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1000만원을 대출받아 서울 외곽에서 시작한 치킨집으로 지금 1000여 개 가맹점을 일궜습니다. 모두가 한식구라는 마음으로 쉼 없이 달려왔는데 요즘 같으면 정말 다 포기하고 싶어요. 하지만 가맹점 식구들을 생각하면 그러지도 못하겠습니다.”

A치킨 프랜차이즈 대표는 1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프랜차이즈 창업자는 대부분 어렵게 작은 가게를 시작해 기업으로 키워낸 사람”이라며 “일부 일탈한 기업 때문에 업계 전체가 갑질의 온상인 것처럼 매도되고 정부 규제까지 더해져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내가 이렇게 힘들다는 것을 가맹점주와 가맹점 가족들이 알게 되면 크게 동요할까 걱정된다”며 익명을 요청했다.

프랜차이즈 경영은 다른 기업 경영과 전혀 다르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기업은 내가 뽑은 직원들과 하나의 목표를 위해 뛰면 되지만 프랜차이즈는 본사 직원은 물론 수백 곳, 많게는 1000여 곳의 가맹점 경영을 돌봐야 하는 책임이 있다”며 “가맹점 한 곳이 하나의 사업체라고 보고 지역별 상권 변화와 경영환경 변화 등을 끊임없이 추적하는 복합적인 경영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2년 새 불거진 프랜차이즈의 ‘갑질’ 문제를 그는 “일부 잘못을 모두의 문제로 몰고가는 것 같다”며 “정부가 약자를 보호한다는 프레임 아래 각종 규제를 만들고 압박하면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영세 가맹점주”라고 했다. 프랜차이즈업계가 이미 10여 년 전부터 가맹점주 자녀의 학자금 지원, 가맹점과 본사 직원의 출산·육아 지원, 매장 경영 효율화 컨설팅, 현장 지원 등 본사와 가맹점의 ‘윈윈’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내놓고 실천하고 있는데도 소비자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점이 안타깝다고 했다.

가격 인상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는 “인건비와 배달료, 임대료 등 오르지 않은 것이 없어 가맹점들이 아우성인데 본사가 가격을 올리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정부도 ‘닭 원가’ 등을 내세워 압박한 사례가 있다”며 “(다른 외식 물가가 크게 오르는 동안에도) 7년간 가격을 동결해왔는데 프랜차이즈라는 이유로 정상적인 가격 인상도 눈치만 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A사는 본격적으로 해외 진출을 준비해 올해 동남아시아 국가에 법인을 세웠다. 그는 “마녀사냥식 여론몰이와 각종 규제에 지쳤다”며 “차라리 해외에서 사업하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