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이른바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이런 움직임이 현실화한다면 국내 게임업체 매출이 수조원 급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WHO는 내년 5월 총회에서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에 게임장애를 질병코드에 등재하는 안건을 논의한다. 이 안이 총회에서 승인되면 2022년 효력이 발생한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WHO가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면 한국도 곧장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12일 이덕주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제출한 ‘게임 과몰입 정책변화에 따른 게임산업의 경제적 효과 추정보고서’에 따르면 질병코드화로 인한 국내 게임시장 매출 감소액은 2023년 1조819억원, 2024년 2조1259억원, 2025년 3조1376억원으로 예상됐다. 해외 매출도 같은 기간 각각 6426억원, 1조2762억원, 1조9026억원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연구팀은 미국의 ‘흡연 중독’ 질병코드화 사례, 국내 셧다운제(청소년 게임시간 제한) 사례, 게임업계 종사자 의견 등을 종합해 이같이 추산했다.

게임산업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도 큰 것으로 전망됐다. 질병코드화가 무산된다면 국내 게임업계 종사자 수는 2025년 3만7673명까지 늘지만, 질병으로 인정되면 2만8949명에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조치가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대’와 ‘정부의 게임 관련 규제 강화’로 이어지는 것을 가장 우려했다.

질병코드화가 게임산업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를 정량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교수는 “규제로 산업 위축이 초래되지 않도록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며 “산업계도 적극적인 의견 개진과 대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