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후회 막급?'…펀드매니저 그만두고 부동산 전업투자 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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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KB자산운용 부동산 펀드매니저
민경남 KN프로퍼티즈 대표 인터뷰
민경남 KN프로퍼티즈 대표 인터뷰
“왜 사표를 던졌느냐고요? 투자할 시간이 모자라서요.”
민경남 케이엔프로퍼티즈 대표(사진·필명 ‘시네케라’)의 8개월 전 일성이다. 올봄만 해도 그는 대표가 아닌 회사원이었다. 자산운용사에서 1조원을 굴리는 부동산 펀드매니저가 그의 직업이었다. 하지만 과감히 그만뒀다. 12년 차 베테랑 펀드매니저가 쓴 사직의 변은 간단했다. 투자수익이 이미 연봉을 앞질렀다는 것이다. 분석할 시간이 늘어나면 경제적 자유를 더욱 빨리 이룰 수 있다는 게 그의 계산이었다. 지금도 그 계산이 맞을까. 18일 그를 다시 만났다.
▷관련기사 : [집코노미] 30대 펀드매니저, 억대 연봉 마다하고 사표 던진 이유
▶어떻게 지냈나.
“퇴사할 때 세웠던 목표는 제대로 된 물건으로 1년에 1건씩만 투자하자는 것이었다. 다행히 강남역 주변에 괜찮은 수익형부동산이 나와 지난여름 소유권 이전을 완료했다. 이후부터는 책을 썼다. ‘지금부터 부동산 투자해도 부자가 될 수 있다’라는 책이다. 아직 내 집 마련을 하지 못한 무주택자나 초보 투자자, 또는 중수들이 언제든 꺼내볼 수 있는 기본서다. 사실 전업투자를 시작한 이후 주변에서 무수히 받았던 질문들에 대한 답을 갈음한 것이기도 하다.”
▶투자에 자신이 있다면 전업투자로 돌아서도 될까.
“‘경제적 자유’에서 ‘자유’에 대한 부분은 만족할 것이다. 그런데 ‘경제적’이란 조건을 맞추기 위해선 회사에 다닐 때보다 열심히 일해야 한다. 매일 7시 30분까지 개인 사무실로 출근할 자신이 없다면 사표는 계속 가슴에 품으시라. 그래도 그만두고 싶다면 앞으로 10~20년 동안 예상되는 현금흐름을 엑셀 시트에 구체적으로 기록해보자. 그리고 배우자에게 보여줘라. 설득할 수 없다면 회사를 정년까지 다니면 된다.”
▶전업투자의 매력이 없다는 얘기인가
“‘전업투자자’에 대한 로맨스를 가진 분은 정말 많다. 그들은 마치 부동산 투자를 통한 임대소득이 불로소득인 것처럼 오해한다. 전업 투자자가 되고 보니 더 뼈저리게 느끼는 것이 있다. 임대소득은 절대 불로소득이 아니라는 것이다. 월급 받는 것보다 훨씬 더 치열하게 일해야 먹고살 수 있다.
투자 물건을 사는 것부터 예를 들어 보자. 한 번이라도 실패하면 치명타를 입는다. 등기가 나오기 전까지 엄청난 조사와 고생과 고민을 하게 된다. 매물을 보기 위해 현장을 수차례 방문하고, 주변 현장도 방문하고, 이를 통해 분석하고, 중개사와의 협상을 위해 수없이 통화하고, 자금 조달을 위해 은행을 수차례 방문해 대출 계약을 체결하고, 협상 끝에 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임대차 계약 또는 임대차 승계 계약을 체결하고, 등기를 위해 법무사에게 등기업무를 위임하고 마침내 등기부에 본인 이름이 등기된 후에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다.
보유는 더 어렵다. 걱정이 끝나지 않는다. 자산을 가지고 있으면 별의 별 생각이 다 든다. 임차인이 나가면 어떻게 하지? 임차인이 임대료를 미납하거나 연체하면 어떻게 하지? 임차인이 나가고 상당 기간 공실이 유지되면 어떻게 하지? 법이 임대인에게 불리하게 바뀌면 어떻게 하지? 대출 이자가 올라가면 어떻게 하지? 주변에 경쟁 빌딩이 많이 공급되면 어떻게 하지? 주변에 임차인의 경쟁상대가 입점하면 어떻게 하지? 임대인은 항상 이런 고민을 한다. 아니 할 수밖에 없다. 특히 담보대출을 많이 받은 경우는 대출 이자 때문에 부담과 걱정이 배가 된다.
