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목의 선전狂 시대] 세계 최대 가상화폐 채굴기 시장 된서리…중국 선전 화창베이 가보니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마이A3, 하루 -7.35위안, 션마 M3, 하루 -2.78위안”…
가상화폐 채굴기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중국 선전의 전자부품 시장 화창베이. 13일 채굴기 판매상이 기자에게 들이민 스마트폰 화면은 온통 붉은 빛이었다. 채굴기를 가동해 가상화폐를 채굴했을 때 전기료를 제하고 얻을 수 있는 수익을 표시한 화면이다. 판매상은 “채굴기를 가동해서 얻은 가상화폐가 채굴에 사용된 전기료에 못 미치면 붉은색이 뜬다”며 “기계를 돌릴수록 손해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2만달러(약 2246만원) 이상까지 올랐던 비트코인이 최근 3400달러(약 381만원)까지 떨어지는 등 가상화폐 가격 전반이 급락하자 가상화폐 채굴기 시장도 된서리를 맞았다. 채굴기 시장의 불황은 반도체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 전자부품 판매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고철값에 나온 채굴기
가상화폐 가격 급락은 채굴기 가격도 크게 떨어뜨렸다. 비트코인 전용 채굴기인 ‘마이 S14.5’는 1년전 2만위안(약 327만원)에 판매됐지만 지금은 1530위안(약 25만원)이면 살 수 있다. 지난달 출시된 최신 모델 ‘마이 S15’도 출고가인 9000위안(약 147만원)보다 떨어진 8600위안(약 140만원)에 판매된다.
그나마 비트코인은 아직 수익을 낼 수 있어 사정이 나은 편이다. S15는 전기료를 제하고 하루 18위안(약 2942원), S14.5는 5위안(약 817원) 정도 수익을 낼 수 있다.
5년간 채굴기를 판매해온 판궈싱씨는 “지난해에는 하루 수익이 수백위안에 달했다”며 “수익이 줄어드는만큼 채굴기값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비트코인 채굴기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시장규모가 훨씬 작은 화폐들의 가격은 더 크게 떨어져 관련 채굴기도 사실상 고철로 팔리고 있다. 1년간 가격 하락률이 87%에 이르는 디크레드(DCR) 전용채굴기 가격은 4만위안에서 200위안(약 3만2000원)까지 폭락했다.
판씨는 “200위안은 고철값”이라며 “채굴기를 돌리면 손해보는 구조인데다 중소 가상화폐는 퇴출될 가능성도 있어 아무도 채굴기를 사지 않는다”고 전했다.
채굴기 내부는 반도체로 가득 채워져 있지만 이 반도체들은 가상화폐 채굴이 아닌 다른 용도로는 쓸 수 없다. 모두 특정 가상화폐 채굴을 목표로 만들어진 주문형 반도체(ASIC)이기 때문이다.
화창베이에서 가상화폐 채굴기 판매상이 가장 많은 사이터빌딩에는 상인이 철수한 상점들도 눈에 띄었다. 60여개 안팎의 상가 중 20% 정도가 영업을 하지 않고 있었다. 문을 열어도 매출을 올리지 못하자 월 수백만원에 이르는 임대료를 벌기 위해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다고 한다.
“지금이 기회” 사들이기도
그렇다고 모든 상인이 파리만 날리고 있는 건 아니다. 판매상 천잉칭씨는 지난주 홍콩의 채굴기 거래업자에게 마이 S14.5 채굴기 500대를 판매했다고 했다. 그는 “비트코인 자체가 사라질 수는 없고 언젠가는 가격도 다시 오를 것”이라며 “값이 쌀 때 채굴기를 구입하면 비트코인 가격 상승과 함께 더 많은 수익을 챙길 수 있다고 보는 이들도 많다”고 말했다.
윈난과 신장위구르, 내멍구 등에 집중적으로 분포돼 있는 중국 내 가상화폐 채굴장은 최근 가격 급락을 맞아 러시아나 중동 등으로 이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중동의 전기료가 중국에 비해 저렴해서다.
중국 경제주간 경제관찰보는 “지난해 채굴기 시세를 기준으로 대규모 채굴장이 수익을 낼 수 있는 비트코인의 가격 하한선은 8600달러(약 966만원)”이라고 보도했다. 천씨도 “홍콩의 거래업자들도 선전에서 사들인 채굴기를 러시아 등지에 다시 판매한다”며 “내멍구 등에 있는 채굴장은 대부분 러시아 및 중동 업체와 직접 계약을 맺고 채굴기를 넘긴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일부 틈새시장이 있지만 가상화폐 채굴기 시장 전반은 침체할 수 밖에 없다. 벌써 중국 내 채굴기 제조업체들은 생산을 줄였다. 채굴기 제작에 사용하는 고성능 반도체와 MLCC 등의 수요가 덩달아 위축되는 이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올 상반기까지 실적발표회에서 “가상화폐 가격 상승이 관련 반도체 수요 증가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스마트폰에 수백개 정도 들어가는 MLCC도 가상화폐 채굴기에는 1000개 이상 필요하다.
