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추풍낙엽'…반토막에 팔려나가는 지방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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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기반 붕괴한 거제·창원·울산
경매 반값낙찰 속출…깡통 우려도
경매 반값낙찰 속출…깡통 우려도
지방 경매 시장에 ‘반값 낙찰’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역 경제를 지탱하던 산업이 무너진 경남 거제·창원·울산 등에서다. 이들 지역에선 지난달부터 감정가의 30~50%대에 낙찰되는 주택이 줄줄이 등장하고 있다.
◆감정가 30~40%대 낙찰 속출
창원 마산합포구에서 지난 10월25일 진행된 경매에서는 구암동 구암대동타운 전용면적 59㎡가 감정가 1억7000만원의 34% 수준인 5812만원에 낙찰됐다. 지난달 같은 주택형은 1억4200만원에 실거래됐다. 전세 실거래가도 1억2000만원을 기록했다. 소비가 급속히 위축되면서 아파트뿐 아니라 상가도 반값 이하에 낙찰되고 있다. 지난달 15일 봉암동 산업용재공구상가의 전용 40㎡ 1개 호실은 감정가(1억2800만원)의 35%인 4500만원에 낙찰됐다.
거제에서도 감정가의 절반 이하 가격에 낙찰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옥포동 해바라기 아파트 전용 45㎡는 지난달 29일 감정가(7000만원)의 34%인 2365만원에 낙찰됐다. 수월동의 한 다세대빌라 전용 76㎡는 같은 달 22일 감정가 1억8000만원의 33%인 5878만원에 낙찰됐다. 오피스텔도 여러건 매물로 나와 40~50%대에 낙찰되고 있다. 지난달 장승포동 세홍펠리즈 전용 40㎡는 감정가(8000만원)의 42%인 3350만원에 낙찰됐다. 이달 6일 연초면 오비리의 한 오피스텔 전용 30㎡는 감정가(4300만원)의 52%인 2257만원에 낙찰됐다. 오비리의 오피스텔은 같은 건물 6개 호실이 경매에 동시에 등장해 50%대에 낙찰이 성사됐다. 주 수요층인 근로자 등이 대거 거제를 떠난 영향이다. 올해 전국 광역시도 중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떨어진 울산에서도 감정가의 절반 수준 낙찰이 쏟아졌다. 지난달 동구 방어동 현우피닉스 아파트 전용 69㎡ 아파트가 감정가 1억2400만원의 51%인 6350만원에 낙찰됐다. 서부동 현대패밀리서부아파트는 감정가(1억1800만원)의 58%인 6800만원에 낙찰됐다. 방어동 꽃바위현대 전용 59㎡는 감정가 1억6500만원의 55%인 9001만원에 낙찰됐다. 이 아파트의 같은 주택형은 지난달 8000만원에 전세가 거래됐다. 2년 전인 2016년 9월 실거래가는 전세 1억2500만원, 매매 1억5300만원이었다.
◆공급 과잉·기반 산업 붕괴에 추풍낙엽
거제·창원·울산은 올해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떨어진 지역들이다. 조선 자동차 기계산업이 위축되면서 일자리가 급속히 줄어든 영향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전국 아파트값이 0.27% 오르는 동안 거제는 21.33% 급락했다. 창원(-9.56%)과 울산(-9.22%)도 10% 가까이 하락했다. 같은 기간 서울은 7.93% 올랐다.
대출 이자 감당을 못하는 집주인이 늘면서 경매로 나오는 집도 늘어나는 추세다. 거제 주택 경매물건은 지난해 11월 17건에서 올해 11월 71건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울산에서도 같은 기간 주택 경매 건수가 6건에서 22건으로 크게 늘었다. 수요가 위축되면서 낙찰가율은 떨어졌다. 탱크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울산의 아파트 낙찰가율은 70.37%, 거제는 66.09%에 그쳤다. 창원 마산회원구는 56.1%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105.58%, 경기는 88.49%를 기록했다. 올들어 하락세로 전환한 부산의 아파트 낙찰가율도 82.12%로 높은 수준이다.
◆‘깡통전세’ 속출에 세입자 비상
이들 지역의 주택이 전세가격보다 낮은 수준에 낙찰됨에 따라 깡통 전세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창원 구암대동타운 전용면적 59㎡의 낙찰가격 5812만원은 1년전인 지난해 12월 전세가격 1억4000만원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당시 세입자를 구했다면 세입자는 전세보증금을 절반도 돌려받지 못하는 셈이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대항력이 있는 선순위면 울며 겨자먹기라도 경매에 참여해 전세보증금 수준으로 비싸게 매수하면 보증금을 지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항력 있는 선순위 임차인이 되기 위해서는 근저당권 설정 날짜보다 빠른 확정일자, 주민등록 전입신고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임차인이 대항력이 없을 경우에는 전세금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절호의 내집마련 찬스?
