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추가 인상에 원재료값 상승까지 겹치면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의 커피값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기본 메뉴인 아메리카노 한 잔이 5000원에 육박하면서 "커피값이 밥값 수준"이라는 볼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커피업계 "인건비·임대료 올라 커피 가격 인상 불가피"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커피 프랜차이즈 엔제리너스는 커피 가격을 평균 2.7% 인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엔제리너스 아메리카노 스몰 사이즈는 기존 4100원에서 4300원으로, 카페라테는 4600원에서 4800원으로 인상된다. 이번 가격 인상은 2015년 이후 3년7개월 만이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커피'로 유명한 이디야 역시 이달부터 일부 음료 가격을 올렸다. 아메리카노는 2800원에서 3200원으로 400원이 올랐고, 카페라테와 카푸치노는 3200원에서 500원 인상한 3700원, 캐러멜마키아토 바닐라라테 카페모카 등은 3500원에서 3900원으로 올랐다. 4년2개월 만에 가격을 올렸지만, 음료 14종의 가격 인상폭은 10~15%에 달했다.
커피빈 역시 지난 2월 아메리카노 스몰 사이즈 가격을 4500원에서 4800원으로, 카페라테는 5000원에서 5300원으로 일부 메뉴 가격을 200~300원 인상했다.
엔제리너스와 이디야, 커피빈의 아메리카노 평균 가격은 4100원. 직장인이 편의점 또는 구내식당을 이용할 경우 점심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다.
커피전문점이 잇따라 음료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임대료와 최저임금 등 고정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매장이 강남·서초·중구 등 황금 오피스 상권 몰린 탓에 3000원대 메뉴로는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8월 원유(우유의 원재료) 가격 인상 역시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들은 "원부자재와 인건비, 임대료 등이 지속적인 상승함에 따라 불가피하게 일부 품목의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아예 비싸게 팔자"…커피 시장, 양극화되나
커피 가격이 오르면서 일부 커피전문점의 경우 아예 고가의 커피로 마니아층을 공략하는 경우도 있다. 커피 시장이 포화된 만큼 프리미엄 커피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선두업체인 스타벅스는 프리미엄 매장인 리저브(R) 매장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커피 가격은 보통 6500~7000원으로 일반 매장 아메리카노(4100원)에 비해 비싸지만, 일반 매장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리저브 원두와 전용 추출 기기 등을 접할 수 있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15개 리저브 매장을 운영한데 이어 올해 올해 상반기에만 15개 매장을 신규 오픈했다.
할리스커피도 최근 서울 종로구에 스페셜티 커피 전문 매장인 '할리스 커피클럽(센터포인트점)'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최상급 COE(Cup of Excellence) 커피를 맛볼 수 있다. 할리스는 2014년 처음 할리스 커피클럽를 선보인 뒤 올해에만 4곳을 추가 출점했다. 앞으로 꾸준히 할리스 커피클럽 매장 수를 늘릴 계획이다.
엔제리너스 역시 스페셜티 매장을 최근 13곳으로 늘렸고, 커피빈도 프리미엄 커피와 티를 제공하는 CBTL(The Coffee Bean & Tea Leaf) 매장을 운영 중이다.
반면, 프리미엄 커피 경쟁 속에 니치마켓(틈새시장) 파고드는 저가 커피전문점들도 등장하고 있다. 영세한 후발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인 키오스크를 두고 혼자 커피전문점을 하고 있는 한 사장은 "주변에 커피숍들이 많은 데다 편의점의 경우 1000원대에 아메리카노를 팔고 있어 가격을 900원대로 책정했다"라며 "팔아도 남는 게 없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손님들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이 늘고, 커피전문점 수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며 "그만큼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커피 시장이 양극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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