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표결 연기한 메이, 비준안 가결 위해 EU에 협조 요청
투스크 "英 돕기 원하나 문제는 방법"…EU "재협상은 안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합의문에 대한 영국 의회의 비준동의 표결을 전격 연기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11일 오후 브뤼셀을 방문,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의장을 만나 브렉시트 합의문에 대한 재협상 가능성을 타진했다.

메이 총리는 이 자리에서 브렉시트 이후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 간 국경문제에 대한 영국 내부의 우려를 전달하고 이를 해소해 비준 동의안이 영국 의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EU와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하드 보더(Hard Border·국경 통과 시 통행 및 통관절차를 철저히 적용하는 것)'를 피하기 위해 당분간 영국 전체를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안전장치(backstop)'를 두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영국 내부의 브렉시트 강경파들은 EU가 합의해주지 않으면 영국이 EU 관세동맹을 자발적으로 탈퇴할 수 없게 돼 EU에 계속 종속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면서 EU와 타결한 브렉시트 합의문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메이 총리는 영국 의회에서 브렉시트 합의문 비준 동의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커지자 10일 의회 표결을 하루 앞두고 전격적으로 표결 연기를 선언한 뒤 브뤼셀을 방문해 논란이 되는 '안전장치'에 대해 EU 측과 재협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투스크 의장은 이날 메이 총리를 만난 뒤 EU는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합의문에 대한 의회 비준 동의를 받도록 도울 의사가 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선 메이 총리와 이견을 보였음을 시사했다.

투스크 의장은 이날 회동 뒤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EU 정상회의에 앞서 메이 총리와 오랜 시간 솔직한 논의를 가졌다"면서 "분명한 것은 EU 27개국은 (메이 총리를) 돕기를 원하지만 문제는 '어떻게'이다"라고 적었다.
메이 총리는 이날 브뤼셀 방문에 앞서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와 조찬 회동을 한 뒤 독일 베를린을 방문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만나 브렉시트 합의문 재협상에 대한 협조를 구했다.

메이 총리의 이 같은 요구에 대해 EU 측은 이날 브렉시트 합의문 재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재강조했다.

다만 EU 측은 브렉시트 합의 내용을 더 명확히 하도록 하기 위한 협의는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투스크 의장은 이날 메이 총리와의 회담에 앞서 영국이 브렉시트 합의문을 비준하도록 돕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오는 13, 14일 EU 정상회의를 소집했기 때문에 EU는 영국과 브렉시트 합의에 대해 재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앞서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장클로드 융커 위원장도 이날 오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 연설에서 "우리가 타결한 합의는 유일하게 가능하고 최선의 합의다.

재협상의 여지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융커 위원장은 "영국의 EU 탈퇴 합의문을 다시 열지 않고 (합의 내용을) 더 명확하게 하는 것을 제공할 여지는 있다"고 말해 영국과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