보수하기 위한 비용”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정부안에는 없었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한국노총 출신 의원들의 요구로 추가됐다.

지난달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 속기록을 보면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국노총 연수원 리모델링을 정부 예산으로 해달라고 요구하는 내용이 나온다. 한 의원은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을, 임 의원은 부위원장을 지냈다.

신보라 한국당 의원이 “여기에 세금을 투입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하자 임서정 고용부 차관은 “합리적인 노동운동이 경제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한국노총이 경제적 여력이 없기 때문에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워 해당 요구를 수용했다.

한국노총 연수원은 조합원들의 농성 장소로 많이 이용된다. 울산의 우레탄 생산업체인 KPX케미칼 조합원들이 2016년 임금협상이 결렬되자 이곳에서 93일간 농성을 벌인 적이 있다. 연수원은 시민·환경단체들의 교육 장소로도 활용된다.

고용부 예산 중 ‘노사동반성장 지원센터 건립지원’ 20억원도 정부안에 없었다 국회에서 새로 편성됐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맞춰 광주광역시에 노사 회의, 직업훈련 등을 위한 센터를 짓겠다는 것이다. 당시 환노위에서 “광주형 일자리 사업 협의가 잘 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설훈 민주당 의원의 “되기는 될 거다. 세워(편성해)놓으라”는 말 한마디에 정부 측 반대 없이 예산이 들어갔다. 정부 관계자는 “관계 부처 내에서 ‘지방자치단체 사업에 왜 중앙정부 예산을 투입하느냐’는 비판이 있었다”고 했다.

고용부 예산 중 청년·취약계층 지원 예산은 대폭 잘려나갔다. 청년 구직활동 지원금 437억원, 해외취업 지원 11억원, 취약계층 취업촉진 4억원 등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삭감됐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