임차인의 요청도 신속 그리고 정확하게 해결해줘야 한다. 아니면 나가버린다. 이 역시 만만히 볼 일이 아니다. 임대료는 이러한 모든 노력의 산물이다. 그래서 임대사업은 감정 노동이라고 하기도 한다.”
▶지금부터 투자해도 된다고? 서울 집값 기준으로 본다면 고점 찍은 뒤 꺾이고 있는 것 아닌가.
“요즘은 대부분 그런 반응이다. 나를 보라. 투자를 업으로 삼기 위해 회사를 나온 사람이다. 행동으로 이미 답을 줬다고 생각한다. 투자를 검토할 시간이 부족할 뿐이지 투자할 만한 부동산은 지금도 많다. 투자가 아니라 첫 집 마련인 경우도 마찬가지다.”
▶집값이 더 떨어지길 기다렸다 사는 게 더 좋지 않을까.
“당연히 그 방법이 더 좋다. 언제가 저점일지 미리 알 수만 있다면 말이다. 그건 신도 모른다. 그런데 대부분 무주택자들은 집값이 꺾여도 결국엔 못 산다. 떨어지기 시작하면 더 떨어질까 봐 불안해서다. 그런 점에선 요즘처럼 약보합권에서 움직이는 시기가 매수 적기다.
무주택자들이 집을 한시라도 빨리 사야 하는 건 여러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전세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주거 안정성이 높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최근 같은 폭등장에 대한 최소한의 방어다. 세 번째는 인플레이션이다. 매년 물가가 오르고 통화량이 늘어나면서 화폐가치는 떨어진다. 저금리 예금이나 아예 이자조차 없는 전세보증금은 돌려받더라도 사실상 손실인 셈이다. 실물자산인 부동산은 세금과 부대비용 등을 감안하더라도 가격이 매년 2.5~2.6% 안팎만 오르면 결과적으로 이득이다.” ▶적기를 놓쳤다고 부부싸움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때 살 걸’ 하면서 후회하는 분들에게 어느 아파트의 몇 동 몇 호를 매수하려 했었느냐 물어보라. 대부분 대답을 못 할 것이다. 그렇게까지 심도 있게 조사해보지 않고 막연한 고민만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아파트 가격이 올랐다고 후회할 자격도 없다. 기관이나 연기금은 자기자본의 1~2%만 투자하더라도 수십, 수백 장짜리 리포트를 작성한다. 하물며 개인이 전 재산에 가까운 돈을 들이는 거라면 그보다 구체적으로 조사한 뒤 한 시간은 떠들 수 있어야 한다. 매물이 나왔을 때 조사를 시작한다면 이미 늦었다. 미리 준비해뒀다가 매물이 나왔을 때는 실행만 하면 된다. 치열하게 조사했다면 설령 매수에 실패하더라도 좋은 자료로 남는다. 모든 조사는 자료로 문서화하고 숫자로 계량화하라. 평생 잊지 못하는 숫자들이 생긴다. 이렇게 계량화하는 습관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집을 사야 하나.
“투자 목적이라면 수시로 들를 수 있는 가까운 곳이어야 한다. 전업투자자는 전국을 돌아다니는 데 문제가 없겠지만 직장인은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대출을 받거나 임차인을 만날 때, 집을 수리해야 할 때 등 생각보다 현장에 갈 일이 많다. 평일 낮과 밤, 주말 낮과 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자동차를 이용해서 등 매입하기전에 최소 7번 이상 가볼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멀면 멀수록 현지 중개사들을 자주 만나기도 어렵고 주변 시황에도 어두워진다. 서울이 직장이라면 당연히 서울이 최우선 순위다. 서울은 갈수록 재건축·재개발이 어려워지는 등 앞으로 공급이 제한적인 시장이기도 하다.