선전=노경목 특파원 autonomy@hankyung.com
가상화폐 채굴기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중국 선전의 전자부품 시장 화창베이. 13일 채굴기 판매상이 기자에게 들이민 스마트폰 화면은 온통 붉은 빛이었다. 채굴기를 가동해 가상화폐를 채굴했을 때 전기료를 제하고 얻을 수 있는 수익을 표시한 화면이다. 판매상은 “채굴기를 가동해서 얻은 가상화폐가 채굴에 사용된 전기료에 못 미치면 붉은색이 뜬다”며 “기계를 돌릴수록 손해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2만달러(약 2246만원) 이상까지 올랐던 비트코인이 최근 3400달러(약 381만원)까지 떨어지는 등 가상화폐 가격 전반이 급락하자 가상화폐 채굴기 시장도 된서리를 맞았다. 채굴기 시장의 불황은 반도체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 전자부품 판매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고철값에 나온 채굴기
가상화폐 가격 급락은 채굴기 가격도 크게 떨어뜨렸다. 비트코인 전용 채굴기인 ‘마이 S14.5’는 1년전 2만위안(약 327만원)에 판매됐지만 지금은 1530위안(약 25만원)이면 살 수 있다. 지난달 출시된 최신 모델 ‘마이 S15’도 출고가인 9000위안(약 147만원)보다 떨어진 8600위안(약 140만원)에 판매된다.
그나마 비트코인은 아직 수익을 낼 수 있어 사정이 나은 편이다. S15는 전기료를 제하고 하루 18위안(약 2942원), S14.5는 5위안(약 817원) 정도 수익을 낼 수 있다.
5년간 채굴기를 판매해온 판궈싱씨는 “지난해에는 하루 수익이 수백위안에 달했다”며 “수익이 줄어드는만큼 채굴기값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비트코인 채굴기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시장규모가 훨씬 작은 화폐들의 가격은 더 크게 떨어져 관련 채굴기도 사실상 고철로 팔리고 있다. 1년간 가격 하락률이 87%에 이르는 디크레드(DCR) 전용채굴기 가격은 4만위안에서 200위안(약 3만2000원)까지 폭락했다.
판씨는 “200위안은 고철값”이라며 “채굴기를 돌리면 손해보는 구조인데다 중소 가상화폐는 퇴출될 가능성도 있어 아무도 채굴기를 사지 않는다”고 전했다.
채굴기 내부는 반도체로 가득 채워져 있지만 이 반도체들은 가상화폐 채굴이 아닌 다른 용도로는 쓸 수 없다. 모두 특정 가상화폐 채굴을 목표로 만들어진 주문형 반도체(ASIC)이기 때문이다.
화창베이에서 가상화폐 채굴기 판매상이 가장 많은 사이터빌딩에는 상인이 철수한 상점들도 눈에 띄었다. 60여개 안팎의 상가 중 20% 정도가 영업을 하지 않고 있었다. 문을 열어도 매출을 올리지 못하자 월 수백만원에 이르는 임대료를 벌기 위해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다고 한다.
“지금이 기회” 사들이기도
그렇다고 모든 상인이 파리만 날리고 있는 건 아니다. 판매상 천잉칭씨는 지난주 홍콩의 채굴기 거래업자에게 마이 S14.5 채굴기 500대를 판매했다고 했다. 그는 “비트코인 자체가 사라질 수는 없고 언젠가는 가격도 다시 오를 것”이라며 “값이 쌀 때 채굴기를 구입하면 비트코인 가격 상승과 함께 더 많은 수익을 챙길 수 있다고 보는 이들도 많다”고 말했다.
윈난과 신장위구르, 내멍구 등에 집중적으로 분포돼 있는 중국 내 가상화폐 채굴장은 최근 가격 급락을 맞아 러시아나 중동 등으로 이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중동의 전기료가 중국에 비해 저렴해서다.
중국 경제주간 경제관찰보는 “지난해 채굴기 시세를 기준으로 대규모 채굴장이 수익을 낼 수 있는 비트코인의 가격 하한선은 8600달러(약 966만원)”이라고 보도했다. 천씨도 “홍콩의 거래업자들도 선전에서 사들인 채굴기를 러시아 등지에 다시 판매한다”며 “내멍구 등에 있는 채굴장은 대부분 러시아 및 중동 업체와 직접 계약을 맺고 채굴기를 넘긴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일부 틈새시장이 있지만 가상화폐 채굴기 시장 전반은 침체할 수 밖에 없다. 벌써 중국 내 채굴기 제조업체들은 생산을 줄였다. 채굴기 제작에 사용하는 고성능 반도체와 MLCC 등의 수요가 덩달아 위축되는 이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올 상반기까지 실적발표회에서 “가상화폐 가격 상승이 관련 반도체 수요 증가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스마트폰에 수백개 정도 들어가는 MLCC도 가상화폐 채굴기에는 1000개 이상 필요하다.
선전=노경목 특파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