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협상 테이블 장악하려면 '플랜 B' 갖고 있어야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벅셔해서웨이는 2003년 월마트 자회사 맥레인컴퍼니를 인수했다. 전국 레스토랑과 군부대 등에 식자재를 공급하는 회사였다. 당시 월마트와 벅셔해서웨이는 단 한 번의 만남으로 협상을 타결했다. 합병에 걸린 기간도 한 달이 채 안 됐다. 버핏은 “우리는 우호적인 거래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갖고 있는 패를 모두 보여주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최고의 협상》에서 신뢰가 가져다주는 효과를 설명하면서 든 사례다. 하지만 모든 거래가 이처럼 공고한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20년간 기업에서 구매, 영업, 인수합병(M&A) 업무를 담당했고 지금은 IGM 세계경영연구원 협상스쿨의 주임교수를 맡고 있는 저자는 다양한 현장 경험을 책에 녹여냈다.

저자가 정의하는 협상은 ‘서로가 상대로부터 무엇을 얻고자 할 때 발생하는 상호작용적인 의사소통 과정’이다. 그런 측면에서 협상은 일상이다. 국가 간엔 외교 문제로 수개월간 눈치 싸움을 하고 기업들은 납품가를 놓고 씨름한다. 남녀 간, 가족 간, 직장 동료 간, 친구 사이의 소통도 곧 협상의 과정이다. 제목에서 말하는 ‘최고의 협상’이란 상대가 원하는 것을 내줌으로써 결국 내가 원하는 걸 가져오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위해 지켜야 할 규칙을 제시한다. 요구가 아니라 욕구에 집중하고 창의적인 대안으로 파이를 키우라는 당부다. 논리와 근거가 어떻게 인식을 바꿀 수 있는지, 사전준비가 어떤 협상력의 차이를 가져오는지도 보여준다. 협상력을 좌우하는 무기로 소개하는 ‘배트나’(BATNA:Best Alternative To a Negotiated Agreement)도 눈길을 끈다. ‘대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하버드대 협상스쿨의 로저 피셔 교수와 윌리엄 유리 교수가 내놓은 개념이다. 저자는 “배트나는 합의점을 찾을 수 없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이나 다른 조건으로 갈아탈 수 있는 옵션”이라며 “대안이 없으면 상대에 휘둘리거나 끌려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이 책의 강점은 다양한 분야의 사례들이다. 엄청난 연구개발 비용을 들인 한미약품의 신약 올리타의 가치, SK이노베이션이 소모적인 임금협상 문제를 탈출한 방법, 메이저리그의 유명 유격수 라파엘 퍼칼이 다른 구단들보다 낮은 몸값을 제시한 LA 다저스를 택한 이유 등 협상의 뒷이야기가 흥미를 자극한다. 각 장마다 이해하기 쉽도록 핵심을 요약해 놓은 ‘친절한 구성’도 돋보인다. 책은 단순히 당장 손에 쥘 이익이 아니라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인간관계가 성공적인 협상의 목적이자 결과라는 ‘협상의 원리’를 되새겨보게 한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