실수요자들 가운데선 당장 자녀계획이 없거나 아직 아이가 어리다고 해서 학군 조건을 배제하고 집을 찾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학군이 뛰어난 단지는 수요층 자체가 달라 나중에 좋은 가격으로 되팔기도 쉽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무주택자들의 경우 앞으로 실거주할 집을 전세를 낀 채 미리 사두는 전략은 어떤가.
“매수 시기를 당길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방법이다. 다만 실행할 수 있는 이들은 한정적이다. 전셋값과 매매가격 차이를 메울 여윳돈이 필요해서다. 이 경우 현재 살고 있는 전셋집을 월세로 전환하면서 전세보증금을 활용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그러나 집주인들도 갭을 끼고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전·월세 전환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이렇게 얘기해도 매수로 돌아서는 무주택자는 많지 않다. 소유권이전을 경험해 본 유주택자들이 오히려 더 산다. 어려운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아서다. 분석은 누구나 한다. 집은 엉덩이가 가볍고 부지러운, 실행력 강한 사람들이 산다.” ▶거래의 기술도 있을까.
“상대방의 상황을 자세히 알아내는 게 보다 저렴하게 매입할 수 있는 방법이다. 예컨대 집주인이 해외에 있다거나 임차인이 집을 잘 안 보여주는 매물, 세금 등의 문제로 매각 시한이 있는 물건 등이다. 흔히 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법인 물건의 경우엔 거래 과정에서 갑자기 매물을 거둬들이는 등 변심으로 인한 마찰이 없다는 장점도 있다.
거래 조건은 한 번에 서면으로 주고받는 게 좋다. 한꺼번에 요구하지 않으면 계속 추가적으로 요구하는 느낌을 풍길 수 있어서다. 만약 미처 요구하지 못한 조건이 있다면 거래 상대가 추가 요청을 할 때에 맞춰 맞바꾸기 식으로 제안하는 게 서로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는 방법이다.
중개업소와의 신뢰 구축도 중요하다. 거래한 업소엔 중개보수를 조금 더 책정해주는 게 좋다. 앞으로 나올 매물이나 임차인도 적극적으로 구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A·B·C 중개업소와 거래를 논의하다 A업소와 거래했다면 B업소와 C업소에도 실사비 차원에서 일정 보수를 지급하라. 그래야 계약을 진행할 때 방해를 안 받을 수 있고, 앞으로 이들을 통해서 매도해야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사람과 신뢰도 투자다.”
▶시세보다 가격을 잘 쳐서 파는 법도 있나.
“전세보증금, 즉 실거주가치를 올리는 것이다. 실거주가치가 높은 집은 매매가격을 올리기도 쉽다. 리모델링등 인테리어를 통해 전셋값을 높이는 게 대표적인 방법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중개업소와의 신뢰는 기본이다.”
▶아파트를 사거나 투자할 돈이 모자란다면 빌라는 어떤가.
“통상 빌라의 환금성이 낮다고 하지만 워낙 개별성이 강해 뭉뚱그려 얘기하기 힘들다. 좋은 위치의 빌라라면 아파트 매매와 별반 다르지 않게 손바뀜이 일어난다. 다만 채광이나 주차, 보안 등이 아파트보다 취약한 게 단점이다. 주변에 위해시설이 있을 가능성도 아파트보다 높다. 평면도가 있는 경우도 많지 않다. 빌라 매물을 보러 갈 땐 머릿속으로 평면도를 그릴 생각을 하고 찾아가야 한다.”
▶월세 수익으로 현금흐름을 만들기 위한 오피스텔 투자는 어떤가.
