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기자 칼럼] 노동행정, '아니면 말고 식' 안된다
요즘 노동시장의 화제는 단연 현대모비스다. 지난 9월 고용노동부의 정기 근로감독에서 일부 근로자 시급이 7530원을 밑돌아 최저임금법을 위반했다니 그럴 수밖에. 이 회사는 대졸 신입사원 연봉이 5700만원으로 알려진 세계 7위 자동차 부품사다. ‘설마’라는 의구심에 ‘왜’라는 호기심이 겹쳐 상승작용까지 나타나고 있다.

고용부 근로감독관은 특별사법경찰이다. 근로감독 결과 산업안전, 최저임금 등 노동관련법을 위반한 기업은 검찰 지휘를 받아 압수수색과 체포는 물론 구속까지 집행한다. 경찰과 다른 점은 사업주가 수사 대상이라는 것이다. 고용부는 현대모비스에 시정 조치를 내리고 검찰에 수사 지휘를 요청했다. 최저임금 산정 시간에 일하지 않는 주휴 시간도 포함한 고용부 행정 해석이 근거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주휴 시간은 최저임금 시급 계산 때 제외하라고 줄곧 판결해왔다. 검찰도 대법원 판결을 이유로 ‘현대모비스 불입건’을 고용부에 통보했다. 고용부는 결국 지난 7일 사법처리는 없던 일로 했다. ‘아니면 말고 식’ 노동행정이라는 비판을 받는 배경이다.

대법원·검찰은 아니라는데

현대모비스 사례는 최저임금 준수 여부를 판단하는 시급을 계산할 때 분모(근무시간)와 분자(급여)에 대한 시각차에서 비롯됐다. 분모는 주휴일처럼 일하지 않았지만 유급으로 처리하는 시간을 포함하느냐의 차이다. 법원은 제외, 고용부는 포함이다. 분자는 매달 지급하는 상여금은 포함되지만 격월 상여금은 제외된다. 현대모비스는 ‘상여금 매달 지급’으로 취업규칙을 바꿔 위반 소지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는 ‘꼼수’라고 반발하고 있다. 상여금이 분자에 포함되지 않으면 10.9% 오른 시급 8350원이 적용되는 내년 현대모비스의 위반 사례는 늘어나게 된다.

상식이나 합리도, 대법원 판결과 검찰도 모두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도 고용부는 왜 행정해석을 고집할까. 노동법과 고용부에 밝은 학자들은 세 가지를 들고 있다. 먼저 현장 근로감독 때 적용해온 최저임금 행정해석의 오류를 인정할 수 없어서라는 것이다. 고용부 유권해석으로 빚어진 통상임금 논란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에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최저임금 행정해석까지 인정하면 노동행정 불신은 물론 부처 불필요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양극화 심화 가져올 수도

고용부의 자가당착(自家撞着)도 거론된다. 고용부는 김영주 전 장관 시절 분모에 유급 휴일 시간을 포함하는, 다시 말해 시급으로 계산되는 최저임금이 낮아지는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해 절차를 밟고 있다. 이런 와중에 기존 해석에 어긋나는 조치를 취한다면 고용부 스스로 모순이었음을 자인하는 꼴이 된다. 상황 논리도 있다. 노동적폐 청산, 노조 와해 공작 처벌, 커진 노동계 목소리 등에 비춰 기업 편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옹호론이다.

기업이 없으면 일자리와 근로자도 없다. 착취의 주체와 객체로 노와 사를 가르던 시대는 지났다. 노동행정이 노와 사를 아울러야 하는 이유다. 노사가 납득할 수 있는 적정성을 담보해야 한다.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원’ ‘양극화 해소’라는 프레임에서 출발했다. 현대모비스 건은 대기업도 최저임금 위반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보여준다. 대기업 노조는 강력한 교섭력을 앞세워 임금 인상의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 반면 무노조 중견·중소기업은 언감생심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양극화 심화로 변질될 수 있다고 우려되는 까닭이다. ‘아니면 말고 식’ 노동행정은 이제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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