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노숙인에 생필품 나눔…따뜻한 금융 전하고 싶어"
올해로 10년째, 매월 첫째주와 셋째주 수요일이면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을 찾아 150여 명의 노숙인에게 생필품과 먹을 것을 나눠주는 컨설턴트가 있어 화제다. 그 주인공은 바로 김철순 삼성생명 컨설턴트(62·사진).

12월 삼성생명 서울지역단 사회공헌센터. 그곳에서 김 컨설턴트는 수북이 쌓아 놓은 양말과 장갑에 ‘올겨울 따뜻하고 행복하게 보내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붙이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떡도 사무실에 도착했다. 한파가 불어닥쳐 옷깃을 여미게 만들었지만, 김 컨설턴트는 목도리를 단단히 두르고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으로 향했다.

노숙인들이 점심때부터 몇 시간이고 기다린다는 것을 알기에 비가 오거나, 눈이 와도 단 한 번도 거른 적이 없다. 김 컨설턴트는 이곳에서 조금이나마 가진 것을 나누고 그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조용히 응원하고 있다.

“사랑은 받는 것보다 주는 게 더 기쁩니다. 이 기쁨은 나눠본 사람만이 알 수 있어요. 더 좋은 것, 더 필요한 것을 풍성하게 드리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김 컨설턴트는 33년차 베테랑이다. 급성간염으로 입원한 남편을 보며 집안 가장이 불행한 일을 겪게 됐을 때 남은 가족을 지켜줄 수 있는 것은 보험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보험으로 사람들의 미래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겠다고 확신해 삼성생명에 입사했다.

고객과 함께 인생을 설계하며 너무나 숨가쁘게 바쁜 나날을 보냈다. 새로 개장한 백화점, 지방에 있는 공단, 아이 손을 잡고 찾은 병원까지. 어디서든 고객을 만났고, 고객이 찾는다면 아무리 늦은 시간이라도 개의치 않았다. 항상 고객 입장에서 보험을 설계하는 것으로 유명해 지금은 고객이 다른 사람을 소개해줄 정도로 실력파 컨설턴트로 자리잡았다.

고객 만나기도 빠듯한 일정인데 김 컨설턴트는 어떻게 해서 마로니에공원을 찾게 됐을까? 그는 10년 전 추웠던 겨울밤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한다. “퇴근하는 중이었어요. 어느 노숙인이 웅크리고 남의 집 가게 앞에 누워 있었어요. 다음날 새벽 출근하는데 그분이 그때까지 계시더라고요. 그곳에서 밤을 새운 거죠. 한때 그분도 꿈이 있었고 희망이 있었을 텐데… 많이 안타까웠죠.”

그 광경을 목격한 뒤 김 컨설턴트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 가입은커녕 매일 생존의 갈림길에서 사는 이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을까?”

질병과 죽음이란 현실을 마주한 사람들이 세상을 꿋꿋하게 헤쳐갈 수 있도록 돕는 것 또한 컨설턴트로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길이라고 여긴 그는 사무실 근처에 있는 마로니에공원에서 조금이나마 가진 것을 나누기로 결심했다.

김 컨설턴트를 만난 노숙인들은 친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두 손을 꼭 잡고 감사의 인사를 건넨다. 이날 나눠준 장갑을 껴보고 나서는 ‘다음에는 내복을 주면 좋겠다’고 말하며 함께 웃기도 한다. 나눔을 실천하며 많은 사람과 기쁨을 함께하는 김 컨설턴트. 이분들이 비록 지금은 힘들더라도 다시 새출발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다.

“여기 계신 분 모두 열심히 살았던 젊은 날의 기억이 있을 거예요. 이곳에서 용기와 희망을 얻는다면 재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분들도 언젠가는 힘든 사람들을 위해 본인이 가진 것을 나누지 않을까요?”

컨설턴트로서 많은 사람의 행복을 위해 10년 동안 마로니에공원을 찾은 김 컨설턴트.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컨설턴트로서 가족사랑을 항상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그늘진 곳에 다가가 더 큰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날들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