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개발팀과 선행개발팀 연구원들. 왼쪽부터 김영재, 신문선, 윤소영, 우동우, 정세관 씨.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개발팀과 선행개발팀 연구원들. 왼쪽부터 김영재, 신문선, 윤소영, 우동우, 정세관 씨.
“삼성전자 공기청정기 ‘큐브’는 고전압을 이용한 정전기로 먼지를 한곳으로 모읍니다. 미세먼지를 99.9% 집진할 수 있는 비결입니다.”

미세먼지 차단율 99.999%. 대기 속에 0.3㎛(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먼지 10만 개가 있다고 가정했을 때 단 1개의 먼지를 제외하고 모든 먼지가 집진된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선행개발팀 윤소영 씨는 “개발 초기 단계에서는 기존 제품에 필터를 하나 더 추가하려고 했지만 막상 추가해 보니 오히려 먼지가 계속 쌓이면서 바람이 들고 나는 길이 막혀 정화된 공기가 순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먼지를 잘 거르면서도 공기 순환이 잘되는 새로운 필터를 만들자’고 의견이 모아졌다”고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하이브리드 집진필터’다. 대부분 공기청정기에 사용되는 집진필터는 정전기를 이용해 미세먼지를 모은다. 윤씨는 “하이브리드 집진필터는 집진필터에 고전압을 걸어 필터 섬유에 ‘정전기 유도 현상’을 일으켜 미세먼지를 강한 정전기력으로 모은다”며 “강한 전기장은 필터 속 세균까지 살균하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큐브의 ‘무풍 기술’은 개발자 김영재 씨가 착안한 기술이다. 그는 “겨울날 공기청정기에서 나오는 찬바람에 아이가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보고서 ‘무풍 기술’이 적용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개발팀은 시중에 출시된 다양한 공기청정기를 수집해 바람 속도를 측정했다. 대부분 바람속도는 초속 6~10m 정도였고, 실제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약풍도 초속 1~5m에 달했다. 같은 온도에서도 이 정도의 속도에서는 약 2~4도 정도 차게 느껴진다. 어린이나 노약자는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바람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개발팀은 무풍에어컨에 적용한 무풍 기술을 향상해 큐브 공기청정기에 적용했다.

김씨는 “큐브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은 ‘강한 풍량’ 모드로 어느 정도 공기질을 개선한 뒤 ‘무풍 모드’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무풍 모드로 바꾸면 바람 토출구가 다시 내부로 사라져 냉기는 물론 소음도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무풍 모드에선 소음이 22dB(도서관 권장 소음 45dB) 수준으로 떨어진다.

두 개의 모듈을 연결했을 때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을 완성하는 것도 관건이었다. 개발팀 신문선 씨는 “두 개의 모듈을 연결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수동으로 체크해야 했다”며 “개발자와 디자이너 모두 하루 최소 500번에서 1000번씩 제품을 들었다 놓으며 제품을 결합·분리해보는 작업을 반복했다”고 전했다. 신씨는 “일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놓고 다양한 실험을 거쳐 탄생한 디자인이 큐브”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