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9일 개봉하는 할리우드 영화 ‘아쿠아맨’.
오는 19일 개봉하는 할리우드 영화 ‘아쿠아맨’.
바다 속에서 엄청난 속도로 헤엄치며 물고기들과 대화를 나눈다. 힘은 천하장사고 피부는 총탄으로도 뚫리지 않는다. 반은 인간이고 반은 아틀란티스(해저제국) 사람으로 바다와 육지의 가교 역할을 할 유일한 인물이다. 할리우드 슈퍼히어로 중 드물게 수중 세계를 지배하는 아쿠아맨이 바로 그다.

오는 19일 개봉하는 ‘아쿠아맨’은 1941년 출간된 DC코믹스 만화와 2011년 나온 제프 존스의 아쿠아맨 시리즈를 합친 이야기다. 왕좌를 놓고 형제끼리 다투는 기둥 줄거리는 ‘천둥의 신 토르’의 해양 버전 같다.

첨단 해저문명을 구축한 아틀란티스의 여왕(니콜 키드먼 분)이 정략결혼을 하기 싫어 육지로 도망쳤다가 등대지기와 사랑에 빠져 아쿠아맨(제이슨 모모아 분)을 낳는다. 이후 붙잡혀 아틀란티스로 돌아가 옴 왕을 낳으면서 비극이 시작된다. 아쿠아맨의 이부(異父) 동생인 옴 왕(패트릭 윌슨 분)은 바다를 오염시키는 인간 세상을 멸망시키려고 한다. 왕좌의 라이벌인 아쿠아맨도 제거하려 한다. 아쿠아맨은 옴과 싸울 힘을 얻기 위해 삼지창을 찾아 나선다. 아쿠아맨의 여정에는 옴 왕의 정략결혼 상대자인 메라(엠버 허드 분)가 동행한다. 모험을 통해 자신의 소명을 깨달아가는 할리우드 영웅 이야기의 전형적인 패턴이다.

메라와 아틀란티스 여왕은 사랑 없는 결혼을 거부한다는 점에서 둘 다 현대적 여성 캐릭터다. 그들은 웬만한 병사들은 거뜬히 해치우고 자신을 지킬 수 있을 만큼 무술실력도 뛰어나다. 두 여성이 몸소 선택한 남자들은 권력욕에 갇힌 인물이 아니다. 다른 세상(지상)에서 마음이 가는대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아쿠아맨과 그의 아버지다. 옴 왕은 다른 세상의 남자와 결혼해 아이를 낳은 자신의 어머니마저 응징한다. 그것이 왕국의 룰이라면서.

순혈인 옴 왕은 배타적이지만 혼혈인 아쿠아맨은 포용적이다. 영화는 낯선 세계와 사람에 대한 편견을 질타하고 관용과 포용을 촉구한다. 바다와 육지를 모두 다스릴 수 있는 진정한 왕은 두 세계를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아쿠아맨이 삼지창의 소재를 알아낼 때도 그리스, 로마 역사에서 힌트를 얻는다. 지상 세계에 대한 지식이 해저왕국의 왕에게 필요한 자질이다.

아틀란티스 문명을 눈부신 비주얼로 표현한 것이 이 영화의 매력이다. 가라앉은 지상문명과 함께 새로 건설된 해저문명의 모습은 휘황찬란하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