일각에서는 낙찰가격이 감정가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지금이 싸게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절호의기회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울산 아파트의 낙찰자 대부분은 그 지역에 사는 지역 주민이었다.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환경이 개선되는 등 악재가 해소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근거다. 올해 LNG운반선 발주 63척 가운데 53척을 국내 조선 3사가 수주했다. 김현 메리츠종금증권 기업분석팀장은 “LNG선박을 중심으로 국내 조선사들의 시장점유율이 늘었다”며 “향후 시장이 커지면 수주액이 내년에 더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증권업계는 내년에도 LNG선이 50척 이상 발주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아직 집을 매입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강 대표는 “조선사의 수주가 증가하더라도 일감 증가로 바로 연결되지 않는다. 수주한 뒤 일자리가 새로 생겨 지역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최소 1년 가량의 기간이 걸린다”며 “지금 경매에 뛰어드는 것은 빠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감정가 30~40%대 낙찰 속출
창원 마산합포구에서 지난 10월25일 진행된 경매에서는 구암동 구암대동타운 전용면적 59㎡가 감정가 1억7000만원의 34% 수준인 5812만원에 낙찰됐다. 지난달 같은 주택형은 1억4200만원에 실거래됐다. 전세 실거래가도 1억2000만원을 기록했다. 소비가 급속히 위축되면서 아파트뿐 아니라 상가도 반값 이하에 낙찰되고 있다. 지난달 15일 봉암동 산업용재공구상가의 전용 40㎡ 1개 호실은 감정가(1억2800만원)의 35%인 4500만원에 낙찰됐다.
거제에서도 감정가의 절반 이하 가격에 낙찰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옥포동 해바라기 아파트 전용 45㎡는 지난달 29일 감정가(7000만원)의 34%인 2365만원에 낙찰됐다. 수월동의 한 다세대빌라 전용 76㎡는 같은 달 22일 감정가 1억8000만원의 33%인 5878만원에 낙찰됐다. 오피스텔도 여러건 매물로 나와 40~50%대에 낙찰되고 있다. 지난달 장승포동 세홍펠리즈 전용 40㎡는 감정가(8000만원)의 42%인 3350만원에 낙찰됐다. 이달 6일 연초면 오비리의 한 오피스텔 전용 30㎡는 감정가(4300만원)의 52%인 2257만원에 낙찰됐다. 오비리의 오피스텔은 같은 건물 6개 호실이 경매에 동시에 등장해 50%대에 낙찰이 성사됐다. 주 수요층인 근로자 등이 대거 거제를 떠난 영향이다. 올해 전국 광역시도 중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떨어진 울산에서도 감정가의 절반 수준 낙찰이 쏟아졌다. 지난달 동구 방어동 현우피닉스 아파트 전용 69㎡ 아파트가 감정가 1억2400만원의 51%인 6350만원에 낙찰됐다. 서부동 현대패밀리서부아파트는 감정가(1억1800만원)의 58%인 6800만원에 낙찰됐다. 방어동 꽃바위현대 전용 59㎡는 감정가 1억6500만원의 55%인 9001만원에 낙찰됐다. 이 아파트의 같은 주택형은 지난달 8000만원에 전세가 거래됐다. 2년 전인 2016년 9월 실거래가는 전세 1억2500만원, 매매 1억5300만원이었다.
◆공급 과잉·기반 산업 붕괴에 추풍낙엽
거제·창원·울산은 올해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떨어진 지역들이다. 조선 자동차 기계산업이 위축되면서 일자리가 급속히 줄어든 영향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전국 아파트값이 0.27% 오르는 동안 거제는 21.33% 급락했다. 창원(-9.56%)과 울산(-9.22%)도 10% 가까이 하락했다. 같은 기간 서울은 7.93% 올랐다.
대출 이자 감당을 못하는 집주인이 늘면서 경매로 나오는 집도 늘어나는 추세다. 거제 주택 경매물건은 지난해 11월 17건에서 올해 11월 71건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울산에서도 같은 기간 주택 경매 건수가 6건에서 22건으로 크게 늘었다. 수요가 위축되면서 낙찰가율은 떨어졌다. 탱크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울산의 아파트 낙찰가율은 70.37%, 거제는 66.09%에 그쳤다. 창원 마산회원구는 56.1%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105.58%, 경기는 88.49%를 기록했다. 올들어 하락세로 전환한 부산의 아파트 낙찰가율도 82.12%로 높은 수준이다.
◆‘깡통전세’ 속출에 세입자 비상
이들 지역의 주택이 전세가격보다 낮은 수준에 낙찰됨에 따라 깡통 전세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창원 구암대동타운 전용면적 59㎡의 낙찰가격 5812만원은 1년전인 지난해 12월 전세가격 1억4000만원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당시 세입자를 구했다면 세입자는 전세보증금을 절반도 돌려받지 못하는 셈이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대항력이 있는 선순위면 울며 겨자먹기라도 경매에 참여해 전세보증금 수준으로 비싸게 매수하면 보증금을 지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항력 있는 선순위 임차인이 되기 위해서는 근저당권 설정 날짜보다 빠른 확정일자, 주민등록 전입신고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임차인이 대항력이 없을 경우에는 전세금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절호의 내집마련 찬스?
일각에서는 낙찰가격이 감정가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지금이 싸게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절호의기회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울산 아파트의 낙찰자 대부분은 그 지역에 사는 지역 주민이었다.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환경이 개선되는 등 악재가 해소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근거다. 올해 LNG운반선 발주 63척 가운데 53척을 국내 조선 3사가 수주했다. 김현 메리츠종금증권 기업분석팀장은 “LNG선박을 중심으로 국내 조선사들의 시장점유율이 늘었다”며 “향후 시장이 커지면 수주액이 내년에 더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증권업계는 내년에도 LNG선이 50척 이상 발주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아직 집을 매입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강 대표는 “조선사의 수주가 증가하더라도 일감 증가로 바로 연결되지 않는다. 수주한 뒤 일자리가 새로 생겨 지역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최소 1년 가량의 기간이 걸린다”며 “지금 경매에 뛰어드는 것은 빠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