“서울의 주요 지역이라면 연 4.5%~5% 정도의 수익률이 받쳐줘야 한다. 대출금리와 감가상각 등을 감안했을때 수익률이 이 수준 이하로 내려간다면 매각 때 차손이 발생한다. 건물의 감가상각은 오피스텔의 큰 단점이다. 매매가격에서 건물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감가상각이 크다. 좁은 공간에 많은 가구가 밀집하다 보니 대지지분이 적어서 그렇다. 대지지분이 작다는 건 앞으로 재건축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주택과 비교하면 주변에 공급이 늘어나기도 쉽다. 만약 투자하려는 오피스텔의 월세가 100만원이라면 앞으로 120만원, 130만원으로 올릴 수 있다는 자신이 있을 때만 사야 한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민경남 케이엔프로퍼티즈 대표(사진·필명 ‘시네케라’)의 8개월 전 일성이다. 올봄만 해도 그는 대표가 아닌 회사원이었다. 자산운용사에서 1조원을 굴리는 부동산 펀드매니저가 그의 직업이었다. 하지만 과감히 그만뒀다. 12년 차 베테랑 펀드매니저가 쓴 사직의 변은 간단했다. 투자수익이 이미 연봉을 앞질렀다는 것이다. 분석할 시간이 늘어나면 경제적 자유를 더욱 빨리 이룰 수 있다는 게 그의 계산이었다. 지금도 그 계산이 맞을까. 18일 그를 다시 만났다.
▷관련기사 : [집코노미] 30대 펀드매니저, 억대 연봉 마다하고 사표 던진 이유
▶어떻게 지냈나.
“퇴사할 때 세웠던 목표는 제대로 된 물건으로 1년에 1건씩만 투자하자는 것이었다. 다행히 강남역 주변에 괜찮은 수익형부동산이 나와 지난여름 소유권 이전을 완료했다. 이후부터는 책을 썼다. ‘지금부터 부동산 투자해도 부자가 될 수 있다’라는 책이다. 아직 내 집 마련을 하지 못한 무주택자나 초보 투자자, 또는 중수들이 언제든 꺼내볼 수 있는 기본서다. 사실 전업투자를 시작한 이후 주변에서 무수히 받았던 질문들에 대한 답을 갈음한 것이기도 하다.”
▶투자에 자신이 있다면 전업투자로 돌아서도 될까.
“‘경제적 자유’에서 ‘자유’에 대한 부분은 만족할 것이다. 그런데 ‘경제적’이란 조건을 맞추기 위해선 회사에 다닐 때보다 열심히 일해야 한다. 매일 7시 30분까지 개인 사무실로 출근할 자신이 없다면 사표는 계속 가슴에 품으시라. 그래도 그만두고 싶다면 앞으로 10~20년 동안 예상되는 현금흐름을 엑셀 시트에 구체적으로 기록해보자. 그리고 배우자에게 보여줘라. 설득할 수 없다면 회사를 정년까지 다니면 된다.”
▶전업투자의 매력이 없다는 얘기인가
“‘전업투자자’에 대한 로맨스를 가진 분은 정말 많다. 그들은 마치 부동산 투자를 통한 임대소득이 불로소득인 것처럼 오해한다. 전업 투자자가 되고 보니 더 뼈저리게 느끼는 것이 있다. 임대소득은 절대 불로소득이 아니라는 것이다. 월급 받는 것보다 훨씬 더 치열하게 일해야 먹고살 수 있다.
투자 물건을 사는 것부터 예를 들어 보자. 한 번이라도 실패하면 치명타를 입는다. 등기가 나오기 전까지 엄청난 조사와 고생과 고민을 하게 된다. 매물을 보기 위해 현장을 수차례 방문하고, 주변 현장도 방문하고, 이를 통해 분석하고, 중개사와의 협상을 위해 수없이 통화하고, 자금 조달을 위해 은행을 수차례 방문해 대출 계약을 체결하고, 협상 끝에 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임대차 계약 또는 임대차 승계 계약을 체결하고, 등기를 위해 법무사에게 등기업무를 위임하고 마침내 등기부에 본인 이름이 등기된 후에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다.
보유는 더 어렵다. 걱정이 끝나지 않는다. 자산을 가지고 있으면 별의 별 생각이 다 든다. 임차인이 나가면 어떻게 하지? 임차인이 임대료를 미납하거나 연체하면 어떻게 하지? 임차인이 나가고 상당 기간 공실이 유지되면 어떻게 하지? 법이 임대인에게 불리하게 바뀌면 어떻게 하지? 대출 이자가 올라가면 어떻게 하지? 주변에 경쟁 빌딩이 많이 공급되면 어떻게 하지? 주변에 임차인의 경쟁상대가 입점하면 어떻게 하지? 임대인은 항상 이런 고민을 한다. 아니 할 수밖에 없다. 특히 담보대출을 많이 받은 경우는 대출 이자 때문에 부담과 걱정이 배가 된다.
