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삼바' 과거 회계 더듬기
금융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에 대한 제재를 최종 의결했다. 다음주부터는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행정법원 심문을 개시로 사법 절차가 진행된다. 정지됐던 주식 거래는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가 기업 지속성과 재무 안정성을 준거로 상장유지를 결정함으로써 지난 11일부터 재개됐고 주가는 폭등했다.

지난 7월12일 증권선물위원회는 삼바가 미국 바이오젠에 부여한 자회사 바이오에피스 주식 콜옵션의 공시 누락에 대한 1차 제재를 의결하면서 2015년 지배력 변경 문제는 2012년 결산부터 재검토하도록 금융감독원에 요구했다. 2015년 말부터 두 달 정도 진행된 회사 결산과 회계법인 감사에 대해 3년 동안 끌어온 감리 절차는 3년 더 소급됐다.

출범 당시 삼바는 작은 규모의 비상장회사였기 때문에 회사 회계부서와 외부감사를 맡은 삼정회계법인 인력 투입도 크지 않았다. 회계전문가 이직률이 특히 높은 상황에서 과거 담당자를 수배해 기억을 더듬는 일은 쉽지 않다. 글로벌 4대 회계법인의 한국 소속사가 삼바 및 지주회사 삼성물산 외부감사와 자회사 평가를 나눠 맡은 상황이라 국제 회계업계의 관심이 높다. 회계 분야 최고 난도인 연결과 공동지배 및 파생상품이 얽힌 이슈여서 법원 최종 판결 후에는 각국 회계학계의 연구가 쏟아질 전망이다.

지난 5월25일자 다산칼럼에서 필자는 ‘회계이익 과신이 삼바논란의 불씨’라는 견해를 밝혔다. 유럽 국가 주도의 원칙 중심(principle-based)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에 따른 불분명한 규정(rule)이 문제의 발단이고, 회계이익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과대 평가해 문제가 증폭된 것으로 진단했다. 칼럼 게재 두 달 후인 7월27일자 네이버 댓글을 최근에 발견했는데 필자에게 질문하는 이례적 형식이었다.

“처음부터 공동지배로 봐야 했다는 주장도 있는데, 그렇다면 삼성물산 합병비율 조작은 애당초 허구입니다. 이 부분 내용이 정확히 이해되지 않습니다. 연결로 처리했기 때문에 합병비율이 조작됐다고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공동지배를 하지 않아서 합병비율이 조작됐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왜 처음부터 공동지배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할 경우 합병비율 조작 주장은 허구가 되는 건지 궁금합니다.”

삼성물산 합병은 2015년 7월이고, 분식으로 이익이 부풀려졌다는 2015년 삼바 결산서는 2016년 2월에 공표됐고, 삼바 주식 상장도 2016년 11월에 이뤄졌다. 나중 사건이 먼저 종료된 합병에 시간을 역류해 영향을 미칠 방법은 없다. 예상보다 높은 회계이익이 발표되면 일시적으로 상승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미래수익 전망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주가의 속성이다.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주가수익비율(PER)은 회사마다 천차만별이고, 성장 기대가 높은 벤처와 신산업은 수십 배 넘게 치솟기도 한다. 초기부터 지분법을 적용했다면 2015년 지배력 상실에 따른 순이익 급증 사태는 애초 없었을 것이고, 공정가치와 괴리된 회계이익보다는 미래수익 전망에 따른 주가가 지속됐을 것이다.

금감원은 콜옵션 행사 가능성에 의한 지분법 변경은 분식회계라던 당초 주장을 바꿔 처음부터 지분법을 써야 했다며 2012년부터 2015년까지 과실·중과실·고의를 순차적으로 적용한 제재안을 내놨다. 시험 성과도 없었고 전망도 어두워 바이오젠이 증자 참여를 포기해 삼바 지분율이 85%를 웃돌던 기간에 연결 대신 지분법 적용으로 영업이익을 부풀리는 분식회계는 금감원이 수용할 리가 없는 허구다.

바이오에피스는 삼바 자본력과 바이오젠 기술력을 결합시킬 목적의 조인트벤처다. 사업 초기에는 바이오젠의 지분 포지션이 모호했고 삼바의 높은 지분율 때문에 연결이 적정했다. 임상시험이 성공 단계로 접어든 2015년에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현실화됐고 삼바가 파생상품부채를 계상하고 지배권 상실에 따른 회계처리를 했으며, 그 적정성은 지난 9월 콜옵션 행사 완료로 사후적(ex post)으로 입증됐다.

삼바 사태는 IFRS 정착을 위한 예방 감리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지분법 전환으로 재무제표 형식이 연결에서 개별로 바뀔 때는 그 영향을 충분히 공시하도록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

leemm@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