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운데)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원내대표 취임 후 처음으로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병준 비대위원장, 왼쪽은 정용기 신임 정책위원회 의장.  /연합뉴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운데)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원내대표 취임 후 처음으로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병준 비대위원장, 왼쪽은 정용기 신임 정책위원회 의장.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에 나경원 원내대표 체제가 들어선 이후 당 지도부가 추진하던 ‘인적쇄신’ 작업에 급제동이 걸리는 모양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현역의원 일부의 당원협의회 위원장 자격을 박탈, 인적쇄신을 꾀하려는 구상에 나 원내대표가 사실상 반대 의견을 밝히고 있어서다. 당을 이끄는 ‘투톱’인 김 위원장과 나 원내대표가 서로 ‘탈계파’를 주장하면서도 인적쇄신의 범위와 수준에는 현격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13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적쇄신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양보다 질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보수 진영의) 남은 진지는 의회인 만큼 잘못된 정책은 입법으로 제대로 막아야 한다”며 “당 소속 의원 112명이 모두 전사가 돼 함께 뛸 수 있어야 하는데 에너지를 파괴하는 인적청산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실상 현역의원 대상의 물갈이에 반대 견해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나 원내대표는 “제 뜻을 김 위원장에게 전달했다”면서 “시기적으로도 이제 대여투쟁을 해야 하는데 (지금 인적쇄신을 하는 것은) 다소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김 위원장의 구상과 확연히 다르다. 김 위원장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나중에 할 것은 나중에 하고, 지금 해야 할 것은 지금 해야 한다”며 “내가 비대위원장으로서 일하며 강력하게 요구받은 것이 바로 인적쇄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차 인적쇄신은 이번에 하는 것이고, 2차 인적쇄신은 전당대회를 통해 이뤄질 것”이라며 “(21대 총선) 공천이 3차 인적쇄신이 될 것이고, 4차 인적쇄신은 국민의 선택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의 이 같은 견해차로 인해 한국당 조직강화특위가 작업을 마친 평가내용 보고도 늦어지고 있다. 조강특위는 지역 실사와 면접 등을 통해 전국 253개 지역구에 대한 분석과 평가를 끝내고 이날 보고할 예정이었으나 연기됐다. 당 관계자는 “원래 13일에 보고서를 제출하고 15일에는 인적쇄신 대상자 명단을 발표하려고 했으나 실무적인 준비가 덜 돼 이번주에는 발표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당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과 나 원내대표 간 견해차로 발표가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당내 모든 의원의 대표인 나 원내대표가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지역구 대표 자격을 잃는 의원들이 나오면 리더십에 타격이 갈 수밖에 없다”며 “‘김병준 비대위’ 역시 나 원내대표의 반대를 무릅쓰고 인적쇄신을 강행하기 쉽지 않아 당분간 양측의 팽팽한 긴장관계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