임차인의 요청도 신속 그리고 정확하게 해결해줘야 한다. 아니면 나가버린다. 이 역시 만만히 볼 일이 아니다. 임대료는 이러한 모든 노력의 산물이다. 그래서 임대사업은 감정 노동이라고 하기도 한다.”
▶지금부터 투자해도 된다고? 서울 집값 기준으로 본다면 고점 찍은 뒤 꺾이고 있는 것 아닌가.
“요즘은 대부분 그런 반응이다. 나를 보라. 투자를 업으로 삼기 위해 회사를 나온 사람이다. 행동으로 이미 답을 줬다고 생각한다. 투자를 검토할 시간이 부족할 뿐이지 투자할 만한 부동산은 지금도 많다. 투자가 아니라 첫 집 마련인 경우도 마찬가지다.”
▶집값이 더 떨어지길 기다렸다 사는 게 더 좋지 않을까.
“당연히 그 방법이 더 좋다. 언제가 저점일지 미리 알 수만 있다면 말이다. 그건 신도 모른다. 그런데 대부분 무주택자들은 집값이 꺾여도 결국엔 못 산다. 떨어지기 시작하면 더 떨어질까 봐 불안해서다. 그런 점에선 요즘처럼 약보합권에서 움직이는 시기가 매수 적기다.
무주택자들이 집을 한시라도 빨리 사야 하는 건 여러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전세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주거 안정성이 높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최근 같은 폭등장에 대한 최소한의 방어다. 세 번째는 인플레이션이다. 매년 물가가 오르고 통화량이 늘어나면서 화폐가치는 떨어진다. 저금리 예금이나 아예 이자조차 없는 전세보증금은 돌려받더라도 사실상 손실인 셈이다. 실물자산인 부동산은 세금과 부대비용 등을 감안하더라도 가격이 매년 2.5~2.6% 안팎만 오르면 결과적으로 이득이다.” ▶적기를 놓쳤다고 부부싸움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때 살 걸’ 하면서 후회하는 분들에게 어느 아파트의 몇 동 몇 호를 매수하려 했었느냐 물어보라. 대부분 대답을 못 할 것이다. 그렇게까지 심도 있게 조사해보지 않고 막연한 고민만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아파트 가격이 올랐다고 후회할 자격도 없다. 기관이나 연기금은 자기자본의 1~2%만 투자하더라도 수십, 수백 장짜리 리포트를 작성한다. 하물며 개인이 전 재산에 가까운 돈을 들이는 거라면 그보다 구체적으로 조사한 뒤 한 시간은 떠들 수 있어야 한다. 매물이 나왔을 때 조사를 시작한다면 이미 늦었다. 미리 준비해뒀다가 매물이 나왔을 때는 실행만 하면 된다. 치열하게 조사했다면 설령 매수에 실패하더라도 좋은 자료로 남는다. 모든 조사는 자료로 문서화하고 숫자로 계량화하라. 평생 잊지 못하는 숫자들이 생긴다. 이렇게 계량화하는 습관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집을 사야 하나.
“투자 목적이라면 수시로 들를 수 있는 가까운 곳이어야 한다. 전업투자자는 전국을 돌아다니는 데 문제가 없겠지만 직장인은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대출을 받거나 임차인을 만날 때, 집을 수리해야 할 때 등 생각보다 현장에 갈 일이 많다. 평일 낮과 밤, 주말 낮과 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자동차를 이용해서 등 매입하기전에 최소 7번 이상 가볼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멀면 멀수록 현지 중개사들을 자주 만나기도 어렵고 주변 시황에도 어두워진다. 서울이 직장이라면 당연히 서울이 최우선 순위다. 서울은 갈수록 재건축·재개발이 어려워지는 등 앞으로 공급이 제한적인 시장이기도 하다.
