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보석' 논란 이호진 전 회장 법원 밖에서 "죄송하다" 법정에선 "보석은 정당한 법 집행의 결과"
'황제보석' 비판을 받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2차 파기환송심 첫 번째 공판이 끝난 뒤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은 7년 넘게 병보석 상태로 있으면서 흡연과 음주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비난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는 법정에서는 “보석은 정당한 법 집행의 결과”라며 특혜 의혹을 부인했다.

12일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재판장 오영준)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에 대한 2차 파기환송심 첫 재판을 열었다. 이날 법정에선 이 전 회장의 보석 취소 여부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단이 논쟁을 벌였다. 건강 악화를 이유로 보석 허가를 받은 그가 음주와 흡연을 했다는 언론 보도가 지난 10월 나온 이후 검찰은 지난달 13일 재판부에 '보석취소 검토 요청서'를 제출했었다.

보석이란 법원이 정한 보증금을 납부하고, 재판 출석 등을 약속하는 조건으로 구속기소된 피고인을 석방하는 제도다. ‘피의자에 대한 수사는 불구속 상태에서 함을 원칙으로 한다’는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녹아든 제도로 평가된다. 대법원에서 제공하는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보석 허가율은 33.0%이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해보인다며 보석 취소를 주장했다. 검찰은 “전국 교도소·구치소에 암 환자가 288명 수용돼 있고 이 가운데 이 전 회장과 같은 간암 환자가 63명”이라며 “구속 상태에서도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향후 중형이 예상돼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높다는 말도 덧붙였다.

변호인단은 불구속 재판 원칙을 들면서 즉각 반발했다. 변호인은 “가난한 분들이나 다른 분들이 보석이 안 될 경우 이런 문제를 지적해서 불구속 재판이 되도록 해야지 이걸 특혜라고 해서는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가 언론과 여론에 영향을 받지 말고 판단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이 전 회장의 건강 논란에 대한 해명도 있었다. 변호인은 이 전 회장이 여전히 병원 진료와 약물 처방이 필요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다만 개인 건강기록은 프라이버시라 비공개 재판에서 공개하겠다고 밝혀 방청객들과 취재진들에게 공개되진 않았다.

앞서 2011년 400억원대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 전 회장은 간암과 대동맥류 질환을 이유로 보석 결정을 받았었다.

이날 오전엔 한 시민단체가 서울고법 앞에서 이 전 회장의 구속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재판이 끝난 후 취재진 앞에서 “이번 일을 포함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는 말을 남긴 채 차로 향하는 이 전 회장 등 뒤에선 일부 시민이 “이호진 구속하라” “이호진 건강하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 전 회장의 보석 취소 여부는 다음달 16일 이전에 결정될 전망이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