실수요자들 가운데선 당장 자녀계획이 없거나 아직 아이가 어리다고 해서 학군 조건을 배제하고 집을 찾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학군이 뛰어난 단지는 수요층 자체가 달라 나중에 좋은 가격으로 되팔기도 쉽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무주택자들의 경우 앞으로 실거주할 집을 전세를 낀 채 미리 사두는 전략은 어떤가.
“매수 시기를 당길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방법이다. 다만 실행할 수 있는 이들은 한정적이다. 전셋값과 매매가격 차이를 메울 여윳돈이 필요해서다. 이 경우 현재 살고 있는 전셋집을 월세로 전환하면서 전세보증금을 활용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그러나 집주인들도 갭을 끼고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전·월세 전환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이렇게 얘기해도 매수로 돌아서는 무주택자는 많지 않다. 소유권이전을 경험해 본 유주택자들이 오히려 더 산다. 어려운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아서다. 분석은 누구나 한다. 집은 엉덩이가 가볍고 부지러운, 실행력 강한 사람들이 산다.” ▶거래의 기술도 있을까.
“상대방의 상황을 자세히 알아내는 게 보다 저렴하게 매입할 수 있는 방법이다. 예컨대 집주인이 해외에 있다거나 임차인이 집을 잘 안 보여주는 매물, 세금 등의 문제로 매각 시한이 있는 물건 등이다. 흔히 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법인 물건의 경우엔 거래 과정에서 갑자기 매물을 거둬들이는 등 변심으로 인한 마찰이 없다는 장점도 있다.
거래 조건은 한 번에 서면으로 주고받는 게 좋다. 한꺼번에 요구하지 않으면 계속 추가적으로 요구하는 느낌을 풍길 수 있어서다. 만약 미처 요구하지 못한 조건이 있다면 거래 상대가 추가 요청을 할 때에 맞춰 맞바꾸기 식으로 제안하는 게 서로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는 방법이다.
중개업소와의 신뢰 구축도 중요하다. 거래한 업소엔 중개보수를 조금 더 책정해주는 게 좋다. 앞으로 나올 매물이나 임차인도 적극적으로 구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A·B·C 중개업소와 거래를 논의하다 A업소와 거래했다면 B업소와 C업소에도 실사비 차원에서 일정 보수를 지급하라. 그래야 계약을 진행할 때 방해를 안 받을 수 있고, 앞으로 이들을 통해서 매도해야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사람과 신뢰도 투자다.”
▶시세보다 가격을 잘 쳐서 파는 법도 있나.
“전세보증금, 즉 실거주가치를 올리는 것이다. 실거주가치가 높은 집은 매매가격을 올리기도 쉽다. 리모델링등 인테리어를 통해 전셋값을 높이는 게 대표적인 방법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중개업소와의 신뢰는 기본이다.”
▶아파트를 사거나 투자할 돈이 모자란다면 빌라는 어떤가.
“통상 빌라의 환금성이 낮다고 하지만 워낙 개별성이 강해 뭉뚱그려 얘기하기 힘들다. 좋은 위치의 빌라라면 아파트 매매와 별반 다르지 않게 손바뀜이 일어난다. 다만 채광이나 주차, 보안 등이 아파트보다 취약한 게 단점이다. 주변에 위해시설이 있을 가능성도 아파트보다 높다. 평면도가 있는 경우도 많지 않다. 빌라 매물을 보러 갈 땐 머릿속으로 평면도를 그릴 생각을 하고 찾아가야 한다.”
▶월세 수익으로 현금흐름을 만들기 위한 오피스텔 투자는 어떤가.
“서울의 주요 지역이라면 연 4.5%~5% 정도의 수익률이 받쳐줘야 한다. 대출금리와 감가상각 등을 감안했을때 수익률이 이 수준 이하로 내려간다면 매각 때 차손이 발생한다. 건물의 감가상각은 오피스텔의 큰 단점이다. 매매가격에서 건물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감가상각이 크다. 좁은 공간에 많은 가구가 밀집하다 보니 대지지분이 적어서 그렇다. 대지지분이 작다는 건 앞으로 재건축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주택과 비교하면 주변에 공급이 늘어나기도 쉽다. 만약 투자하려는 오피스텔의 월세가 100만원이라면 앞으로 120만원, 130만원으로 올릴 수 있다는 자신이 있을 때만 사야 한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